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미용 실수에 `뺨 때리고 싶다,무릎 꿇어라` 갑질 후 마녀사냥
미용 실수 후 사과하는 동물병원 스텝들에게 `내가 갑이고 너희는 을이다` 말하며 횡포
지난 2일 전북의 한 동물병원에서 고양이 미용 중 피부가 1cm 가량 베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양이 보호자 한 모(25)씨는 이 날 오전 동물병원으로 고양이 미용을 문의했다. 병원 스텝은 “미용사 경력이 아직 짧아 고양이 미용은 힘들 것 같고, 오늘은 예약이 다 차서 안 될 것 같다”고 말했으나 한 모씨는 “엉킨 부분이 배쪽 만이니 금방 끝낼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이에 병원실장은 상태를 보고 상의하자며 병원으로 오라고 했고, 병원에 온 고양이는 목 부위와 양 다리, 양 옆구리까지 등 부위를 제외하고는 마치 밧줄을 꼬아 놓은 듯 피부와 털이 한 덩어리처럼 엉켜있었다.
병원 측의 마취 전 혈액검사 권유에도 한 모씨는 그전에도 그냥 해서 괜찮다며 그냥 마취를 해달라고 했고, 병원 측은 마취동의서를 받고 마취 후 미용을 시작했다. 클리퍼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털이 엉켜있었기 때문에 가위를 사용하며 미용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피부가 1cm 가량 베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창문을 통해 미용과정을 지켜보던 한 모 씨가 점심 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발생한 일이라, 병원 측에서 한 모 씨에게 양해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용사는 수의사에게 치료를 요청했고, 수의사는 2바늘 피부 봉합을 실시했다. 고양이는 미용을 위해 마취되어있는 상태였다.
이후 한 모 씨가 도착했고, 병원 실장과 미용사 및 직원들은 ‘죄송하다’며 사과를 10여차례 이상 했지만, 한 모 씨는 “지금 당신의 뺨을 때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 고양이는 노르웨이에서 1천만원을 주고 산 고양이다. 당장 무릎 꿇고 엎드려서 빌어라”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이런 상황에서도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며 무상으로 치료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내가 갑이고 너희 을, 병원 문 닫게 하겠다”
한 모 씨는 이후 병원 로비에서 “내가 익산 전 시장인 OOO씨의 조카이며, 엄마는 변호사다. 내가 갑이고 너희는 을”이라며 “내가 이 병원 문을 닫게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장 A씨는”확인 결과 한 모 씨는 전 익산 시장의 조카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 모 씨의 횡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 모 씨는 병원을 방문한 다른 미용 손님에게 “이 병원은 미용 맡기면 배를 갈라 놓는 곳이니 다른 데 가라”며 십 만원짜리 수표를 꺼냈다. 손님이 당황해하자 ‘적어서 그래요’라며 한 장씩 수표를 더 꺼내기도 했다.
또한 병원에서 13년간 근무한 총무(60세)의 “여기서 이러시면 영업방해 아닌가요?”라는 말에 “지금 협박하는 거냐”며 경찰을 불렀고, “어른한테 왜 그러시냐”는 실장의 질문에 “나는 미국에서 살다 와서 웃어른 같은 거 모른다”고 말했다.
경찰이 온 상황에서도 한 모씨는 병원 스텝에게 “무릎꿇고 빌어라”라고 얘기했으며, 경찰은 이에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도 계속하는데 형사 사건은 아니니, 무릎을 꿇어라 하는 것도 당신 자유고 무릎을 꿇지 않는 것도 당신 자유다. 그런데 고양이나 개의 상처 문제로 무릎을 꿇을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고 돌아갔다.
병원을 떠난 한 모 씨는 오후 5시경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군산법원 앞이고 고소 접수하려고 한다. 어떻게 할거냐?”며 “내가 하버드와 예일대 출신의정신과 의사에게 6년 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일로 상처가 크다. 진료비와 정신적 피해보상비를 부담하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이에 대해 “상의를 해서 결정하겠다”고 대답했고, 한 모 씨는 “내일 다시 연락을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외국인 데려와 2차 횡포…병원 스텝들 무시하는 말 일삼아.
