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막기 위해 1999년 `진료비 자율화` 실시
수가통일하면 담합으로 과징금 물게 되어 있어
동물병원진료비 차이에 대한 방송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같은 질병의 동물진료비 차이가 수십배까지 난다는 뉴스가 방영된데이어, 지난 12일에는 '동물병원 진료비의 불편한 꼼수, 애완견이 애물단지? 서민울리는 동물진료비'라는 제목으로 동물진료비 차이를 소개하는 방송이 방영됐다.
뉴스의 경우, 다리가 아픈 강아지를 데리고 직접 2개 동물병원을 방문해 진료비 차이를 확인했으며, 이번 방송에서는 강아지 한 마리를 설사 증상이 있다고 한 뒤 여러 동물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진료비 차이를 파악했다.
뉴스에서는 한 동물병원에서 다리 수술이 필요하다며 250만원의 진료비를 얘기했고, 다른 동물병원은 주사/약 치료로 3만 5천원의 진료비를 얘기했다.
이번 방송의 경우는 1만~12만원의 진료비 차이를 나타냈다.
문제는 동물진료비를 자율화 시킨 건 바로 정부라는 점과, 수의사의 주관적인 판단 및 기타 상황에 따라 진료비 차이는 당연히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1999년, 담합방지를 목적으로 동물진료비를 자율화 했으며, 지금도 특정 진료의 수가를 통일하면 담합으로 여겨져 과징금을 물게 되어있다. 임상수의사나 수의사회에서 진료비 통일을 원해도 담합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시행할 수 없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방송 후 시청자게시판에는 방송에 대한 아쉬움을 얘기하는 글들이 올라왔는데, 대부분 한 쪽 의견만 중점적으로 다뤄 아쉽다는 의견이었다.
즉, 동물진료는 정해진 가격의 물건을 판매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수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이 포함될 수 밖에 없고, 그 외에 수의사의 경험·실력, 병원시설, 장비, 검사 종류 등에 따라 병원진료비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방송에서는 서울지역 15개 동물병원에 수컷, 암컷 중성화비용을 조사해 비교하기도 했는데, 수컷의 경우 10만원~27만3천원, 암컷의 경우 20만원~65만3천원의 가격분포를 나타냈다.
하지만 중성화수술 처럼 어느정도 정형화된 수술이라 하더라도, 사용하는 장비 및 소모품, 약, 입원기간 등에 차이가 있기 마련이며, 수의사의 실력차이, 병원의 규모, 시설, 장비 등이 반영되어 수술비가 다르게 나올 수 밖에 없다.
방송에서는 이런 차이점에 대한 설명이 없었으며, "동물병원 과열경쟁으로 고가의 진료비를 받는다든지, 과잉진료를 한다든지, 아니면 허위진료까지도 발생하는 상황" 이라는 한 동물보호단체 대표의 인터뷰를 그대로 내보냈다.
한편 방송에서는 지난 11일 발기인대회를 연 `마포동물병원생협`에 대한 내용과, 반려동물부가세 실시 이후 생겨난 문제점 및 반려동물부가세 폐지를 위한 노력도 방영됐다.
생협동물병원의 경우, 주민들이 출자금을 내 반려동물을 위한 마을 동물병원을 건립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현재 마포동물병원생협은 114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상황이며, 올해 안에 생협동물병원 설립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부가세에 대한 내용은 "반려동물 보호자의 36%가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이기 때문에 그 분들이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고, 그로 인한 유기동물의 증가가 결국 인수공통전염병 확산 등으로 사회적 비용이 생긴다"는 이낙연 의견의 인터뷰가 소개됐으며, "부가세를 시행하는 나라 중 10%를 부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으며, 미국도 3개 주 정도에만 시행하고 대부분 안 한다" 라는 한 수의사의 인터뷰도 소개됐다.
이 방송은 "일부동물병원의 과도한 의료행위 및 진료비용 개선을 촉구한다"는 멘트로 방송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