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해당 칼럼에서는 개와 고양이의 사료를 펫푸드로 표현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개와 고양이 보호자들이 상업 펫푸드를 급여하고 있습니다.
펫푸드 시장은 반려동물 전체 시장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반려동물 시장 규모를 약 2조 정도를 예상한다면 이중 펫푸드가 차지하는 시장 규모는 약 6천억을 넘을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규모가 큰 시장이다 보니 많은 회사들이 펫푸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미국의 경우 2010년 기준 펫푸드를 생산하는 공장 숫자만 해도 175개에 달합니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펫푸드는 주로 동물병원, 펫샵, 대형매장, 슈퍼마켓 그리고 인터넷 등의 경로를 통하여 소비자들에게 유통됩니다.
그럼 이렇게 많은 다양한 펫푸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그리고 수의사로서 소비자들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좋은지 간략하게 저의 의견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펫푸드는 크게 4가지로 구분합니다.
첫 번째는 건식 펫푸드(Dry Pet food)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됩니다.
건식 펫푸드는 수분함량이 10% 내외로 급여와 보관이 편리한 반면 기호성이 약간 떨어질 수 있습니다. 건식 펫푸드는 치과 위생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수분함량이 적어 하부 요로기 질환의 재발에는 가장 취약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특발성 방광염(FIC)를 앓고 있는 고양이에서 1년 이내 재발률을 비교해보면 건식 페푸드를 급여한 경우는 약 40%, 습식 펫푸드를 급여한 경우는 약 10%로 조사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반습식 펫푸드(Semi-Moist Pet food)로 수분함량이 15-35%이며 건식보다 기호성이 높은 장점이 있습니다. 수분함량이 많은 경우 곰팡이 발생의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펫푸드 회사에서는 반습식 펫푸드를 만들 때 가끔 당류나 콘시럽 등을 다량으로 첨가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당류를 많이 첨가하는 경우 당뇨 환자에게서 조심하여야 하므로 반드시 펫푸드 회사에 당류나 콘시럽을 다량으로 첨가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습식 펫푸드(Moist Pet food)로 수분 함량이 약 75%에 달하며 이로 인해 기호성이 높은 장점이 있습니다.
습식 펫푸드는 그 자체로 수분 섭취량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특히 하부 요로기 질환이 있는 경우 많이 추천됩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의 함량이 적어 당뇨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습식 펫푸드는 개봉이 되면 반드시 냉장 보관하여야 합니다.
또한 건식에 비해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주식으로 급여할 것인지 간식으로 급여해야 할 것인지 평가해야 하고 불확실할 경우 회사에 문의해야 합니다.
마지막 상업 펫푸드에는 생식(Raw food)이 있습니다.
보호자들이 직접 재료를 구입해 집에서 다듬어 동물에게 급여하는 것이 무척 번거롭기 때문에 손쉽게 구입해 먹이라는 취지에서 상업화된 것을 말합니다.
주로 냉동된 형태 또는 동결 건조된 형태로 유통이 되며 반드시 냉동보관 하여야 합니다.
단백질원은 열처리를 할수록 흡수율이 떨어집니다. 생식의 경우 열처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흡수율이 높은 장점이 있는 반면 미생물과 기생충 증식이 우려가 되므로 현재 공중 보건학적 문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FDA와 동물병원 협회인 AAHA에서는 주로 공중보건학적인 이유와 영양불균형에 대한 우려로 생식을 공식적으로 추천하지 않고 있습니다.
(참조: 미국 FDA 생식관련 권고, 미국동물병원협회 생식관련 권고 관련 기사 : 美 FDA `반려동물 생식,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위험할 수 있어`)
펫푸드를 평가하기 위해선 4가지 요소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 4가지가 바로 기호성, 흡수율, 영양 균형, 원료의 안전성입니다.
기호성이란 특정 식품에 대해 동물이 선호하는 정도를 뜻합니다. 펫푸드를 먹지 않으면 건강에 큰 위해가 가해지기 때문에 극단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반적으로 습식 펫푸드가 건식에 비해 기호성이 높습니다. 개와 고양이가 가장 선호하는 음식의 온도는 약 40℃입니다.
