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원장 A씨는 지난 1월 19일 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자신의 개를 데리고 외국으로 출국하려던 보호자 B씨가 검역본부 측에 제출한 광견병 예방접종 증명서에서 오타가 발견됐다는 전화였다.
하지만 해당 예방접종 증명서는 A원장이 직접 작성한 증명서가 아니라, 보호자 B씨가 위조한 증명서였다.
급하게 개를 데리고 외국으로 출국해야 하는 B씨가 광견병 예방접종 증명서의 ‘동물병원 명칭’ ‘병원 소재지’ ‘수의사 면허번호’ ‘수의사 성명’ ‘서명’ 부분을 본인이 임의로 작성해 버린 것. 심지어 수의사 면허번호는 A원장의 면허번호와도 달랐다.
A원장은 검역본부 측에 해당 접종 증명서를 발급한 적이 없다고 알렸고, 검역본부 측은 B씨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발 조치했다. 결국 B씨는 3월 20일 벌금형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데리고 출국을 할 경우, 공항 안에서 검역을 받게 된다. 이 때 필요한 기본 제출서류가 검역신청서와 광견병 예방접종 증명서다.
광견병 예방접종 증명서에는 동물소유자 정보와 접종동물에 대한 정보, 그리고 예방접종약, 접종량, 실시방법, 면역 유효기간 및 동물병원·수의사 정보만 적으면 되기 때문에 백신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은 동물병원의 명칭과 주소, 수의사 이름만 알면 쉽게 위조가 가능하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수의사 면허번호까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에는 면허번호를 가짜로 입력하게 되기 때문에, 수의사 이름과 면허번호만 확인해도 증명서 위조여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증명서에서 우연히 오타가 발견되어 위조가 발각된 경우”라며 “B씨는 특정 품종 동우회 회장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위조가 처음이 아닐 수도 있다. 증명서 위조가 어렵지 않은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