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진료 절차 표준안 개발 어디까지 왔나

활용방안 간담회 개최...정착엔 장기적 관점 필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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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진료 절차 표준안 활용방안 간담회가 25일 건국대 KU동물암센터에서 열렸다.

표준안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건국대 윤헌영 교수팀이 주최한 이날 간담회에는 연구진과 대한수의사회,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동물병원협회, 수의교육학회, 수의임상교육협의회 대표자들이 자리했다.

2021년부터 시작된 절차 표준안 개발은 현재 20개까지 진행되고 있다. 2024년까지 100개 항목을 개발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건국대 윤헌영 교수팀은 일선 수의사들이 검사·치료에 참고할 수 있는 근거기반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표준안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법조항은 없지만, 수의료분쟁 가능성에 대비해 실질적인 강제력을 가지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절차 표준안이 향후 표준수가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대한수의사회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절차 표준안 연구 2차까지 20개 개발 임박

올 하반기 40개항목 추가 개발 연구 예정

개정 수의사법에 따라 농식품부는 2024년 동물의 질병명, 진료항목 등 표준화된 분류체계를 작성해 고시해야 한다.

이를 위한 동물진료 절차 표준안 개발 연구는 2021년부터 시작됐다. 초기에는 ‘표준 프로토콜’로 명명하다 현재는 ‘절차 표준안’으로 명시하고 있다.

윤헌영 교수팀이 처음 10개 항목(외이염, 아토피성피부염, 결막염, 유루증, 중성화수술, 슬개골 내측탈구, 위장관 출혈, 심인성 폐수종, 빈혈, 예방접종)에 대한 표준안을 개발했다. 2022년 12월부터 이어진 추가 10개 항목에 대한 2차 연구도 윤 교수팀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2024년까지 단계적인 연구용역을 통해 100개 항목에 대한 절차 표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들 100개 항목은 1차 연구의 수의사 설문조사를 통해 추출한 다빈도 진료항목으로 선정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40개 항목의 추가 개발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증상, 권장 진단 프로토콜, 치료까지 알고리즘화

가이드라인>요약본>절차 3단계 구성

윤헌영 교수팀은 항목별 동물진료 절차 표준안을 개발하는데 사람의료의 임상진료지침 형식을 차용했다.

가령 빈혈 항목에서는 빈혈의 정의 및 역학부터 기전, 원인, 임상증상, 권장 진단 프로토콜, 치료, 합병증, 예후 및 보호자교육까지 망라한다.

의심증상-병력청취·신체검사-기본·선택검사로 이어지는 진단적 접근부터 각종 치료옵션을 알고리즘으로 제시해 임상가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내용의 깊이는 3단계로 구성했다. ‘권장 진료 가이드라인’은 가장 상세하게 기술하고, 이를 5~10페이지 분량의 표·알고리즘 형식으로 요약한 ‘권장 진료 가이드라인 요약본’, 1~2장의 표로 축약한 ‘권장 진료 절차’ 순으로 간결해진다.

윤헌영 교수는 “표준안을 개발하면서 수의사분들이 보다 정확하게 진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절차 표준안을 활용하면 동물병원의 진료가 상향평준화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작성 과정에서 해당 진료과목과 연관된 교수협의회와 한국동물병원협회로부터 검토를 받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날 예시로 소개된 ‘위장관 출혈’ 항목의 표준 진료 알고리즘

절차 표준안 고시해도 법적 강제력 없다지만..

수의료분쟁에서 문제 가능성

근거기반 표준안 지켜 진료하면 진료비는 비싸질 것 전망도

연구진이 개발한 절차 표준안은 해당 진료항목에서 참고할 수 있는 매뉴얼에 가깝다. 서울시수의사회가 제작했던 임상프로토콜을 유사한 사례로 떠올릴 수 있다.

농식품부 김준걸 서기관은 “절차 표준안을 수의사들이 따르도록 강제할 수단은 없다”면서 “농식품부가 (표준진료체계를) 고시할 뿐 이행을 강제하거나, 따르지 않을 때 페널티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농식품부 고시가 어떤 형태가 될 지도 불분명하긴 하지만, 추후 해당 고시 내용을 개별 동물병원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절차 표준안을 따른다 해도 수의사·환축에 따라 실제 행해지는 진료의 구성은 다를 수 있다.

연구진은 항목별 절차의 진단 가이드라인을 기본검사와 선택검사로 구분했다. 가령 심인성 폐부종 환축의 경우 흉부방사선과 심장바이오마커는 기본 검사로, 심전도·심초음파 등은 선택검사로 분류했다.

법적으로 강제는 아니라 하더라도, 절차 표준안을 정부가 고시하면 실질적인 강제력을 가지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따르지 않았을 때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헌영 교수는 “미국동물병원협회(AAHA)에 따르면 AAHA 가이드라인은 미국 동물병원의 대다수가 준수한다고 한다”면서 “보호자와의 소송에서 가이드라인 준수가 수의사와 병원을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인식이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근거기반으로 만들어진 표준안을 따르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표준안에 따라 진료할수록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정언승 한국동물병원협회 정책국장은 “표준안대로 하지 않으면 추후 분쟁이 생겼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때문에 반드시 표준을 따르게 되면 진료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건국대 윤헌영 교수

절차 표준안 활용은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수의대생 교육에 반영

절차 표준안의 활용방안을 두고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소통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거듭됐다. 이미 개발이 완료된 10개 항목에 대한 절차 표준안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언승 동물병원협회 정책국장은 “이미 경력이 많은 수의사들에게 갑자기 (표준안을) 따르라고 하면 어렵다”면서 “학생들을 표준안에 따라 양성하면서 장기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상섭 수의교육학회장은 “절차 표준안은 추후 ‘진료수행’ 지침을 제작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의대생을 교육하는데 유용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강문 수의임상교육협의회장은 “진료 표준화는 동물병원과 학계, 소비자들이 일정 부분 동의할 수 있는 진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그만큼 일선 원장과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4년까지 100개 표준안을 만들겠다는 계획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단순히 진료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개원가에서 수긍할 수 있는 합의를 만들어내려면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준영 건국대 교수는 “절차 표준안 각각이 제대로 공론화되는 형태를 갖추려면 (2024년까지는)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진도 AAHA 가이드라인은 데이터 수집과 작성, 전문가 상호검토 등에 1~2년이 소요된다고 전했다.

 

절차 표준안이 표준수가제로 연결되나 우려에 대수는 ‘NO’

진료비 게시대상은 확대될 수도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일선 원장들은 절차 표준안이 추후 진료비 통제 수단으로 활용될 지 우려했다. 표준안이 제시한 절차를 기준으로 특정 가격을 고정(표준수가제)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사무총장은 “진료비를 표준화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절차 표준안 개발을 포함한 동물진료 표준화 관련 연구는 진료비 게시 의무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기준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표준수가제 논의와는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2010년대 중반부터 높아진 동물진료비 정보공개 요구에 대해 수의사회는 진료 표준화가 선행되지 않은 가격비교의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반대했다. 같은 질병에 대해서도 동물병원마다 검사·치료의 세부 구성이 다른데, 이에 대한 표준화에 앞서 가격만 비교하면 하향평준화될 우려가 크다는 취지였다.

이미 초·재진비, 전혈구검사 등 일부 항목의 진료비 게시가 의무화됐다. 향후 절차 표준안이 개발된 일부 진료항목의 비용 게시도 추가될 수 있다.

우연철 사무총장은 “절차 표준안이 100개까지 개발하더라도 농식품부가 이중 몇 항목을 고시할 지는 수의계와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동물진료 절차 표준안 개발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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