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보러가기)에서 펫푸드의 분류와 평가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펫푸드와 관련된 보다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Grain Free(그레인 프리)
최근 전세계적으로 많은 회사들이 이 용어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Grain Free 원료를 사용하는 것이 그 제품의 전체적인 품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Grain Free 마케팅은 보호자의 요구에 회사가 수동적으로 따라 맞춰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주로 인터넷에서 알려진 ‘과거 개와 고양이의 선조들은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았으므로 탄수화물을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는 명제에서 출발한 개념이지요.
또한 Grain Free 원료를 사용하면 알러지를 일으킬 확률이 낮다는 측면과 탄수화물은 소화/흡수가 잘 되지 않는다는 내용들이 Grain Free라는 용어를 탄생시켰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에 기술된 내용들이 Grain Free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개와 고양이 선조들은 초식동물의 장을 통해 식이섬유를 섭취했습니다.
펫푸드 회사에서 이론적으로 탄수화물을 줄인다면 상대적으로 단백질과 지방을 늘려야 하는데 이로 인해 고지방 식이로 인한 문제(고지혈증, 췌장염)가 우려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Grain Free’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탄수화물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Grain Free 제품들을 보면 탄수화물 원료로 밀, 쌀, 옥수수 등을 쓰는 대신에 콩, 감자 등을 쓰고 있습니다.
Grain(곡물) Free라는 용어는 주로 Carbohydrate(탄수화물) Free가 아닌 Gluten(글루텐) Free로 인식됩니다. Grain Free는 ‘탄수화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람 식품에서는 ‘Gluten에 대한 알러지를 가진 사람도 섭취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배려로서 제품에 “Gluten Free”라는 라벨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개와 고양이에서는 닭고기 등에 비해 Gluten이 알러지를 유발할 확률은 상대적으로 무척 낮습니다. 알러지와의 관련성이 적은 것이지요.
게다가 현대의 개와 고양이는 탄수화물(전분)을 잘 익히는 경우 100% 흡수할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이 소화/흡수가 잘 되지 않는다’는 말도 익힌 조건이라면 틀린 말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Grain Free 제품은 좋은 제품이라고도 나쁜 제품이라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만일 개와 고양이가 Gluten에 대한 알러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이를 관리하기 위해 알러지용 처방식뿐만 아니라 Grain Free 제품 급여가 가능하겠습니다.
펫푸드의 보관
펫푸드의 보관은 그 펫푸드가 가진 형태에 따라 다소 달라집니다.
건식 펫푸드는 개봉하지 않은 경우, 쥐와 벌레가 없는 선선한 곳에 보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일단 개봉을 하게 되면 필수 지방산의 산패를 최소화하는 것이 보관의 핵심입니다.
필수 지방산은 오메가3와 오메가6 지방산으로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게 되면 과산화물(Peroxide)를 형성하게 됩니다. 기준치 이상의 Peroxide를 형성할 경우 체내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개봉 후에는 되도록 산소와 만나지 않도록 밀봉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한번 개봉하게 되면 4~6주 이내에는 모두 급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즉, 몸무게 3kg짜리 고양이를 키우면서 10kg짜리 대용량 펫푸드를 구입해 몇 개월간 먹이는 것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펫푸드 알갱이를 밥그릇에 놓고 상온에 둘 경우 하루 이상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하루가 넘었는데도 알갱이가 남아 있으면 버리도록 합니다.
이외 온도가 높을수록 산화반응 속도가 커지므로 펫푸드를 되도록 서늘한 곳에 보관하여야 하며 빛, 특히 자외선에 의해서도 산화가 촉진되므로 빛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투명 포장으로 된 간식류에서 응용할 수 있습니다. 해당 간식의 원료가 오메가 지방산을 함유하면서 내용물을 보여 주기 위해 포장지를 투명하게 처리했을 경우, 빛을 받지 않도록 진열하는 것도 산패를 줄이기 위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습도가 높은 곳에서도 산패가 촉진되므로 개봉 후 건조한 곳에 보관하도록 해야 합니다.
습식 펫푸드는 수분함량이 많아 미생물과 곰팡이가 형성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개봉 후 바로 모두 먹이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냉장 보관하되 되도록 3일 이내에 모두 급여해야 합니다. 동물이 먹도록 상온에 둘 경우 3~4시간이 지나면 버리도록 합니다.
라벨 읽기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건식 펫푸드를 살펴보면 앞면은 브랜드와 펫푸드 이름, 중량, 여러 마케팅 용어들이 있고 뒷면은 주로 원료, 등록관련 사항, 제조 및 유통 업체, 특징, 급여량 등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것만 살펴보면 우선 원료의 경우 중량 순으로 나열되어야 합니다. 즉 아래 예시에서 보듯 중량을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원료는 쌀이고 다음은 식물단백질, 닭고기미트 등의 순으로 나열됩니다.