개와 고양이의 경우 식품의 기호성을 평가하는데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감각은 후각입니다. 즉, 음식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가 기호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입니다.
기타 음식의 재질, 알갱이의 크기, 음식의 맛도 기호성에 영향을 끼칩니다.
개와 고양이는 어려서 다양한 음식을 접한 경우에 나중에 커서도 다양한 음식을 잘 받아들이는 반면 꾸준히 같은 종류의 음식을 먹는 경우 나중에 다른 음식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차후 식이요법의 관점에서 생각했을 때 결국 내과적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처방식을 급여하게 될 경우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어렸을 때 다양한 음식을 접한 동물이 나중에 식이요법을 적용하게 될 경우 처방식을 좀 더 잘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흡수율은 어떤 음식을 섭취하고 체내로 흡수되는 정도를 말합니다. 흡수율이 떨어지는 음식을 먹으면 배출되는 변량도 많아지게 됩니다.
영양소의 경우 지방의 흡수율은 약 90%정도이며 단백질은 60~99%로 원료에 따라 다양합니다. 탄수화물은 잘 익히지 않는다면 흡수율이 매우 떨어지게 됩니다.
탄수화물의 일종인 식이섬유는 흡수가 거의 되지 않고 대부분 분변으로 배출됩니다. 식이섬유의 양이 많으면 다른 미네랄과 비타민 등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임신, 수유, 성장기의 동물에는 식이섬유 섭취량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추천됩니다.
단백질의 경우 열처리를 할수록 흡수율이 떨어집니다. 생식의 경우 단백질을 열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흡수율이 더 높아 변냄새가 적은 장점이 있습니다(변냄새는 주로 황을 함유한 아미노산으로 인해 유발됩니다.).
주로 동물성 단백질이 흡수율이 높고 식물성 단백질의 경우 흡수율이 낮습니다. 가수분해한 단백질의 경우 인위적으로 소화 효소 등을 첨가하여 단백질을 분해했으므로 흡수율이 높습니다.
영양소 균형은 매우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쉽게 간과되고 있는 요소입니다. 대부분의 영양소는 적게 섭취되면 결핍증, 너무 많이 섭취되게 되면 중독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적당한” 양의 영양소가 꾸준히 섭취되어야 합니다.
개와 고양이에서 이 “적당한” 양을 규정한 기관으로 대표적인 것이 NRC(National Research Council)와 AAFCO(Association of American Feed Control Officials)입니다.
예를 들어 AAFCO 기준에 맞게 영양소를 갖추고 있는 식품을 꾸준히 먹게 되면, 반려동물이 건강한 경우 영양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AAFCO 기준에 맞지 않은 대표적인 펫푸드의 형태는 ‘처방식’입니다. 처방식은 특정 질병의 예방과 치료, 또는 그 질병이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용도로 어떤 영양소의 함량을 늘리거나 줄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만성신부전(CKD)을 앓을 경우 인(Phosphorus)이 제한된 식품을 먹어야 하는데, 현재 유통되는 CKD용 처방식에서의 인 제한 정도는 정상인 개와 고양이에서는 결핍증을 유발할 수 있는 함량입니다.
영양소에는 필수 영양소와 비필수 영양소가 있습니다. 단백질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있고 지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필수 지방산인 오메가3와 6지방산이 섭취되어야 합니다. 미네랄과 비타민, 물도 모두 필수 영양소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비필수 영양소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기호성과 흡수율은 먹여보고 쉽게 평가를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양균형의 경우 그 음식이 균형이 잡혔는지 아닌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보통 상업용 펫푸드 포장지에는 사용 원료와 일부 영양소를 표기하게 되어 있습니다.
국내에서 펫푸드를 판매하려면 6가지 영양소의 함량을 포장지에 명시해야 합니다. 이들 영양소는 조단백, 조지방, 조회분(미네랄), 조섬유, 칼슘(Calcium) 그리고 인(Phosphorus)입니다.
AAFCO에서는 성견용 펫푸드의 경우 단백질은 건물(수분을 제외한) 기준으로 18%이상, 지방은 5%이상, 칼슘은 0.6~2.5%, 인의 경우는 0.5% – 1.6%를 함유하도록 추천하고 있습니다. 또한 칼슘과 인의 비율은 1:1~2:1이 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이러한 권장 기준이 개와 고양이용 펫푸드에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일부 펫푸드를 보면 칼슘의 함량이 굉장히 낮은데도 불구하고 마트나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예시 1).
