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약품 동물병원 공급 개선하자는데 웬 `게보린 파는 수의사?`


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한 약사관련 매체가 ‘게보린 파는 수의사? 김광림 의원 발언에 들끓는 ‘약심’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최근 보도했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 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김광림 의원(경북 안동)이 주장한 발언에 대해 약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는 내용이다.

당시 김광림 의원은 ‘국민체감형 규제개혁 내용’ 을 소개하며 “동물병원에서 사람에 쓰는 항생제나 주사제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의사는 도매상에서 의약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지만, 수의사는 꼭 동네 약국에 가서만 사라고 되어있다”며 “수의사들이 도매상에서 직접 의약품을 구입해 농민 등에 보다 싸게 서비스해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약사법에 의해 동물병원에서 인체용의약품을 일반 약국에서만 구입하도록 한 ‘규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물병원에서 인체용의약품을 도매상을 통해 직접 구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약품의 공급단가가 높아지고,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축산농가와 동물 보호자들에게 돌아간다. 또한 대부분의 약국이 동물병원에서 필요한 의약품을 구비하고 있지 않아 불편함도 많다.

따라서 이러한 규제를 개선해야 농가와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보다 싸게, 정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것이 김광림 의원 발언의 핵심이다.

하지만, 해당 약사관련 매체에는 “약국에서 비싸게 전문약을 팔기 때문에 동물병원비가 비싼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동물약도 의약분업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 반대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수의사가 인용약을 도매상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되면 약물 오남용의 대참사가 발생할 것” 등의 일부 약사들의 주장이 소개됐다.

모두 잘못된 주장 또는 개인의 억측이다.

우선, 김광림 의원은 약국에서 비싸게 전문약을 판다고 언급하지 않았다. 인체용의약품을 사용하는 수의사들도 약국에서 약을 비싸게 판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저 유통단계를 한단계 줄여 도매상에서 바로 의약품을 구입하면 공급단가가 낮아지고 이에 대한 이익이 농가와 보호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전혀 호도하지 않았고 호도할 의도도 없다. 약사 개인의 억측이다.

수의사처방제

둘째, 동물약 의약분업은 시행되고 있지 않다. 동물약 의약분업이라는 표현은 현재 존재하지 않으며 지난해 8월 2일부터 시행된 ‘수의사 처방제’는 수의사의 약품 조제/판매권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의약분업과 다르다. 따라서 “동물약 의약분업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그에 반대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은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셋째, “수의사가 인용약을 도매상에서 구입하면 약물 오남용의 대참사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도 억측에 불과하다. 이미 수의사는 약국을 통해 인체용의약품을 구입/사용하고 있다. 도매상을 통해 구입한다고 하여, 그동안 올바르게 사용하던 의약품을 갑자기 오용하거나 남용할 리 없다. 의약품의 구입 경로를 간소화 하는 것과 ‘오남용의 대참사가 발생하는 것’ 사이에는 어떠한 인과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

또 다른 약사는 “수의사가 게보린이나 그 외 약들을 진료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고 해도 사실상 이에 대한 감시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통경로를 간소화 한다고 의약품을 올바르게 사용하던 수의사가 갑자기 의약품을 진료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게 될까? 이 또한 억측에 불과하다.

김광림의원홈페이지3

 

이에 그치지 않고 약사로 추정되는 일부 네티즌들이 김광림 의원의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해 김 의원을 비난하고 나섰다.

대한동물약국협회 회장과 동일한 이름·이메일 주소를 사용한 네티즌은 “보호자들에게 저렴한 약값으로 약을 구입하려면 동물병원에서 처방전을 발급해 가까운 약국에서 조제, 투약을 받으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처방전 발행은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인의약품에 대한 수의사 처방전은 효력이 없기 때문에, 처방전 발행 거부요건이 된다.

따라서 이 네티즌의 주장은 수의사 처방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주장이다. 발행해도 의미 없는 처방전을 두고 “정작 발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의사 처방전은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에만 해당되지 인의약품은 처방대상약품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수의사가 인의약품에 대해 처방전을 발행하더라도 보호자가 해당 약품을 살 수 없다.

결국, 동물병원으로의 인체용의약품 공급개선을 논하는 곳에서 ‘동물병원에서의 처방전’을 운운하는 것은 수의사 처방제에 대한 스스로의 무지를 드러내는 꼴이다.

이 외에도 김광림 의원 홈페이지에는 “대체 무슨발상으로 그런 발언을 하시는지요? 특정단체의 후원이라도 있으신지요?”, “뭔 지나가던 개가 웃을 소리를”, “기왕 규제 타파하는 김에 사람 예방 접종도 같이 하게 추진해 주셔요” 등 의원을 조롱하는 글도 적지 않게 게재됐다.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김광림의원홈페이지1

 

김광림 의원의 주장은 ‘제약회사 → 도매상 → 약국 → 동물병원’으로 구성된 유통경로를 ‘제약회사 → 도매상 → 동물병원’으로 간소화 하여 농가와 동물 보호자가 보다 싸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 기업과 국민의 어려움을 줄인다’는 규제개혁의 목적과 일치한다.

또한 이는 김광림 의원 개인의 주장이 아니다. 국회의원 12명과 외부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규제개혁위원회’에서 20번 이상 회의를 통해 걸러진 ‘국민체감형 규제개혁’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광림 의원 홈페이지에 조롱 섞인 비난을 하는 것은 유치한 행동이다.

 

일부 약사들은 의약품 도매상에서 동물병원으로 직접 의약품을 공급하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물병원에서는 이미 인체용의약품을 사용하고 있다. 유통경로가 변한다고 해도 의약품의 사용량과 사용목적이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유통경로가 변한다는 이유로 동물병원에서 기존에 없던 문제가 새로 생길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일부 약사들이 걱정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유통구조 개선 후 ‘정말로’ 발생한다면, 과연 그 문제는 누구의 책임일까?

의약품 도매상은 약사법 제45조(의약품 판매업의 허가)에 의해 약사를 두고 업무를 관리하게 하도록 되어있다. 이에 따라 의약품 도매상에는 업무관리를 위해 약사가 고용되어있다.

약사들이 지속적으로 ‘문제 발생’을 운운하며 ‘인체약품 동물병원 공급체계 개선’을 반대한다면, 이는 약사 스스로 ‘약사가 관리하는’ 도매상을 믿지 못한다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인체약품 동물병원 공급체계 개선’을 반대하는 약사들은 자신의 반대 주장에 논리가 충분한 지, 아니면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지 고민이 필요하다.

 

인체약품 동물병원 공급 개선하자는데 웬 `게보린 파는 수의사?`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