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허위 비방글, 명예훼손·인격권 침해..법원, 삭제 명령

충현동물병원, 비방글 삭제 가처분 승소..진료과정 상세기록, 적극적 소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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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이 치료시기를 놓쳐 반려견이 사망했고 진료기록부까지 조작했다는 식의 허위 게시글에 대해 법원이 삭제를 명령했다.

1심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기각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비방글들이 진실도 아니고,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도 아닌만큼 명예훼손 내지 인격권 침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승소 판결을 만들어낸 충현동물병원 강종일 원장은 “명예회복을 위해 진실을 제대로 밝혀야 했다”면서 “비방에 시달리는 다른 병원들을 위해 선한 판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다”고 전했다.

보호자A는 네이버 지도 리뷰란 뿐만 아니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비방글을 게시했다.
재판부는 가처분 신청이 접수된 56개의 비방글 중 9개를 제외한 47개의 삭제를 명령하고, 이와 동일한 취지의 글을 인터넷상에 추가로 게시하는 것도 금지했다.

상급 동물병원으로 전원 후 폐사했는데 비방글..삭제 가처분 소송으로

보호자A의 반려견B는 지난해 구토, 설사, 점액성 혈변 등의 증상으로 충현동물병원에 내원했다. 9월 21일과 28일 통원치료를, 10월 1일부터 5일까지 입원치료를 받았다.

입원을 시작한 10월 1일에 혈액검사와 췌장염 진단키트 검사(양성) 등을 통해 췌장염과 혈소판감소증으로 잠정 진단됐다. 입원치료로 췌장염은 호전됐고, 전혈 수혈 후 빈혈은 개선됐지만 혈소판감소증은 지속됐다.

충현동물병원은 보호자A의 제주도 방문 일정과 잠복기를 고려해 10월 4일과 5일 양일간 개 바베시아 진단키트 검사를 실시했지만 모두 음성이었다. 5일 상급 동물병원에 PCR 검사 등을 통한 감별진단을 요청하며 전원 조치했고, 전원 당일 바베시아로 진단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전원한 상급 동물병원은 반려견B가 분리불안을 보이고 임상증상이 심하지 않아 당일 퇴원 후 익일 내원토록 했다.

하지만 이튿날(10/6) 새벽 보호자가 약을 먹이던 중 기력저하와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났다.

6일 오전 상급 동물병원의 흉부 방사선 검사상 폐침윤·흉수가 두드러져 오연성 폐렴 혹은 비심인성 폐수종(NCPE)이 의심됐다. 이에 대해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7일 새벽 0시경 사망했다.

이후 보호자A는 충현동물병원의 네이버지도 리뷰란을 비롯해 주요 반려동물 인터넷 커뮤니티와 네이트판,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 등에 충현동물병원에 대한 비방글을 다수 게시했다.

충현동물병원의 오진으로 바베시아 치료시기를 놓쳐 반려견이 사망했고, 입원장을 패드로 가리는 등 방치했으며, 진료기록부까지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동물병원 측이 사실과 다른 비방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다툼은 법정으로 이어졌다. 충현동물병원 강종일 원장은 보호자A의 비방글이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에 해당된다며 삭제를 위한 가처분을 요청했다.

1심 서울동부지법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8월 30일 일부를 제외한 비방글의 삭제를 명령했다. 채무자인 보호자A가 동일한 취지의 글을 다시 인터넷상에 게재하는 것도 금지했다. 보호자A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法, 주의의무 위반 아냐..오연성 폐렴 사인 가능성 지목