현재 개와 고양이는 가족의 일부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건강하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개와 고양이용 펫푸드도 영양소 함량 기준에 대한 제시가 시급히 도입되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펫푸드가 유통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원료의 안전성은 펫푸드에 몸에 해로울 수 있는 것이 들어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료의 안전성 문제를 더욱 부각시킨 대표적인 사례는 ‘멜라민 사태’입니다. 이 사태는 인터넷에서 ‘사료의 등급’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멜라민 사태는 약 10년 전 중국의 어떤 단백질 원료 납품 업체에서 조단백 수치를 높이기 위해 한 분자당 질소량이 많은 멜라민을 인위적으로 섞은 원료를 납품하면서 문제를 일으킨 사건입니다.
참고로 단백질의 약 16%는 질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질소량에 6.25를 곱하면 대략적인 단백질 수치를 역산할 수 있는데 이를 조단백이라 명명합니다. 이처럼 질소량이 높을수록 조단백 수치도 높아지는 특징을 이용해 중국의 업체들이 분자당 질소량이 많은 멜라민을 섞음으로써 마치 단백질량이 많은 것처럼 속여 원료를 고가에 판매한 것입니다.
멜라민은 적은 양에서 자체로는 독성이 없으나 시아누르산(Cyanuric acid)과 결합할 때 신장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 사태로 수많은 개와 고양이가 신부전 등의 문제로 고통 받았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소비자들은 개와 고양이에게 좀 더 안전한 음식을 제공하고자 소위 “사료의 등급”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여러 펫푸드 회사의 제품들을 나름대로 분석하여 브랜드별로 등급을 매긴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급격히 확산됐습니다.
이는 과거와 달리 개와 고양이를 좀더 가족과 같은 존재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으로 무척 고무적인 일입니다.
다만 이렇게 등급을 매기기 위해 원료의 질적인 면과 안전성에 집중하였으므로 ‘사료의 등급’이라는 용어보다는 ‘원료의 등급’이라는 표현이 더 알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원료와 더불어 영양소 측면도 같이 분석하여 등급을 매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후 ‘사료의 등급’ 분류에 쓰인 홀리스틱, 슈퍼 프리미엄 등의 용어를 일부 회사에서는 마케팅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들 용어에 대해 공식적으로 정의 내린 기관도 없고 법적 규제도 없으므로 그러한 용어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료의 측면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말하는 원료는 유기농(Organic) 원료입니다.
유기농 식물성 원료는 살충제, 비료, 보존을 위한 방사선 처리, GMO등을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동물성 원료는 유기농 식물 원료를 급여하여 사육해야 하며 항생제, 성장 촉진제 등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다만 현재 대부분의 유기농 인증 업체들은 주로 사람 음식을 인증해 주고 있고 펫푸드에 대한 규제가 불확실한 측면도 어느 정도 있습니다.
미국 농무부(USDA)에서도 자신들이 지정한 여러 인증 업체들을 통해 펫푸드 원료와 생산시설을 인증해 주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펫푸드에 대해 “USDA 인증 번호가 있는 경우 유기농 원료를 사용한 것이 진실할 수 있으나 보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체내에 유해할 수 있는 것들의 사용을 제한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측면에서 본다면, 유기농 원료를 사용한 제품이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는 원료의 안전성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더 우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펫푸드의 종류와 평가 기준에 대해 기술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펫푸드를 평가 하기 위해선 기호성, 흡수율, 영양 균형, 원료의 안전성 등 종합적인 기준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며 어느 한 부분이 좋거나 나쁘다고 해서 전체를 평가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펫푸드 생산 업체에서도 보다 윤리적으로 원료를 사용해야 하고 영양 균형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국가에서는 펫푸드에 대한 기준, 특히 영양 균형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여 펫푸드 생산 업체로 하여금 영양 균형이 깨지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상업 생식에 있어서의 가능한 공중 보건학적 문제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칼럼:펫푸드에 대하여]는 2편 ‘펫푸드 바로보기’로 이어집니다 –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