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성화수술지원센타 홈페이지 오픈
'네트워크형 전문동물병원이냐 단순덤핑이냐' 논란
네트워크 동물병원시스템을 내세운 한국중성화수술지원센타(이하 중성화센타)가 개설되어 수의사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중성화센타 홈페이지(한국중성화센타.kr)에는 센타에 가입한 각 지점 동물병원이 소개되어 있다. 최초 8개 동물병원에서 2개가 줄어, 현재 총 6개의 동물병원이 가입되어 있다.
홈페이지 인사말에는 "전국 최초로 네트워크 동물병원시스템(협력동물병원)을 도입하여 반려동물의 합리적 수술비용을 실현하도록 센타를 개설했다"며 "전국 어디서나 네트워크 회원동물병원에서 신뢰감을 주는 수술을 실현하겠다"고 적혀있다.
가입된 6개의 동물병원은 모두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홈페이지에 공개된 수술비용은 수컷 중성화 5만원(5년생 이하 5kg 이하, 혈액검사 5만원 추가), 암컷 중성화 15만원(5년생 이하 5kg 이하, 혈액검사 5만원 추가)이다.
센타가 설립되자 많은 임상수의사들이 "근시안적 행동이다" "대놓고 덤핑을 치겠다는 것" "자기들만 먹고 살겠다고 동료 수의사들을 죽이는 꼴" 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네트워크 동물병원시스템이라지만, 기본적인 네트워크 구성 요소는 없어
중성화센타는 "네트워크 동물병원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지만, 현재 상태를 네트워크시스템이라고 하기에는 체계가 많이 부족하다.
'동물병원 네트워크 전략에 대한 이론적 고찰' 논문에 의하면, 의료네트워크는 형태를 기준으로 수평적 통합과 수직적 통합으로 구분되며, 활동을 기준으로 기능적 통합과 임상적 통합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국중성화수술지원센타는 1차 동물병원들 간의 중성화수술에 대한 가격협력과 홈페이지를 통한 공동마케팅을 펼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4개의 형태 중 Type-1의 '기능-수평적 결합 형태의 네트워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공동 브랜드 사용, 동일한 시설과 표준화된 진료서비스 제공, 공통의 병원경영시스템, 새로운 의료서비스 영역 창출 등의 의료네트워크서비스의 기본요소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결국 중성화센타는 네트워크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한가지 진료서비스(중성화수술)만을 공동으로 홍보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통해 보호자를 유인하고 있을 뿐이다.
제대로 된 동물병원 네트워크시스템을 갖추고 싶다면, 동일한 경영 노하우와 표준화된 진료시스템을 공유하여 보호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다른 동물병원과 차별화된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가격만 맞추는 것은 네트워크시스템이라기 보다 담합에 가깝다.
경기불황, 수의사 과잉배출, 소동물임상 쏠림현상 등이 빚어낸 부작용
"주변 병원 덤핑 더 심해…누가 저들에게 돌을 던지랴"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욕을 할 수 있지만, 이런 센타가 생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장은 "이번 사건은 먹고 살기 위한 문제다. 처음부터 저런 생각을 했던 원장들이 아니다. 주변 동물병원들의 덤핑으로 피해를 보고, 병원경영이 점차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살기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중성화센타에서 내건 가격보다 더 싼 가격에 중성화수술을 하는 병원이나, 개원 초기에 덤핑으로 병원을 크게 확장한 원장들도 많다"며 "그런 병원들 역시 똑같이 비난하고 욕해야지, 그런 병원들에게는 별 말 못하고, 이번에 중성화센타에 가입한 원장들만 욕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해당 원장들의 선택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 소동물임상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 자체가 많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경기불황, 수의사 과잉배출, 반려동물임상 쏠림현상, 신규 개원입지 포화, 보호자들의 의료지식 접근성 증가, 의료서비스에 대한 기대 수준 향상 등 반려동물병원은 점차 치열한 생존 경쟁속에 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제2, 제3의 센타가 또 등장할 지 모른다.
현 반려동물임상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수의사회를 비롯해 각 지부수의사회 회장 선거철이다. 반려동물임상환경 개선을 위한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