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보여주면 진료비 10% 할인’ 동물병원 유인행위 논란
신용카드사 연계로 진료비 할인 혜택 제공...의료기관에서도 논란된 적 있어
한 반려동물 플랫폼 업체가 카드사 제휴를 통해 동물병원 진료비 할인 이벤트를 펼치고 있어 논란이다.
개원가에 따르면, 최근 카드사와 제휴를 맺은 플랫폼이 보호자에게 ‘동물메디컬센터 혜택 광고 문자’를 발송했다고 한다. 문자를 받은 회원이 특정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결제 시 문자메시지를 안내데스크에 보여주면 진료비 10%를 즉시 할인해준다는 내용이다(최대 3만원).
이벤트 기간은 1월 31일까지다.
이 이벤트가 알려지자 “해당 플랫폼이 또 논란을 일으켰다”, “수의사법 유인행위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당 반려동물 헬스케어 플랫폼은 2022년 5월 심장사상충예방약 진료비에 현금성 페이백을 제공하는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했다가 논란이 됐고, 그해 8월에는 온라인 동물등록을 홍보하며 “아직도 동물병원 가서 동물등록 하세요?”라는 자극적인 홍보 문구를 사용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플랫폼은 또한, 제휴를 맺은 동물병원과 함께 건강검진 20% or 모든 진료 15%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동물병원 간편예약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관에서도 논란됐던 카드사 제휴 혜택…보건복지부 “의료법 준수” 당부하기도
의료법보다 부실한 수의사법…”유인행위 적용 여부는 고발해봐야 알 수 있어”
신용카드사와 의료기관의 제휴 행위는 의료계에서 이미 논란이 된 바 있다. 종합검진 비용 할인, 연1회 무료검진 서비스 제공, 우대진료예약 서비스 제공, 포인트 적립 제공 등 다양한 형태의 카드사 제휴 의료서비스 제공이 성행하자 보건복지부가 직접 나서 주의를 당부한 적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신용카드사가 소수의 의료기관을 특정하여 자사 고객에게 해당 의료기관 이용 시 진료비 할인, 무료검진, 진료예약, 진료비 일부 포인트적립 등의 제휴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이는 해당 고객들에게 특정 의료기관 이용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로 의료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행 의료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제27조제3항). 특히, ‘누구든지’ 그런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유인행위를 한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소개·알선한 사람·기업도 처벌한다.
의료법을 위반해 의료기관으로 소개·알선·유인행위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수의사법 역시 유인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의사법은 의료법보다 법의 적용이 제한적이다.
수의사법 시행령 제20조의2(과잉진료행위 등)는 ‘다른 동물병원을 이용하려는 동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를 자신이 종사하거나 개설한 동물병원으로 유인하거나 유인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일명 수의사법 유인행위 금지 조항이다.
의료법이 ‘누구든지’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했을 때 형사처벌까지 받는 것과 달리 수의사법은 유인행위를 한 수의사만 처벌되고,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처분만 받는다(수의사의 면허효력정지).
여기에 ‘다른 동물병원을 이용하려는 동물의 소유자’라는 전제조건까지 있어 포괄적인 적용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드사 제휴를 통한 동물진료비 할인 행위가 수의사법상 유인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러 전문가 및 협회에 문의한 결과, 공통으로 “문제의 소지가 크고, 유인행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의료법이었다면 100% 유인행위에 해당할 텐데, 수의사법은 알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번 진료비 할인 이벤트가 유인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실제 고발이 이뤄져서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의사 출신 법무법인 케이디에이치의 이상민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의료 전문변호사이기도 한 이상민 변호사는 “영리 목적의 환자유인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과 달리 수의사법은 ‘다른 동물병원을 이용하려는 동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를 자신이 종사하거나 개설한 동물병원으로 유인하거나 유인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의료법과 수의사법의 환자유인행위 금지 문구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으므로 수의사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요건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든지 환자유인행위를 하면 형사처벌까지 받게 한 의료법과 다르게 수의사법은 환자유인행위가 수의사의 면허효력정지 사유로만 되어 있다”며 “(이번 사건이 수의사법상 유인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진료비 할인을 제공한다는 문자를 보낸 카드사는 처벌받지 않고 수의사만 면허효력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의사법상 유인행위는 수의사만 행정처분을 받기 때문에 외부의 제휴·협력 제안에 수의사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였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동물병원 경기가 매우 안 좋아졌고, 반려동물 업계도 전반적으로 주춤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불법 소지가 다분한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며 “불법행위로 처벌될 수도 있고, 주변에도 피해를 주는 행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