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 좋다는데..동물병원 개원은 오히려 늘었다
2023년말 국내 동물병원 5,135개소..코로나 이후 낮아진 폐업강도 지속
지난해 국내 동물병원이 123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개업과 폐업건수 모두 소폭 늘었지만, 신규대비폐업비율은 다소 낮아졌다.
코로나 이후로 연간 폐업건수가 줄고, 의료기관과 비교해도 종별 폐업률이 의원급과 비슷할 정도 낮아졌다. 개·폐업 지표만 보면 폐업이 다소 줄어든 셈이다.
경기 나빠 힘들다는데..개업은 늘고 폐업은 줄어
행정안전부가 매월 갱신하는 전국 동물병원 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3년말 기준 국내 동물병원은 5,135개소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농장동물 등 축종별 동물병원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지난해 개원한 동물병원은 298개소로 집계됐다. 2016년 이후 연간 개원건수는 대체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는데, 2023년 들어 소폭 반등했다.
동물병원 업계에서는 2023년 고금리에 따른 경기 여파로 경영상황이 전년 대비 악화됐다는 반응이 많았던 반면, 개원은 증가하는 반대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폐업은 175개소로 전년(171)과 비슷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연간 폐업건수는 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는데, 이후 조금씩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연간 폐업건수를 개업건수로 나눈 ‘신규대비폐업비율’은 전체 숫자의 증감 경향을 나타낸다.
2023년 신규대비폐업비율은 58.7%로 전년보다 소폭 낮아졌다. 순증폭도 104개에서 123개로 늘었다. 동물병원수의 증가 경향이 더 커진 셈이다.
동물병원 줄어든 곳 대전·대구·제주
인천·울산은 2023 폐업 0
시도별 편차도 눈에 띈다. 인천과 울산은 데이터상으로는 지난해 폐업한 동물병원이 한 곳도 없었다. 각각 개원만 11건, 2건을 기록했다.
개업보다 폐업이 많아 전년보다 동물병원이 줄어든 곳은 대전, 대구, 제주로 나타났다. 제주도의 신규대비폐업비율은 250%로 매우 높았지만, 개업(2건)과 폐업(5건) 모두 많지 않았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개폐업 숫자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서울과 경기의 신규대비폐업비율은 평균치 인근에 위치했다. 서울은 62.2%, 경기는 59%를 기록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83개 동물병원이 개업하고 49개가 문을 닫아 가장 활발한 개‧폐업을 보였다. 서울(개업45, 폐업28)이 뒤를 이었다.
경기도의 신규대비폐업비율은 2020년 46%로 낮은 편이었지만 2023년 59%까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은 2022년 개·폐업 숫자가 동률을 이뤘지만(신규대비폐업비율 100%), 2023년에는 신규대비폐업비율이 62%로 다소 완화됐다.
의료기관과 비교하면 의원급과 비슷..폐업률 3%초반
2010-2019 개원한 동물병원의 5년 생존율은 평균 73%
개원한 이듬해와 그 다음해가 생존 고비
의료정책연구원은 의료기관의 종별 폐업률을 계산하기 위해 한해 폐업기관수를 폐업기관+총 운영기관수의 합으로 나누어 ‘폐업률’을 산출하고 있다. 이 ‘폐업률’은 의료기관의 폐업강도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산출방식을 동물병원 인허가 데이터에 동일하게 적용한 결과 2023년 동물병원 폐업률은 3.3%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의 추이를 보면, 코로나 이전 동물병원의 폐업률은 4~5%대를 기록했다. 사람 의원보다는 높고, 사람 병원보다는 낮다.
반면 코로나를 기점으로 2020년 이후로는 3%초반대로 개선됐다. 사람 의원과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개업한 동물병원은 총 3,362개소다. 이들이 개원 직후 5년 동안 생존했는지 여부를 추적한 결과 5년 생존율은 평균 약73%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에 5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동물병원은 910곳이다. 개원한 당해를 0년차로 볼 때, 5년을 버티지 못한 동물병원 중 절반이 넘는 487곳이 1~2년차에 폐업을 신고했다. 개원한 이듬해와 그 다음해가 중요 고비인 셈이다.
개원 연도별 5년 생존율은 2017년 개원한 동물병원들이 80%로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전체 폐업건수는 2019년 이전 대비 다소 줄어들었는데, 코로나 기간을 포함한 5년생존율은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지역별 경향을 다룬 후속기사가 이어집니다-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