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원격의료 첫 시험대’ 안과 비대면 모니터링 규제샌드박스
에이아이포펫 AI 활용 반려동물 모니터링 사업에 2년간 실증특례..초진 후 재진에 한정
반려동물에 대한 원격의료가 첫 시험대에 오른다.
안과질환으로 대면 초진을 마친 환축에 대해 인공지능(AI) 앱으로 치료경과를 모니터링하는 형태다. 재진 환자를 원칙으로 하는 사람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과 유사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에이아이포펫이 신청한 규제샌드박스 ‘AI를 활용한 수의사의 반려동물 건강상태 모니터링 사업(이하 모니터링 사업)’ 과제가 16일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에이아이포펫·대수 참여한 갈등해결형 규제샌드박스
안과진료 재진에 한정
대학·안과전문병원 1~2개소서 실증사업
규제샌드박스는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영업이나 행위를 임시로 허가하거나 일정요건(시행주체와 범위)의 실험으로 실시하도록 허용해주는 제도다. 시범적으로 해보고 적합하다면 법을 바꿔 허용해주자는 취지다.
에이아이포펫은 앞서 반려동물의 눈을 촬영한 사진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의료영상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동물용 의료기기 허가를 취득했다. 이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치료 경과를 수의사가 비대면으로 모니터링하는 사업을 규제샌드박스로 신청했다.
국무조정실은 이 사업을 ‘갈등해결형 규제샌드박스’ 1호 과제로 선정했다. 대한수의사회가 직접진료를 원칙으로 하는 수의사법 규정, 의료사고 위험성 등을 우려하며 심의가 지연되면서다.
과제를 논의할 ‘갈등해결 샌드박스 협의회’에는 이해관계자(대한수의사회·에이아이포펫), 민간전문가, 대한상공회의소와 관계부처(국무조정실·과기정통부·농식품부)가 참여했다. 신청기업과 주무부처만 참여하는 기존 규제샌드박스와 달리 이해관계자와 민간전문가가 함께 참여한다는 차이가 있다.
협의회는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6차례의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실증방안과 조건에 합의했다.
심의위를 통과한 모니터링 사업은 향후 2년간 실증사업을 벌인다. 비대면 모니터링 서비스의 안전성, 사업성에 대한 실증 데이터를 수집한다.
실증사업은 안과진료의 재진에 한정한다. 수의사의 직접 진료로 초진을 마친 환축을 비대면으로 모니터링하는 형태다.
실증사업 수행주체는 대학 동물병원급 1~2개소, 안과진료 전문 동물병원 1~2개소로 제한된다. 수행 동물병원은 수의사의 학위, 경력, 평판 등을 고려해 협의회에서 판단한다.
동물병원 선정, 비대면 모니터링 서비스 구축 등 준비가 완료되면 올 하반기 중으로 실증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대면 재진 사이에 비대면 모니터링 추가
내원부담 없이 치료경과 확인
처방·의약품 배달 등은 지원 안 해
에이아이포펫 측은 비대면 모니터링 서비스를 통해 환축을 보다 면밀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치료경과를 가능한 자주 확인할 수 있다면 좋을 환축도 마냥 재진을 많이 잡을 수는 없다. 보호자의 현실적인 사정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때 비대면 모니터링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기존처럼 오프라인 재진을 잡으면서, 그 사이에 비대면 모니터링 일정을 추가로 잡는 형태다.
에이아이포펫 관계자는 “담당 수의사가 비대면 모니터링을 실시할 지를 판단하는 형태”라며 “대면 진료 사이에도 환축 상태를 보다 빈번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호자는 예정된 비대면 모니터링에 맞춰 미리 환부를 사진·동영상으로 촬영한다. 이를 AI가 분석한 결과를 수의사가 참고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화상통화나 인앱 채팅으로 소통할 수 있다.
에이아이포펫 관계자는 “기존의 전화상담은 환축 상태를 설명하기도 어렵고, 동물병원에서도 업무가 지연되는 불편함이 있다”면서 “(실증 사업에서는) 보다 빠르고 구체적으로 환축 상태를 확인하고, 내원 필요성을 명료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과정에서 환축에 문제가 확인된 경우 기존의 대면 진료 일정을 앞당기거나, 보호자에게 관련 내용을 재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비대면 모니터링 서비스는 재진의 일환으로, 유료 서비스다. 실증사업에서는 참여 병원이 자체적으로 비용을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실증사업은 안과 환축에 대한 재진 모니터링에만 국한된다. 플랫폼을 통한 처방전 발급이나 약품 배달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추가 처방이나 처치가 필요한 경우 기존처럼 대면 진료를 실시해야 한다.
에이아이포펫 측은 비대면 모니터링 과정에서 적용되는 AI 분석이 수의사가 참고할 수 있는 이상징후 발생 유무를 파악할 뿐, 특정한 진단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가령 눈을 촬영한 사진에서 AI가 ‘혼탁’을 찾아낸다 할 지라도 그 원인은 칼슘 침착, 노령성 핵경화, 백내장 등 다양할 수 있다.
에이아이포펫 관계자는 “하나의 이상징후가 많은 질환과 연관될 수 있음을 알리고 수의사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서비스다. 보호자와 병원이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수의사의 감별진단을 도울 수 있는 수의사 전용 인공지능 프로그램 및 진단보조기기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수의사회, 안전성·유효성·비용경제성 검증해야
“원격 동물의료 관련 정책연구, 협의과정 필요”
갈등해결 샌드박스 협의회는 실증사업 개시 이후에도 분기별로 개최된다. 실증개시 6개월 이후 사업 범위를 확대할 지 여부를 재논의한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과기정통부가 국무조정실과 함께 추진한 제1호 갈등해결형 규제샌드박스로, 이해관계자와 갈등요인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실증계획 수립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자평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대한수의사회는 원격 동물의료에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실증 사업에 대해) 의학적 안전성, 임상적 유효성, 비용경제성을 검증해야 한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상담도 안전하고 유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증사업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일선 동물병원들이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거나 수용성이 높지 않다면 실용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다만 규제샌드박스를 계기로 원격 동물의료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이미 수의사 사이의 원격 협진이나 원격진단보조 행위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만큼 원격 동물의료에 대해 수의계의 통일된 입장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원격 동물의료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허용한다면 어디까지 허용할 지에 대한 논의를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연구와 협의과정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