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HA가 맞닥뜨린 문제와 미래활동에 대한 청사진 가시화
수의권 쟁취, 광견병박멸위원회, 연수교육반납, 조직개편 등 ’대수로부터 독립 방향성’
올해 초 수의테크니션, 튼튼K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었던 한국동물병원협회(KAHA)는 요즘 재도약할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 10월 25일 전병준 회장의 사퇴 선언 후 허주형 인천시수의사회장이 신임 KAHA 회장으로 추대됐다. 회장직 취임 후 한 달여가 지난 지금, KAHA가 펼칠 활동에 대한 구상과 준비상황을 물었다.
Q. 취임하신 지 벌써 한 달인데, 새로운 KAHA를 위한 준비는 어느 정도 진행됐나.
조직개편을 위한 정관개정 준비와, 새 임원진 인선을 거의 마쳤다.
과거에 문제됐던 사안을 어떻게 해결할 지, 앞으로 중점적으로 펼칠 활동은 무엇인지에 대한 청사진 만들기도 마무리 단계다.
Q. 조직개편은 어떻게 이뤄졌나.
기존의 KAHA는 다수의 부회장으로 구성된 ‘회장단 회의’를 많이 했었다. 이를 폐지하고 각 위원회 중심으로 KAHA를 운영해나갈 생각이다.
이사가 50~60명에 달해 이사회를 운영하기 힘들었던 점도 개선한다. 현재 이사는 ‘일반이사’로 두되, 각 위원회의 위원장을 ‘실행이사’로 하여 이사회에는 회장단과 실행이사만 참여하는 식으로 집행부를 구성할 방침이다.
또한 참여인원으로만 성립하는 현행 총회는 법적효력∙대표성이 없다고 보고, 이를 대의원총회 형식의 ‘일반이사총회’로 변경한다. 위임장을 포함한 재적이사 과반수의 출석으로 성립하고, 출석이사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하게 된다.
Q. KAHA가 다시 임상수의사를 대표하는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지를 잃게 만들었던 계기 – 튼튼K와 수의테크니션 교육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튼튼K는 이미 회원의 참여가 적어 유명무실해졌다. 회원병원도 50여개에 불과하고 가입한 보호자도 극소수다.
올해 말을 기해 KAHA는 튼튼K에서 손을 뗄 것이다. 원래 실질적인 운영은 메리츠화재나 IDEXX가 맡아왔으므로, KAHA가 빠진 이후 해당 시스템을 유지할 지는 그 쪽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본다.
Q. 그렇다면 수의테크니션 교육문제는 어떻게 대처하나.
기존 KAHA의 동물간호정책위를 ‘수의테크니션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회 인선을 물갈이할 방침이다.
수의테크니션 교육∙양성을 수의사가 관장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에 아예 손을 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1인원장 동물병원에 알맞은 수의테크니션을 양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나부터도 1인원장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지 않나.
내가 볼 때 1인 동물병원에서 테크니션이 가장 큰 역할은 고객응대다. 그 밖에 보정, 입원견의 간단한 관리 정도의 역할을 한다. 때문에 진료적인 부분보다는 병원 매니지먼트에 초점을 맞춘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본다.
현행 동물간호복지사 민간자격증제도 운영에 계속 참여할 지도 재검토할 계획이다. KAHA가 중심이 돼서 동물병원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원점에서부터 찾아볼 생각이다.
Q. 과거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활동도 계획하셨을 것 같은데.
크게는 수의권 확립에 힘쓰는 것이다. 수의권이란 결국 비수의사의 진료행위를 막고, 동물에게 가는 의약품을 전적으로 수의사 통제하에 둠으로써 확립할 수 있다.
KAHA는 앞으로 수의권쟁취위원회를 중심으로 자가진료 조항, 수의사처방제 약국 예외 조항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관련한 대국민 홍보 및 서명운동도 장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저 두 조항은 동물학대, 국민보건 위협, 약품 오∙남용 등의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악법인만큼 임상수의사가 나서서 개정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처방제 포함 동물용의약품을 확대하는 문제도 신경써야 한다. 2017년까지 포함 동물용의약품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어느 약품을 언제까지 포함시킬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영부영하다가 2017년 막바지에 부랴부랴 추진하면서 필수적으로 추가되야할 약품이 제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Q. 불법진료, 수의사 노동력착취에 대해서도 대처하겠다고 하셨는데.
KAHA 사무국에 불법진료 전담센터를 설치해서 회원들의 신고를 받아 고발 등 대응할 방침이다. 대한수의사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불법진료신고센터와는 협력하겠지만 별개로 운영할 생각이다.
수의사 노동력착취 문제는 우선 일부 대학동물병원과 대형동물병원에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수의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KAHA 고문 노무사를 섭외할 예정이다.
Q. KAHA 조직으로서 신설될 국가광견병박멸위원회는 무엇인가.
관납백신을 중심으로 한 현행 광견병 방역은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이미 서울이나 한강 이남의 화성에서도 발생하지 않았나.
결국 야생동물로부터 광견병이 퍼질 위험은 상존하는 반면, 관납백신만으로 모든 반려견을 방어할 수는 없다. 오히려 시기마다 무료 혹은 싼 가격에 접종해주는 관행이 평소의 광견병 백신접종 참여를 방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반려견을 직접 다루는 일선 동물병원수의사가 나서야 한다.
일선 수의사는 물론 국가 방역기관 관계자, 업계 관계자를 모아 협의체를 구성할 방침이다. 아울러 야생동물에 대한 미끼 광견병 백신도 KAHA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살포할 생각이다. 현재 지자체 공무원이 마구잡이로 산간에 뿌리는 것보다는 너구리 등 바이러스 전염원의 생태를 정확히 볼 수 있는 수의사들이 나서면 효과가 증대될 것이다.
Q. 대한수의사회는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KAHA가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
무작정 ‘대수는 임상수의사를 신경쓰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대수가 대표해야할 수의사가 모두 반려동물 임상수의사인 것도 아니고, 농식품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장기적으로는 대수로부터 독립된, 동물병원만을 위한 단체가 필요하며, KAHA가 그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번 임기 내에 당장 사단법인으로 독립하겠다든지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것은 아니다. 준비도 안되어 있고.
다만 앞으로 KAHA가 펼칠 활동의 방향성을 그 쪽으로 잡겠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대한수의사회로부터 선택연수교육 시간인정을 반납하는 것, 조직 정관을 다듬는 것, 국가광견병박멸위원회를 통해 국가방역정책에 협력하는 것도 다 그런 방향성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Q. 새 지도부는 언제부터 활동을 시작하나.
1월 12일 서울대 수의대에서 개최할 KAHA특강 때 제12대 집행부의 출범식을 갖고, 정식으로 활동을 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