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 진료 5번 중 1번은 항생제 처방된다..대형 동물병원이 처방량 2배

충북대 민경덕 교수팀·페토바이오, 국내 100개 동물병원 진료기록 311만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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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동물병원이 개·고양이 환자에게 처방하는 항생제가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병원이 중소형 병원보다 2배 많은 항생제를 처방했다.

충북대 수의대 민경덕 교수팀과 페토바이오 연구진은 국내 100개 동물병원에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생산된 진료 기록 311만건을 분석했다.

특히 연구진은 보다 면밀한 사용량 분석을 위해 동물병원 항생제 처방의 일일상용량(DDDA)과 DAPD 지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시했다.

단순히 처방된 항생제의 무게만 보는 대신 항생제 성분별 상용량과 처방기간, 환자수 등을 반영했다.

이번 연구결과(제1저자 김선민)는 지난 1월 국제학술지 animals에 발표됐다(Assessment of Antimicrobial Use for Companion Animals in South Korea: Developing Defined Daily Doses and Investigating Veterinarians’ Perception of AMR).

연구진은 항생제 사용량을 지역별, 시기별로 보다 정확히 비교분석하기 위해 동물의 일일상용량(DDDA, Defined Daily Dose for Animal) 단위를 제안했다. 이러한 시도는 한국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DDDA는 항생제 성분별로 효능을 나타내기 위해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유효용량을 반영한다. 사람의료의 항생제 사용량 분석에서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DDD(Defined Daily Dose)를 동물의료에도 들여온 것이다. 단순히 약제의 무게(g)만 보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다.

이는 두 항생제의 사용량(처방량 기준)을 비교한 다음 사례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엔로플록사신 성분의 B제제의 부표상 용법은 개에서 5mg/kg sid이다. 마보플록사신 성분의 M제제의 용법은 개에서 2mg/kg sid이다.

‘가’동물병원은 3kg의 말티즈 환자 1마리에게 5일간 75mg의 B제제를 처방했다.

‘나’동물병원은 3kg의 말티즈 환자 1마리에게 5일간 30mg의 M제제를 처방했다.

단순히 항생제의 무게(mg)로만 따지면, ‘가’병원이 ‘나’병원보다 많이 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병원 모두 환자 1마리에게 B제제와 M제제를 각각 5일간 용법(유효용량)대로만 처방한 셈이다. ‘가’병원이 더 많이 썼다고 볼 수 없다.

이처럼 ‘일일상용량(DDDA)’을 분석에 반영하면 사용량을 보다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다양한 항생제 성분의 사용량을 한꺼번에 파악하려면 더욱 그렇다.

위 예시에서는 편의상 부표의 용법(유효용량)을 DDDA로 봤지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활용한 동물병원 항생제 처방기록 684,153건의 처방내용을 바탕으로 항생제 51종의 실질적인 DDDA를 산출했다.

아울러 항생제 사용량을 정확히 측정하는데는 처방된 ‘기간(Days)’도 중요하다.

‘다’동물병원은 3kg의 말티즈 환자 1마리에게 2일간 30mg의 B제제를 처방했다.

‘라’동물병원은 3kg의 말티즈 환자 1마리에게 5일간 30mg의 M제제를 처방했다.

두 병원에서 사용한 항생제 무게는 30mg으로 같지만, 실제로는 ‘라’병원이 더 항생제를 많이 썼다고 볼 수 있다. 유효용량으로 더 오래 썼기 때문이다.

처방된 기간과 마찬가지로 ‘환자수(Animal)’도 고려되어야 한다.

‘마’동물병원은 3kg의 말티즈 환자 2마리에게 5일간 150mg의 B제제를 처방했다.

‘바’동물병원은 3kg의 말티즈 환자 5마리에게 5일간 150mg의 M제제를 처방했다.

두 병원에서 처방한 항생제의 무게(150mg)는 같지만, 실제로는 5마리에 유효용량을 처방한 ‘바’병원이 항생제를 더 많이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성분별 일일상용량(DDDA)과 처방된 환자수, 기간을 함께 반영한 항생제 사용량 지표로 DAPD(Defined Animal Daily Dosages per 1000 Animal-Days)를 제시했다. DAPD를 기준으로 지역별, 병원규모별 항생제 사용량을 비교분석했다.

