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미용사·훈련사의 행동문제 대응 협업은
비강압적 반려견 교육 전문가 네트워크 ‘동행’ 첫 오프라인 컨퍼런스
비(非)강압적인 반려견 교육을 위한 전문가 네트워크 ‘동행’이 9월 22일(일) 서울역 인근 삼경교육센터에서 첫 오프라인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동행을 설립한 수의사 이우장 원장(하이반려동물행동클리닉)과 훈련사 구준회 원장(바른샘반려견유치원), 미용사 이태경 대표(어글리독)가 수의사-훈련사-미용사간 협업 케이스를 소개했다.
동행은 전문가 정회원을 중심으로 협업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사례 공유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운영진 3인이 올초 설립한 동행은 비강압적인 방식으로 반려견을 교육하는 수의사와 훈련사, 미용사가 서로를 알고 협력하기 위한 전문가 네트워크다.
침습과 혐오를 최소화하는(Least Intrusive, Minimally Aversive) 비강압적 교육의 가치와 원리를 이해하고 준수하는 수의사와 미용사, 훈련사를 모은다.
이날까지 운영진을 포함해 전국에서 35명이 정회원으로 합류했다(수의사3, 훈련사20, 미용사12). 이중 절반이 이날 첫 컨퍼런스에 자리했다. 전국에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장소도 서울역 인근으로 잡았다.
초기 온라인 세미나 위주로 진행됐던 정회원간 교류는 이날 오프라인 케이스 스터디로 구체화됐다. 수의사, 훈련사, 미용사의 양자 협력 또는 3자간 협력 증례를 소개했다.
미용실이나 낯선 차량·공간에서 과도한 불안을 보였던 슈나우저부터 보호자까지 수차례 물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말티즈, 분리불안 등 다양한 케이스를 수의사, 훈련사, 미용사 관점에서 각각 발표했다.
케이스 스터디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수십 차례 이상 교육 세션을 진행하며 서서히 개선을 유도해나간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가령 미용실에서 큰 불안을 느끼는 반려견을 교육하는데 당장 미용가위를 꺼내지 않는 식이다. 먼저 미용사와 친해지고, 미용하는 공간과 친해지고, 미용할 때 올라가는 매트와 친해지고, 그 공간에서 사람과 무리없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개선되면 그제서야 사람 손이 닿는 스킨십이나 미용도구에 대한 둔감화를 시도했다. 필요하면 반려견이 편하게 여기는 집이나 산책길을 미용사가 찾아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수의사와도 세밀하게 협업한다. 반려견이 불안을 느끼는 양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하면 항불안제를 평소에도 먹도록 처방하고, 미용교육날이나 실제 미용날처럼 스트레스 자극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날에 맞춰 용량을 세밀하게 추가 조절하는 식이다.
이태경 대표는 “친해지는 기간만 두 달 이상 소요될 것 같으면 행동의학 진료를 받아보실 것을 권한다”면서 “비강압적 방식으로 교육하려면 여러 번 만나 조금씩 좋아져야 하는데, 진료의 도움을 받으면 보호자의 시간적, 감정적, 금전적 소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준회 원장은 비강압적으로 천천히 교육하는 것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보여도 가장 빠른 길이라는 점을 지목했다. 수의사와의 협업도 단순히 병원에 보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의사의 처방과 보호자의 의견, 훈련사가 보는 상황을 종합해 트레이닝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우장 원장은 “동행은 반려가족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반려동물 전문가 간 체계적인 협업을 체계화할 것”이라며 “정회원 간 협업 증례를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