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약국 약사,약사 신분 숨기고 `반려동물 보호자`라며 동물약 자료 요구

약사 정 모씨, 동물약품업체에 전화해 `반려동물 보호자`라며 자료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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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동물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정 모 씨는 11일 오전 10시 29분,  A 동물용의약품 회사에 전화를 걸어 제품 담당 수의사 B씨와 통화했다.

정 모 약사는 B 수의사에게 자신을 ‘A회사 제품을 사용 중인 소비자’라며 약사 신분을 밝히지 않고 제품에 대해 문의했다.

정 씨는 A회사의 한 제품에 대해 “기르고 있는 강아지가 이 제품을 먹는데, 제품의 냄새가 약간 변경됐는지 잘 먹지 않으려고 한다”며 성분 함량이 변경됐는지 물었다.

B 수의사는 이에 대해 “제품의 품질 검사를 진행하고 제품 교환을 진행해드리겠다”며 제품의 구매처를 물었고, 정 씨는 OOO 축산이라고 말하며 “교환이 목적이 아니라 변경 사항이 있는지만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어 A사의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장기간 투여해도 되는지’ 물었다. B 수의사가 “장기간 투여해도 된다”고 답하자, 정 씨는 그에 대한 근거 자료를 요청했고, B 수의사가 공개할 수 없는 자료라고 하자 “동물병원 원장들에게 물어보면 아무것도 모른다. 몰라서 그러는 건지 안 알려주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대답을 못한다”고 말했다.

B 수의사가 “그건 동물병원 원장님들의 잘못이 아니라 회사 사정상 정보를 다 공유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며 “내부 사정 상 전문에 대한 정보 공유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동일 성분의 사람 약을 예로 들며 “인체에서는 해당 성분이 사용 금지인데 개에서는 사용해도 되냐”고 물었으며 “자료를 받을 수 없다면 직접 논문을 찾아볼 테니 검색어를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수의사 선생님이라고 들었다”며 이름을 물은 뒤 “앞으로 동물병원에 문의하지 않고 OOO 선생님께 직접 문의하겠다”고 덧붙였다.

B 수의사는 정 씨의 인체용 의약품에 대한 지식이 높아 의아했으나, A 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라고 밝혔기에 공개되어 있는 자료를 찾아 정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정 씨는 ‘네, 약국입니다’라며 전화를 받았다. 정 씨가 약사임을 깨달은 B 수의사는 ‘잘못 걸었다’며 전화를 끊었다.

정 씨의 휴대폰 번호를 등록하면 메신저에 ‘fun.yaksaclub.com’ 많이들 놀러오세요’라는 문구가 나온다.

정 모 약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약국으로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도했다. 언론사와 기자 이름을 들은 정 모 약사는 “제가 별로 통화할 일이 없는데”라며 전화를 끊었고, 재차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정 모 약사 휴대폰으로 ‘양쪽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전화를 드렸다. 한 동물약품업체에 개를 키우는 소비자라고 전화하여 자료를 요청한 적이 있나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1시간 30분이 넘도록 답장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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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모 약사의 메신저에 나와 있는 도메인 주소를 입력했더니 여러 제품 정보를 소개하고, 제품들을 택배 배송·판매하는 상품몰이 나왔다.

상품몰은 ‘섹슈얼헬스’, ‘비타민&영양’, ‘다이어트’, ‘동물용의약외품’, ‘약국안가고약국물건사기’, ‘개인결제창’ 등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동물용의약외품 섹션을 클릭하니 ‘동물용의약외품’ 또는 ‘사료’로 등록된 다양한 제품이 가격과 함께 노출됐다.

소개된 제품 중 상당수는 ‘동물병원 전용’ 제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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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상품몰에서 판매하는 한 동물용 제품.
동물병원 전용이라는 문구와 함께 ‘동물병원외의 인터넷이나 펫샵 등에서 구입하실 경우 유통상의 문제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적혀있으나, 정 모 약사가 운영하는 상품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가격이 공개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실제 상품몰에 올려진 제품 사진에도 버젓이 ‘동물병원 전용’ 문구가 적혀있다.

상품몰에 소개된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 2 곳에 문의해본 결과 ‘동물병원으로만 유통하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이 중 한 회사는 직접 회사 직원이 해당 약국을 방문해 제품을 구입해오기도 했다. 약국에서 구입해 온 일부 제품은 ‘제품 스티커’가 아예 떼어져 있거나, 스티커의 일부분이 칼로 도려진 상태였다.

상품몰에는 또한 핸드폰 번호를 공개하여 놓고 직접 전화로 주문하거나 카카오톡으로 문의하라고 소개한 제품도 있다. 해당 제품 역시 회사가 동물병원으로만 공급하는 제품이다. 동물병원 전용 제품을 카카오톡을 통해 주문받고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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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동물약국을 운영하는 정 모 약사가 동물용의약품 업체에 전화를 걸어 약사 신분을 숨기고 제품 정보를 요구했다.

거기에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상품몰에 버젓이 가격 정보와 함께 동물병원 전용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약사 신분을 밝히지 않고 정보를 요구한 이유가 무엇이며, 해당 제품을 어디서 구입했는지를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할 일이 없다’며 전화를 끊고, 이후 전화를 받지 않는다.

A 회사 관계자는 “떳떳하지 못하게 약국 약사임을 감추고 본인을 소비자로 말하며 동물용의약품 회사에 전화를 걸어 제품 자료를 습득하고자 했으며, 임상 수의사의 지식수준을 깎아내리며 폄하한 해당 약사의 행동에 불쾌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다른 동물용의약품 회사들의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해당 약사는 지난 2013년 6월 본지의 다른 기자가 약국을 방문하여 ‘곰팡이 감염과 관련한 반려견의 특정 피부증상’을 호소했을 때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은 곰팡이 때문”이라고 말하며 이에 대한 치료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어 “항진균제가 함유된 A모 연고제제와 동물용 의약품으로 등록된 M모 약욕샴푸를 먼저 써보고, 차도가 없으면 먹이는 항진균제를 한 달 단위로 사용할 수 있다며 제품을 판매한 적이 있다.

동물약국 약사,약사 신분 숨기고 `반려동물 보호자`라며 동물약 자료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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