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일 동물병원의 주요 진료비에 대한 진료비 공시제가 처음으로 시행됐습니다.
올해 1월부터 수의사가 2명 이상인 동물병원은 초·재진료, 백신비, 입원비, 전혈구 검사비, 엑스레이 검사비 등을 모두 게시해야 하는데요(진료비 게시제), 정부가 이를 조사한 뒤 홈페이지(동물병원 진료비 현황조사 공개 홈페이지)를 만들어 지역별로 공개한 것입니다.
조사 대상은 수의사 2인 이상 동물병원(전국 1,008개)이었습니다.
공시 대상인 진료비는 초진 진찰료, 재진 진찰료, 상담료, 입원비, 백신(종합·광견병·켄넬코프·인플루엔자), 전혈구검사비/판독료, 엑스선촬영비/판독료 11개 항목인데, 초·재진료, 종합백신 등은 개·고양이를 별도로 조사했습니다. 입원비는 개의 크기(소형·중형·대형)에 따라 구분됐습니다.
진료비 공시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누구나 광역지자체(시도), 기초지자체(시군구)별로 동물진료비의 중간비용, 최저비용, 최고비용, 평균비용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료비 공시제 시행 직후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역 동물병원의 백신 접종 비용을 꽤 정확하게 알고 있는데, 공개된 자료의 최고비용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이었습니다.
이에 데일리벳에서 ‘공시된 진료비가 정확한지’를 놓고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데일리벳 홈페이지를 통해 8월 4일부터 11월 8일 오후 2시까지 진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총응답자 438명 중 344명(79%)이 ‘정확하지 않은 편이다’를 선택해 공시제가 오히려 보호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대체로 정확한 편’이라는 응답은 21%(94명)에 그쳤습니다.
설문조사 참여자들은 “최곳값, 최젓값을 제외하고 공개해야 한다”, “진료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부족해 동물병원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 “온라인 조사 때 거짓으로 입력해도 이를 걸러내지 못하는 것 같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내년 1월부터는 수의사 1명뿐인 ‘1인 동물병원’도 진료비를 게시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진료비 공시제 대상도 전국 모든 동물병원으로 확대될 겁니다.
올해 지적된 사항을 보완하지 않은 채로 내년에 진료비 조사 대상이 전국 모든 동물병원으로 확대되면 더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동물병원 이용자의 알권리와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는 동물진료비 공시제의 취지를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