동물병원 처방 상위 항생제 성분 15종
(Kim, S.-M.; Kim, H.-S.; Kim, J.-W.; Min, K.-D. Assessment of Antimicrobial Use for Companion Animals in South Korea: Developing Defined Daily Doses and Investigating Veterinarians’ Perception of AMR. Animals 2025, 15, 260. https://doi.org/10.3390/ani15020260)

검역본부가 매년 발표하는 항생제 사용량은 한국동물약품협회로부터 취합된 동물용 항생제의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다. 인체용의약품 항생제를 다수 사용하는 반려동물병원에는 적합치 않다.

연구진은 동물병원의 진료기록에 기반해 항생제 처방량을 분석했다. 국내 100개 동물병원에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기록된 3,110,415건의 진료를 분석한 결과 684,153건(22%)이 항생제 처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합 804,800g의 항생제가 처방됐다.

연구진이 처방기록을 확인한 항생제는 51종이다. 이중 처방빈도 상위 15종이 차지한 비율이 92.4%에 달했다. 세팔렉신(cefalexin)이 19.75%로 1위를 차지했다.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Amoxicillin-Clavulanate)이 18%,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이 11.7%로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100개 동물병원의 항생제 처방 데이터를 활용해 이들 항생제 51종 각각의 일일상용량(DDDA)을 산출했다. 그 결과 대부분 개의 DDDA가 고양이의 DDDA보다 높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개가 고양이보다 동물의료 서비스 이용률이 더 높다는 것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동물병원의 항생제 처방량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2019년 13.1이었던 DAPD는 2022년 16.3으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분석기간에 포함된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반려동물 입양과 진료 수요가 높아진 것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항생제 처방량이 4년간 평균 14 DAPD로 경기(12 DAPD)보다 높았다. 수치상으로는 충청(22 DAPD)이 더 높고 전라(10 DAPD)가 더 낮았지만, 분석 대상 동물병원의 대부분이 서울(43개소)과 경기(33개소)에 위치한만큼 다른 지역은 분석대상이 많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병원 규모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중소형 병원(수의사 5인 미만)의 항생제 처방량은 평균 10 DAPD였던 반면, 대형 병원(수의사 5인 이상)은 20 DAPD로 2배에 달했다.

단순히 처방된 항생제의 무게(g)를 기준으로 하면 대형 병원이 3.1배 더 많았지만, DAPD를 기준으로는 2배의 차이를 보였다. 단순 문제보다는 더 면밀한 비교가 가능한 셈이다.

A. 중소형 동물병원(수의사 5인 미만)보다 대형 동물병원(수의사 5인 이상)의 항생제 처방량이 많았다.
B. 서울시내 동물병원이 경기도보다 항생제를 더 처방하는 경향을 보였다. 타 시도가 더 많거나 적은 양상을 보였지만, 서울·경기를 제외하면 분석 대상 동물병원이 많지 않았다.
(Kim, S.-M.; Kim, H.-S.; Kim, J.-W.; Min, K.-D. Assessment of Antimicrobial Use for Companion Animals in South Korea: Developing Defined Daily Doses and Investigating Veterinarians’ Perception of AMR. Animals 2025, 15, 260. https://doi.org/10.3390/ani15020260)

민경덕 교수는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현황 파악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DDDA와 DAPD는 다양한 항생제를 처방하는 환경에서 지역 혹은 병원별, 시기별 사용량을 비교하기 위한 지표”라며 “해당 수치의 높고 낮음에 따라 좋다 나쁘다로 평가를 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가령 특정 동물병원의 항생제 사용량(DAPD)이 2023년보다 2024년 증가했다고 해도, 이를 단순히 항생제 적정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진 문제로 해석할 순 없다. 마찬가지로 적정하게 사용했지만 2024년에는 전년대비 항생제가 요구되는 감염병 환자가 늘어났을 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 교수는 “평가와 개선책 수립에는 다면적인 요소가 반영되어야 하지만, 사용량의 비교부터 정확해야 한다”면서 지표 개발을 시도한 이유를 설명했다.

추후 분석 병원수를 늘리거나, 사람의료와 같이 전문가들이 합의한 DDDA를 도출하면 보다 정확한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보호자를 대상으로 반려동물의 항생제 노출을 추적조사하는 코호트 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개·고양이 진료 5번 중 1번은 항생제 처방된다..대형 동물병원이 처방량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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