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에 이어 화성도? 일반시민도 이용가능한 시립 반려동물진료센터 추진
9월 개관 목표로 일반시민 반려동물까지 무료 동물등록·백신접종..화성시수의사회, 반대 목소리
경기도 화성시가 공공동물병원(시립 반려동물진료센터) 건립을 본격화한다. 지난해 문을 연 김포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와 같이 일반시민의 반려동물까지 진료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세금을 들여 취약계층이 아닌 일반시민의 반려동물까지 무료 혹은 싼값에 진료해주는 방식이다. 선심성 정책인데다 일선 동물병원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포보다 일반시민 혜택 더 키워
일반시민 반려동물까지 무료로 동물등록·광견병백신접종
화성시는 최근 관내 동물병원 83개소를 대상으로 시립 반려동물진료센터 설치에 대한 의견을 조회했다.
이에 따르면 시립 반려동물진료센터는 직영 반려동물입양센터와 함께 조성된다. 오는 9월부터 운영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진료항목은 크게 기본진료와 선택진료로 나눴다. 기초상담 및 진찰, 내장형 동물등록, 광견병 예방접종을 포함한 기본진료는 무료다. 종합백신, 엑스선 촬영, 혈액검사, 심장사상충 검사는 선택진료로 분류해 진료비를 받되, 30~70%까지 감면한다.
문제는 시립 반려동물진료센터가 시내 취약계층 반려동물, 입양센터의 유기동물뿐만 아니라 일반시민의 반려동물까지 진료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 관련 보도에서 화성시는 민선8기 공약 중 하나로 시립 반려동물진료센터 설립 계획을 전하면서 취약계층 소유 반려동물, 유실·유기동물에 대한 기본진료를 내세웠다. 일반시민의 반려동물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1년여가 지나자 돌연 포함됐다.
시립 반려동물진료센터가 제공하는 진료서비스가 일선 동물병원과 겹치는 만큼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해 일반시민에 대한 진료서비스 제공으로 논란을 빚었던 김포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보다 정도가 더 심하다.
김포의 경우 일반시민은 초·재진·상담과 내장형 동물등록, 광견병 예방접종, 엑스레이와 전혈구검사만 이용할 수 있다. 초·재진·상담을 제외하면 일반시민은 진료비를 지불해야 한다. 심장사상충예방과 종합백신은 취약계층에게만 제공된다.
반면 화성시가 준비 중인 시립 반려동물진료센터는 종합백신도 일반시민에게 제공한다. 광견병 예방접종과 내장형 동물등록은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일반시민에게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세금으로 무료·저가 진료, 일선 동물병원 피해 불가피
동탄호수공원 옆 도심지 ‘어차피 주변에 동물병원도 많은데..’
경기도수의사회와 화성시 분회는 1월 7일(화) 온라인 회의를 열고 시립 반려동물진료센터 대응을 논의했다. 일반인 소유 반려동물의 진료까지 세금을 들여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백신접종이나 엑스레이, 혈액검사 등은 관내 동물병원에서도 폭넓게 이뤄지고 있는만큼 화성시가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한다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시립 반려동물진료센터를 설립·운영하면서 일반시민 반려동물 진료까지 지원하는데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포퓰리즘적인 선심성 공약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차라리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면서, 기존에 화성시가 운영하고 있는 바우처 방식의 공공형 반려동물병원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정 시립 진료시설을 마련한다면 반려동물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읍면단위 벽지로 입지를 전환해야 한다는 점도 지목됐다.
설립 부지로 예고된 동탄라크몽은 동탄호수공원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에 동물병원도 여럿이다. 가까운 곳에서 동물병원을 찾기 어려운 읍·면 지역도 아니다.
화성시 관계자는 “설립 부지는 재검토 중”이라면서도 “화성시내 취약계층의 거주지를 분석해보면 (동탄라크몽이 속한) 화성시 동부와 (읍면지역인) 서남부에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반시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어서 (지원대상) 확대를 검토했다”면서 “관내 동물병원으로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술·처치는 하지 않고, 보건소 개념으로 검사하면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면 주변 동물병원을 찾게끔 유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광견병 예방접종 무료제공에 대해서는 봄·가을 관납백신에 한해 자기부담금을 면제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주변 영향 최소화하겠다며 제한적 검사만? 비용 부담 중복 지적
‘취약계층 바우처 지원이 훨씬 효율적’
시립기관이 일반시민에게 백신접종·동물등록을 무료로 제공하면 주변 병원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주변 병원으로의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며 엑스레이, 혈액검사만 하겠다는 형태는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검사 결과 이상이 발견돼 주변 병원에 다시 가면 결국 처음부터 다시 진료가 시작된다. 검사비만 더 들인 꼴이다.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명분과도 맞지 않는 셈이 된다.
차라리 민간 동물병원에서 환자의 개체별 필요에 따라 검사·처치를 진행하고 해당 비용을 보조하는 바우처 형태의 지원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화성시가 벌이고 있는 ‘공공형 반려동물병원’이 여기에 해당된다. 한정된 예산을 건물 임대료, 시설비, 수의사 인건비에 허비하지 않고 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 반려동물의 진료에 직접 투입하는 형태다.
화성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시립 반려동물진료센터는) 기존 민간 동물병원의 역할과 공공형 반려동물병원 사업과 중복되며, 지역 동물병원의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신규 시설 설치보다 기존 동물병원과의 협업을 통해 반려동물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고 촉구했다.
경기도수의사회와 화성시 분회는 화성시에 반대의견을 전달하고 지역 정치권 및 시민, 언론을 대상으로 예산 낭비 등 문제점을 홍보할 계획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관내 동물병원의 의견을 취합·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