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의료에 있어 ‘항생제 사용’은 반려인뿐만 아니라 수의사에게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특히 수술을 하게 되면 조직이 손상되거나 출혈이 발생하여 세균이 쉽게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동물의 면역 체계가 약해져 감염에 더 취약해 집니다.
수술 후 감염이 되면 회복이 지연되면서 염증,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작은 감염이라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감염의 위험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 바로 ‘항생제’입니다.
보통 수술 시 ‘전신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신 항생제를 사용하는 본질적인 목적은 세균성 질병을 효율적으로 예방·치료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반대급부적으로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항생제 사용 후 발진, 두드러기 등이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이나 쇼크 등 과민반응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신 항생제는 내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천명선 교수는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은 (항생제내성) 위험을 높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감수성 검사에 기반하지 않은 목적이 불분명한 사용이나 치료용 농도에 못 미치는 낮은 농도 사용, 또는 반복적이거나 투여 기간을 지키지 않은 사용은 위험하다”(Principles for the Prudent use of Antimicrobials, 2015)고 밝혔습니다.
항생제 내성(Antibiotic resistance, AR 또는 Antimicrobial resistance, AMR)에 관한 이슈는 사실 1900년 중반부터 꾸준히 보고됐습니다. 특히 1948년 페니실린에 대한 저항성을 갖는 포도상구균(Staphylococci)이 세계 전역에 보고된 이후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ethicillin resistant Staphylococcus, MRSA)의 등장으로 항생제 내성의 위험성이 대두됐습니다. 이후 다양한 계열의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세균들이 세계 각지에서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산업동물 수의사를 위한 항생제 길잡이, 농림축산검역본부, 2022).
우리나라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18년도부터 ‘국가 항생제 사용 및 내성 모니터링’ 사업에 반려동물을 추가해서 주요 항생제 성분별 내성률과 다제내성 여부를 살피고 있는데, 병원성 세균에서 높은 항생제 내성이 확인됐습니다.
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피부질환 유래 S.pseudintermedius 균의 내성률은 개의 경우 약 80%, 고양이의 경우 77%(페니실린 기준)에 달했으며, 설사 유래 대장균에서 내성률은 개의 경우 약 60%, 고양이의 경우 61%(테트라사이클린 기준)였습니다.
이는 타 국가와 비교 시 현저히 높은 수준이었는데, 개·고양이의 피부질환 유래 S.pseudintermedius 균의 내성률은 유럽보다 약 3~4배 정도 높았습니다.
이는 결국 전신 항생제의 장기적 사용이 초래한 결과입니다.
항생제를 오·남용해서 균이 내성을 갖게 되면 특정 질환에 대한 치료가 정말 필요할 때 항생제가 제 역할을 못 할 수 있고, 더 강한 효능의 항생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장기적으로 반려동물의 신장과 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혈중 내 독성 농도가 높아지면 반려동물의 건강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단순히 반려동물의 감염 문제를 넘어 사람에게도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공중 보건에도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반려동물 항생제 사용도 ‘원헬스’ (One Health :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이 세 가지 분야에서 발생하는 건강 문제를 통합적이고 협력적으로 접근하는 개념)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항생제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처방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동물 항생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 동물의료 분야에서 전신 항생제 대신 국소적으로 작용하는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소적으로 작용하는 항생제는 혈중 독성을 최소화하면서 감염 부위에 직접 효과를 발휘하여 내성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겐타마이신 콜라겐 스펀지(Gentamicin-impregnated collagen sponge: GICS)입니다. 이 제품은 수술 부위 감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면서 전신 항생제가 갖고 있던 치명적인 내성균 문제를 해결하여 반려동물의 빠른 회복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기대받고 있습니다.
다음 기고문에서는 겐타마이신 콜라겐 스펀지(Gentamicin-impregnated collagen sponge: GICS)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