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과잉진료로 강아지 죽었어요” 댓글..명예훼손 무죄 이유는?
재판부 '용어 사용 정확하지 않은 측면 있어도 허위 사실 적시했다고 볼 수 없어'
인터넷 커뮤니티 앱에 올라온 동물병원 문의 글에 비방하는 댓글을 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본지가 입수한 판결문을 바탕으로 무죄 선고 이유를 자세히 살펴본다.
2021년 7월 17일 동물병원 방문…7월 19일 강아지 사망
2022년 2월 4일 커뮤니티에 올라온 동물병원 추천 요청 글에 “과잉진료로 이틀만에 (강아지가) 무지개다리 건넜어요. 저처럼 후회할 일 만드실까봐 흔적 남깁니다” 댓글
보호자 A씨(54세)는 2021년 7월 17일 밤 10시 키우던 반려견이 호흡불안 등의 증세를 보여 인천의 B동물병원을 방문했다. A씨의 반려견은 이 병원에 입원하여 검사와 치료를 받다가 입원 후 26시간 정도가 지난 7월 19일 0시 5분경 사망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의 반려견은 입원 당일과 다음날 각각 ‘혈액검사-CBC종합검사, 혈액검사-전해질 및 가스분석 검사, 혈액화학검사-전종목종합검사, 혈액화학검사-염증·면역·종양, 단순방사선촬영 디지털 B2컷” 등의 검사를 받았고, 이러한 검사 항목이 기재된 진료비 청구서를 받았다고 한다.
A씨는 몇 달이 지난 2022년 2월 4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앱에 올라온 “근처 24시 동물병원 진료 잘 보나요? 과잉진료나 검사 같은 거 하지 않고요. C로 다녔는데 좀 멀어서 집 근처로 한 번 가볼까 하는데요”라는 질문 글에 “B동물병원에서 과잉진료하다 이틀만에 무지개다리 건넜어요. 저처럼 후회할 일 만드실까봐 흔적 남깁니다”라는 댓글을 게시했다.
이후 다음 날 다시 “억울한 것도 많고 할 말도 많은데 상대하기 싫어서 그냥 넘어갔어요. 살아서 돌아올 것도 아니고 그 당시 제가 완전 패닉상태였어서. B동물병원 간다는 사람 있으면 쫓아가서 말리고 싶지만 결국은 자기 선택이니까 상관 안 하려 눈 감고 있네요.”라고 댓글을 적었다.
이에 대해 동물병원 측은 A씨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정보통신망법 위반)로 고소했다.
검사 측은 “A씨가 강아지가 죽자 동물병원의 진료 과정에 불만을 품게 되었고, 질문 글에 댓글을 게시했는데, A씨는 동물병원의 진료과장으로부터 강아지의 상태가 위독한 사실을 전해 듣고도 입원 치료를 받기로 결정하여 위 강아지의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와 방사선촬영을 진행한 것으로, 위 동물병원이 죽을 것이 확실시되는 강아지를 상대로 불필요한 진료를 하였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며 A씨가 동물병원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 있어도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어”
“한정된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댓글 달아…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
하지만, 지난달 17일 재판부(인천지법 형사8단독, 김지영 부장판사)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양한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적시된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로 물품을 사용하거나 용역을 이용한 소비자가 인터넷에 자신이 겪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글을 게시하는 행위에 비방의 목적이 있는지는 제반 사정을 두루 심사하여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덧붙이며 “피고인이 게시한 댓글의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 이외에도 어플 이용자들이 댓글을 다는 방법으로 각자 경험한 병원 진료 관련 경험담 등을 공유했고, A씨의 표현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체로 주관적인 감정이나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과잉진료’라는 용어도 다양한 검사항목이 기재된 진료비 청구서를 받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그 용어 사용이 정확하지 않은 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허위의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즉, 피고인의 글은 ▲병원을 실제 이용한 소비자로서 겪은 일과 이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담은 이용 후기인 점 ▲감정적이고 다소 격앙된 표현이 사용되기는 했지만 입원 직후 반려견이 죽자 병원의 진료과정에 불만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동물병원에 관한 정보는 반려견을 키우는 견주들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으로 피고인은 동물병원을 이용하려는 견주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글을 달았다는 취지로 동기를 밝히기도 한 점 ▲영리목적으로 동물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피해자로서는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명을 어느 정도는 수인하여야 하는 점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공표 상대방은 어플 회원이나 동네생활 게시판에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에 한정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의 글은 동물병원에 대한 정보를 구하고자 하는 견주들의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 및 의견 제공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처럼 피고인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이 사건 병원에 대한 불만 제기와 같은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