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수익의 키워드 ´수의테크니션´
서수 설문조사, 테크니션 많을수록 동물병원 수익 높아..한 명도 없는 1인 병원 50%
동물병원 경영활성화의 키워드 중 하나로 ‘테크니션’이 꼽혔다.
최근 서울시수의사회 경영활성화위원회(위원장 황규택)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테크니션 숫자가 많을수록 동물병원의 수익도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동물병원의 테크니션 숫자가 전체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내 302개 동물병원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병원당 테크니션 숫자는 평균 1.54명, 수의사 1명 당 테크니션 숫자는 0.54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수의사 1인당 4.3명)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반려동물임상 집중현상이 나타나면서 1년차 임상수의사가 낮은 인건비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설문조사에 응한 3~5인 동물병원 중 테크니션이 없거나 1명인 곳이 31%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1∙2인 동물병원에서 더욱 특징적이었다.
설문조사에 응한 1∙2인 동물병원 213개소 중 테크니션이 한 명도 없다고 대답한 곳이 106곳으로 절반을 넘을 정도였다. 2명 이상의 테크니션을 보유한 곳은 14%에 그쳤다.
테크니션 수가 많을수록 동물병원 수익은 높아졌다.
1∙2인 동물병원에서 테크니션이 없는 것에 비해 1명씩 증가될 때마다 약 20%의 수익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에 대해서 취재과정에서 만난 동물병원 원장들 대부분 한 쪽 입장을 취했다. 동물병원 매출이 늘어나면서 필요에 의해 테크니션을 뽑을 수도 있겠지만, 매출이 늘어날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 보다는 먼저 테크니션 고용에 투자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1인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반려동물임상이 점점 인의와 비슷한 성격을 띄게 되면서 보호자들도 더 이상 원장 혼자 있는 병원을 원하지 않는다”며 “적어도 1명의 테크니션을 두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B원장은 “병원의 외부환경이 크게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면, 인력을 늘리면 매출이 증대되는 효과는 나타난다”면서 “다만 추가지출되는 인건비보다 얼마나 많은 수익이 창출되는지, 또 그 수익이 창출되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는지는 병원마다 다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1인 동물병원장인 C수의사는 “원장 1명, 테크니션 1명으로 구성된 병원에서 인력 충원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수의사를 늘리기보단 테크니션을 늘리는 것이 경영상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규만외과동물병원의 조규만 원장은 “테크니션이 경영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는 것은 내가 산 증인”이라며 “테크니션을 늘릴 때마다 의외로 원장의 소득 감소는 없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상승했다”고 말했다.
조규만 원장은 “테크니션이 오래 근무하면 동물병원의 서비스 퀄리티가 유지되고, 고객관리 수준을 올릴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테크니션이 주인의식을 갖고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급여 수준과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만 지급하면서 단순 업무만 지시하기 보다는, 급여 인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합당한 원무를 맡겨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2인 동물병원에서 테크니션은 진료과정을 보조할 뿐만 아니라 접수∙수납, 보호자 응대 및 상담, 용품 판매 등 진료외 원무 전반을 담당한다. 이 같은 기능을 보완하고자 하는 동물병원장은 테크니션 고용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동물병원협회가 테크니션 양성 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었고, 정부가 신직업 육성 대상으로 테크니션을 꼽는 등 안팎으로 논란이 있지만, 양질의 테크니션 공급과 활용 강화 문제에 임상가의 관심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시수의사회 경영활성화위원회 측은 “테크니션 유무와 숫자가 동물병원 매출과 수익에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냈다”며 “테크니션 양성 및 수급 문제, 테크니션 없는 병원의 점진적 도입 유도 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