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천여개소 개설, 대한동물약국협회 창립
메이져 심장사상충예방약 공급 요구, 대한약사회 전방위 압박
올 해 수의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동물약국의 대두다.
수의사처방제 도입을 계기로 동물용의약품 취급에 대한 약사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약국이 전국 2천여개소로 늘어났다. 관심있는 약사들이 모여 동물용의약품 취급 세미나를 열고 ‘대한동물약국협회’를 창립하기도 했다.
동물약국의 1차적인 목표는 메이져 심장사상충예방약(하트가드∙레볼루션∙애드보킷)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대한약사회와 조찬휘 회장이 직접 나섰다. 6월부터 한국조에티스, 메리알코리아, 바이엘코리아 등 3개 제약사에 공급제한을 철회해줄 것을 요구했다. 조찬휘 회장은 7월부터 대한수의사회와 한국동물약품협회, 3개 제약사를 직접 항의 방문했다.
결국 대한약사회는 10월 16일 한국조에티스, 바이엘코리아, 벨벳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11월에는 농식품부에 이들 3개사의 약국 공급 거부를 행정처분해달라며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약사의 공급요구에 대한 업체들의 공식입장은 여전히 분명하다. 수의사 처방 없는 심장사상충예방약 사용은 오∙남용 소지가 있기 때문에 검사∙진단이 가능한 동물병원으로만 공급한다는 것이다.
동물용의약품 오∙남용, 유사진료행위 의혹..’동물복지∙수의권 위협’
일선 동물병원 수의사들 사이에서는 동물약국이 동물용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수의학적인 전문성이 결여된 동물용의약품 처방의 폐해는 결국 동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국수의학도협의회가 동물약국의 유사진료행위 인식개선을 위한 포스터를 제작∙배포하기도 했다.
동물약국에서 유사진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여름 동물약국을 방문해 반려견의 피부증상을 호소하자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서울 내 동물병원에서 근무 중인 수의사 A씨는 “진료행위 없이 복약지도만 하면서 약품을 판매하려면 사람에게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듯이 해야하는데, 동물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결국 증상을 보고 듣고 어떤 약을 써야할 지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수의학적 지식 없이도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는 문제는 둘째치고서라도, 이는 법에서 금지한 진료행위”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동물약국 문제에 대한 전망은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몇 해 전과 같이 유행이 지나고 동물용의약품 취급의 어려움을 알게되면 자연히 사그라들 것이라는 의견과 포화상태에 이른 약국가에 경영다각화 옵션으로 자리잡아 수의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의견이 혼재해 있다. 하지만 동물의 건강∙복지와 수의권 보호를 위해서 동물약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은 공통적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