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동물병원 외래진료 병행´ 카라·마포구수의사회 양측 입장은..
카라 ‘유기동물 진료 위주, 수가 균형 맞출 것’, 마포구수의사회 ‘외래 진료는 문제..재고해야’
오는 8월 13일 개관을 앞둔 서울 마포구 소재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동물보호교육센터 ‘더불어 숨’(이하 센터)에 자리 잡은 직영 동물병원을 놓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기동물에 대한 진료뿐만 아니라, 일반인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외래진료를 겸한다는 카라 측의 입장에 대해 임상수의사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센터 2층에 약 30평 규모로 마련된 카라 동물병원은 진료실 2개와 각종 진단 장비, 수술실, 입원시설을 갖췄다. 특히 장기치료가 필요한 유기동물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25여개에 달하는 입원설비 수준을 높인 모습이다.
원장 수의사 1명과 카라 정책국장을 겸한 수의사 1명이 진료를 담당할 계획이다.
4일 센터에서 만난 카라 임순례 대표와 전진경 상임이사는 동물병원 관련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임순례 대표는 “카라 동물보호활동의 연장선 상에서 병원이 필요했을 뿐, 영리적인 목적으로 설립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응급 구조 치료에 대응하고, 장기치료 유기동물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주 목적. 외래진료도 캠페인의 일환이라는 것이 카라 측의 설명이다.
전진경 이사는 “예방의학과 행동학적 상담을 통해 보호자∙반려동물의 유대를 강화하고 ‘평생 돌봄’이 가능토록 교육해 유기를 방지하는 차원”이라며 “반려동물에 대한 예방적 의료조치의 필요성과 ‘동물도 아프면 치료받아야 한다’는 인식의 보편화를 통해, 동물 의료시장이 바람직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더 많은 동물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순례 대표는 “카라의 열악한 재정상황에서 인건비 등 동물병원 유지를 위해서는 일반 외래진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기존 동물병원에 피해를 끼치는 운영방침은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역 동물병원과 비교해 균형 잡힌 수가를 책정하고, 카라 회원할인 혜택도 검토 과정에서 포기했다. 사료 판매는 치료목적의 처방사료로 한정할 방침이다. 외래진료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다.
‘동물병원 운영을 통해 센터 건립으로 생긴 부채를 해결하려 한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임순례 대표는 “동물병원과 카라 사무국의 회계를 분리해 별도로 운영된다”면서 “동물병원의 적자는 카라 재정이 보전해줄 수 있지만, 동물병원에서 혹시 이익이 난다면 이는 전액 유기동물 의료지원 용도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제2, 제3의 카라 동물병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전혀 고려된 바 없다”며 일축했다.
카라 측은 13일 정식 개원 직후부터 동물병원의 입원시설 전부에서 유기동물 치료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기동물 구조와 입원동물 관리를 우선하기 때문에, 수의사 1.5인이 남은 여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외래진료의 양이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라는 것.
임순례 대표는 “동물보호단체가 운영한다는 점은 ‘양날의 검’으로, 보호자의 기대치에 비해 수가도 낮지 않고 진료 수준이 높지 않아 실망할 가능성도 높다”면서 “추측하시는 만큼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하니, 시간을 두고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카라 동물병원의 외래진료가 기존 수의진료 질서를 교란하지도 할 의도도 없고, 유기동물 진료에 집중하는 구조에서는 그럴 수도 없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며 “보편적인 진료 필요성을 강조할 카라 동물병원이 거시적으로는 수의사단체와 동물병원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가세 철폐 투쟁에서도 협력했듯이 앞으로도 자가진료로 인한 동물복지 훼손문제 등 카라와 수의사가 함께 힘써야 할 이슈가 많다”며 “동물복지 증진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수의사와 카라의 협력관계를 앞으로도 유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반면 카라 동물병원을 바라보는 마포구수의사회의 입장은 다르다. 동물보호단체가 동물병원을 세워 유기동물을 진료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일반인 대상 외래진료로 수익을 올리는 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마포구수의사회 측은 카라 동물병원의 외래진료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외래진료를 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분회 차원의 이슈라기보다는 동물보호단체와 임상수의사의 관계에 관한 이슈라는 입장이다.
마포구수의사회 측은 “타 단체에 비해 카라가 수의사와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해왔음에도 그러한 파트너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외래진료를 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아주 유감스럽다”며 “카라가 이 부분에 대해 심도 있게 재고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 마포구수의사회 관계자는 “외래진료로 다른 동료수의사에게 피해를 주는 형태가 됐는데, 여기에 수의사들이 계속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면서 “카라가 여러모로 어려운 숙제를 던졌다”고 말했다. 외래진료를 하는 상황에서 후원을 이어가기는 어렵지만, 후원을 끊게 되면 자칫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회가 반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포구수의사회는 카라 동물병원이 외래진료를 그대로 진행할 경우, 서울시수의사회 등을 통해 협력 병원의 후원중단을 공식 요청할 방침이다.
이를 보는 임상수의계의 시선도 다양하다.
일각에서는 외래진료를 둘러싼 갈등을 공식화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밥그릇 지키기’의 집단이기주의로 비춰지면 수의사의 사회적 위상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또한 반려동물 자가진료를 동물학대 범주에 포함시키는 동물보호법 개정이 검토되고 있는 시점에서 동물보호단체와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반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활동에 연관성이 있다고 해서 외래 진료까지 하는 것이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 간의 정상적인 역할분담인지는 고민해볼 문제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카라와 마포구수의사회 양측은 서로와의 대화의지를 표명해 논의 가능성을 이어갔다.
카라 측은 “서울시수의사회나 마포구수의사회 측이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지 대담의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마포구수의사회 측도 “대화의 창구를 열어 협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