진실 아닌 게시글, 공공의 이해에 관한 것도 아냐..명예훼손 내지 인격권 침해

서울고법 재판부는 충현동물병원장이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빈혈의 원인이 바베시아 외에도 다양한만큼, 10월 1일 빈혈 증상을 확인했다고 해서 바베시아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이 주의의무 위반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보호자A가 9월 10~15일 사이에 반려견B를 데리고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지만, 진료 과정에서 ‘반려견을 데리고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잔디밭을 다니거나 풀밭에서 산책을 하지 않았고 진드기에 물린 적은 없다’고 했으므로 진드기 감염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을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보호자A 측은 해당 진술이 진료기록부에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병원 진료기록부는 작성 및 수정내역이 기록되는 전자차트로, 이 사건 반려견에 대해 작성된 진료기록부가 사후 수정됐다고 의심할만한 정황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본안소송에서 확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반려견의 직접 사인은 바베시아가 아닌 오연에 의한 폐렴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함께 지목했다. 바베시아 진단이 늦어 반려견이 사망했다는 보호자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입원한 반려견B의 입원장 유리문 일부를 가림막으로 일시 가린 것에 대해서도 ‘안정을 취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동물병원 측 설명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보호자A가 게시한) 게시글 내용이 진실이라고 볼 수 없다.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도 아니다”라며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채권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작성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채권자에 대한 명예훼손 내지 인격권 침해 행위”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가처분 신청이 접수된 56개의 비방글 중 9개를 제외한 47개의 삭제를 명령했다.

 

폐사 사실 숨긴 채 여러 차례 방문해 질문·항의

상세히 남겨둔 기록 힘입어 승소

강 원장에 따르면, 보호자A는 반려견B가 폐사한 이후에도 한동안 이 사실을 숨긴 채 충현동물병원을 여러 번 방문해 반려견B의 입원 치료 당시에 대해 반복적으로 질문했다.

당해 12월 23일 보호자A가 지정한 다른 동물병원으로 진료기록부를 보내 공유하기도 했지만, 정작 강 원장은 이튿날(12/24)이 되어서야 보호자A를 통해 반려견B가 10월 7일에 이미 폐사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강종일 원장은 “반려견B의 사망 사실을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이런 송사 대신 보호자를 위로하고 상실의 슬픔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찾아볼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진료과정에서 상세히 기록해둔 자료들이 소송에 도움이 됐다는 점도 지목했다. 바베시아진단키트 검사 결과를 찍은 사진의 핸드폰상 촬영시각이나 보호자A와 진료과정에서 나눈 카카오톡 대화내용 등이다.

보호자A가 혈소판감소증 안내를 전원일(2022년 10월 5일)이 되어서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양측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 반려견B의 혈소판 수치가 ‘여전히’ 낮다는 표현이 사용됐다는 점을 근거로 보호자A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이전인 10월 1일 진료부에도 혈소판감소증에 대한 감별진단 기록이 남아 있었다.

강종일 원장은 “34년간 임상수의사로 최선을 다해 반려동물을 치료했던 병원의 노력이 사실이 아닌 비방글로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면서 “진실을 밝혀야 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진실은 승리한다는 선한 판례 남겨야’ 사명감

법률 대응 정보 공유 필요

강 원장은 비방글이 올라왔던 주요 반려동물 커뮤니티에도 여러 차례 소명글을 올려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강 원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보호자들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결과를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와 자책감에 빠지게 되는 것도 이해한다”면서도 “그 도가 지나쳐 사실이 아닌 주장이나 비방을 한다면, 수의사는 두려워 말고 진단·치료과정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1심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패소했을 때도 믿음은 확고했다. 강 원장은 “1심에서 패소했을 때도 우선 저 자신에게 떳떳했고, 항상 정성을 다하여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팀원들 그리고 믿고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고객분들 때문에 굴욕적으로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 “진실이 왜곡되어 비방에 시달리는 동료 병원들도 많은데, 이들을 위해 선한 판례를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다”고 전했다.

처음이었던 법적 대응과정에서 시행 착오도 겪었다. 강 원장은 “여러 변호사를 만나본 결과 변호사 선택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전문성을 갖춘 열정이 있는 성실한 변호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했다”면서 승소를 이끈 법무법인 세종에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안 좋은 소문이 날까 두려워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보니 수의사 과실이 아니어도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면서 “수의사 사이에서 법률적 대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고 덧붙였다.

강 원장은 “(문제가 된 비방글을) 10일 이내에 삭제하라는 가처분 판결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비방글은 삭제되지 않고 유사 비난 글도 올리고 있다. 악성 허위사실 유포로 짓밟힌 우리 병원의 명예회복이 급선무”라며 “정의와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동물병원 허위 비방글, 명예훼손·인격권 침해..법원, 삭제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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