외국인, 추후 전화걸어 “개인적 친분 때문에 도와준 것. 미안하다. 이 일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며 병원측에 사과
다음 날인 3일 오전 한 모 씨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 “지금 사람 하나를 데려가고 있으니 1시간 내에 스텝들을 다 대기시켜 놓으라”라고 말한 뒤 약속시간이 훨씬 지난 오후 2시경 병원을 찾았다. 한 외국인 여성과 함께였다.
이 외국인 여성은 “원장 나와”라고 말하며 병원에 들어와 영어로 계속 이야기했다. 한 모 씨는 그 외국인을 ‘영향력이 있는 외국인 협회, 동물보호단체 회장’이라고 소개했고, 일부 언론에는 한 모씨의 개인 국제 변호사로 소개되기도 했다.
수의사는 이 외국인에게 사과하며 치료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합의 보상을 하지 않으면, 고소를 하겠다”고 했고, 한 모씨는 “지금 당장 현찰로 1백만원을 가져오라”고 말했다.
또한, 한 모 씨는 외국인과 수의사가 대화를 하는 동안 병원 스텝들에게 “대학교도 안 나온 것 처럼 생겼다”, “영어를 제대로 알아듣기는 하냐” 등 인격모독적인 발언과 함께 “내가 연락하면 익산의 고위 간부층을 30분안에 병원으로 모이게 할 수 있다. 합의 해주지 않으면 SNS, 각종 신문사 등을 통해 60일 영업정지를 시키겠다”는 외국인의 이야기를 번역하여 전달했다.
하지만, 외국인 여성은 추후 동물병원 측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친분으로 도와달라고 해서 영문도 모르고 따라간 것이었으며, 한 모 씨를 말렸으나 소용이 없었고, 정말로 미안하다. 자신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 모 씨 이야기만 들은 언론사의 ‘편협한 보도’가 사건 크게 만들어
한편, 일부 언론사들은 한 모 씨의 이야기만을 바탕으로 편협한 기사를 작성·보도하여 잘못된 여론 형성을 부추겼다.
한 언론사는 ‘수의사가 마취 미용하던 고양이 배를 갈랐습니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작성하고 “병원 매니저로 보이는 총무의 태도는 적반하장이었다”, “오히려 사과 한마디 없이 엄포를 놓았다”, “수의사는 따지는 그를 보며 크게 비웃더니 ‘고소하려면 하라’는 식으로 나왔다” 등 사실과 다른 ‘한 모 씨의 주장’을 그대로 기사화했다.
해당 기사를 본 네티즌들은 “저딴게 무슨 수의사냐”, “병원 문닫게 만들어야 한다”, “수의사 면허 박탈시켜야 한다” 등 마녀사냥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수의사는 미용을 한 적도 없고, 배를 가른 적도 없다. 단지 미용 과정에서 피부에 난 1cm의 상처를 피부 봉합했을 뿐이다.
한 모 씨는 현재 민사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황이며, 동물병원 측 역시 한 모 씨를 상대로 형사 및 민사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 모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다. 처음에 나온 기사 내용(수의사는 깔깔깔 웃고 있었고, 경찰 앞에서 태도가 바뀌었다)은 다 사실이다. 수의사가 같이 간 외국인한테만 사과하고 나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며 “내가 ‘끝까지 사과 안하실 겁니까?’라고 묻자 ‘내가 왜 사과를 해야죠?’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의 매니져(총무)라는 분은 내가 고양이 배가 갈라져서 봉합을 하여 로비에서 분노를 내니까 ‘영업방해 죄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사실에 근거한 것은 영업방해 죄가 아니고, 내가 거짓을 허위 유포한 것도 아니다. 이거에 대해서 협박 죄로 다시 고소하겠다’고 했더니 꼬리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의 소송을 맡은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형사 및 민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해당 언론사들에게 정정 보도를 요청한 상황이며, 그에 대해 법적인 조취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실수도 인정하고 사과하고 실수에 대한 책임까지 약속했으나, 상식 이상의 행동과 보상을 요구하며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행동들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며 “직업에 긍지를 가지고 계신 수의사와 후배님들을 위해서라도 잘못된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정보통신에 관한 법률위반, 모욕 등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