미FDA, ‘내성 억제’ 동물용 항생제 수의사 관리∙감독 강화
국내 동물용 항생제 오∙남용, 내성문제 심각..’자가진료’ 때문
미국 FDA가 동물용 항생제 사료∙음수 첨가의 3년 내 전면금지를 추진하겠다고 11일 밝혔다.
항생제 내성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오∙남용 위험이 가장 큰 성장촉진 목적의 항생제 투여를 제제하겠다는 것. 아울러 OTC(수의사 처방없이 축주가 구입∙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 분류)로 팔리고 있는 동물용 항생제를 수의사처방이 필요하도록(VFD) 재분류하여, 항생제에 대한 수의사의 관리∙감독 권한을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도 동물용 항생제 오∙남용에 따른 내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2000년대부터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근본적인 법적 한계에 부딪혀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내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률은 일부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이는 대부분의 항생제를 농가 스스로 자가진료∙예방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2011년 판매된 항생제 956톤 가운데 80%인 773톤이 자가진료 용도로 판매됐다. 같은 기간 수의사 처방에 의한 판매는 8%에 그쳤다.
2010년 농식품부 「동물용 의약품 관리체계 개선방안 연구」를 진행한 건국대 수의대 김진석 교수는 연구보고서에서 “(항생제 오∙남용과 그에 따른 내성 등) 국내 동물용 의약품 안전관리체계의 문제점을 야기시키는 핵심적인 법적∙제도적 헛점이 ‘자가진료 허용’”이라고 꼬집었다.
자가진료를 허용함으로써 국가가 면허를 부여한 수의사가 진료에 대한 고유 권한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모순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제도적 모순이 동물용 의약품, 특히 항생제의 남용과 내성 증가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수의사처방제, 美 FDA 조치와 일맥상통.. ‘수의사 관리감독 확대’
주요 항생제 성분 제외, 동물약국 예외조항 등은 해결할 숙제
자가진료로 인한 동물용 의약품 오∙남용과 항생제 내성문제를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하기 위해 올해 8월부터 수의사처방제가 실시됐다.
처방대상-비처방대상으로 동물용 의약품 분류체계를 확립하고, 주요 항생제를 수의사 처방대상에 포함시켜 오∙남용 및 내성문제를 막겠다는 것. 이번 미 FDA의 조치와 일맥상통한다.
아직 시행기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효과를 판단할 시점은 아니지만 부족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페니실린, 설파제, 페니콜계열 등 판매량이 많은 몇몇 주요 항생제 계열이 처방대상에서 제외된 점이 아쉽다.
2017년까지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이 확대될 방침이지만, 사용량이 많은 만큼 자가진료를 선호하는 생산자단체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돼 포함여부를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수의사처방제 동물약국 예외조항으로 인해, 처방대상-비처방대상 항생제의 분류가 불분명해졌다는 것도 문제다.
예외조항에 의해 동물약국은 처방대상 항생제라 하더라도 수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항생제는 주사용에 국한된다. 즉, 경구용 항생제는 수의사처방제에 포함됐더라도 동물약국에서는 OTC나 다름없이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축산농가는 수의사처방전 없이도 처방대상 경구용 항생제를 약국에서 그냥 구입하여 자가진료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경구용 항생제는 주사용에 비해 사용량도 많고 그만큼 오∙남용 및 내성 발생 위험이 크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수의사처방제 추진 관계자는 “동물약국 예외조항은 ‘약국을 처방제에서 완전히 제외해달라’는 약사회의 반발에 부딪혀 추진과정 상 어쩔 수 없이 타협한 사안”이라면서 “페니실린계열, 설파제 등은 오∙남용 소지가 큰 만큼 2017년까지 진행될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 확대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