단백질의 경우 단일보다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원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오메가3와 오메가6 지방산의 원료를 넣어 필수 지방산이 확보된 펫푸드가 더 선호됩니다.
오메가6 지방산의 원료로 주로 사용되는 것들은 홍화씨유, 보라지유, 옥수수유, 면실유, 콩기름, 참기름, 해바라기씨유, 카놀라유 등입니다. 오메가3 지방산의 주 원료는 어유(fish oil)와 아마씨유(Flaxseed oil)가 대표적입니다.
이들 오메가 지방산은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면역 기전의 항상성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되도록 첨가된 펫푸드를 급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외국산 펫푸드의 경우 표기된 사항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원료를 사용하였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닭고기라도 ‘Chicken’과 ‘Chicken meat’, ‘Chicken meal’ 등 표기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Chicken으로 표기했다면 이는 말리거나 지방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형태의 닭고기입니다. 수분을 함유했기 때문에 중량이 많이 나가 주로 원료 표기 시 앞에 배치됩니다. 뼈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Chicken meat로 표시됐다면 뼈를 포함하지 않은 살 부위를 원료로 사용한 것입니다.
Chicken meal이라면 이는 살 또는 뼈를 포함한 살을 열처리하여 렌더링한 것으로 수분과 지방을 거의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단백질과 인(phosphorus)의 함량이 많습니다.
Fish meal의 경우 주로 뼈를 포함한 물고기 살을 열처리하여 렌더링한 것으로 oil을 포함하지 않으므로 오메가 3(EPA/DHA)의 공급원이 될 수 없습니다. 반면 단순히 Fish라고 표현되어 있다면 살코기와 기름, 뼈를 모두 포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오메가3 지방산을 공급하는 원료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6대 영양소라고 하여 조단백, 조지방, 조회분, 조섬유, 칼슘, 인을 등록 사항으로 표기하게 되어있습니다.
여기서 조회분은 주로 미네랄을 뜻하는데 조회분 함량이 너무 많은 경우 주로 뼈가 포함된 원료를 많이 사용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칼슘과 인의 경우 1편에서 언급된 것처럼 그 함량이 적정량을 갖고 있는지, 그 비율이 1:1~2:1 수준을 유지하는 지 살펴봐야 합니다.
펫푸드 뒷면의 급여량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성견/성묘가 기준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급여량이 틀리게 표기되는 경우도 있어 제대로 계산되어 표기되었는지 우선 체크해야 합니다.
중성화 수술을 했거나 노령견의 경우는 표기된 급여량의 80%정도만 급여하도록 합니다.
처방식에 대하여
동물의 질병 치료 또는 특정 질병의 진행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식이요법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여러 회사에서 이를 목적으로 상업화된 펫푸드를 만들어 주로 동물병원을 통해 유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식이요법을 위한 펫푸드를 Prescription diet또는 Therapeutic diet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처방식’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처방식은 주로 특정 영양소의 증감을 통해 질병을 관리하도록 하는 개념으로 예를 들어 신부전(CKD)이 있는 환자에게 인(phosphorus)을 감소시키거나 심부전 환자의 식이요법을 위해 나트륨을 감소시킨 포뮬라(성분구성)가 대표적입니다. 비만 치료를 위해 단백질과 미네랄을 상대적으로 증가시킨 것도 또 다른 예입니다.
또는 도움이 되는 영양소를 추가하여 질병 관리를 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글루코사민+콘드로이틴 원료를 추가해 관절 질환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포뮬라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알러지 질환의 경우 기존에 먹지 않았던 단백질 원료를 사용하기도 하거나 가수분해하여 면역 세포가 반응하는 정도를 줄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알러지의 원인이 펫푸드에 첨가하는 Chemical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Chemical의 첨가를 배제한 처방식이 국내에 런칭되기도 하였습니다.
즉, 처방식은 어떤 약물효과를 갖는 특정 물질을 첨가하는 것이 아니라 영양소의 조정을 통해 질병 관리를 유도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처방식은 치료에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처럼 직접적인 실험 데이터를 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주로 특정 영양소의 증감을 통해 나온 논문 데이터들을 취합하여 포뮬라를 짜서 생산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외국이든 우리나라든 법적으로 인증절차를 거치는 것도 아니며, 판매 장소를 동물병원에 국한시키지도 않았습니다.
문제는 정상 동물이 처방식을 먹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
예를 들어 인(phosphorus)의 함량을 매우 줄인 신장질환용 처방식(Renal Diet)를 정상 동물에 급여할 경우 저인산혈증(hypophosphatemia)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처방식은 일반 펫푸드와 달리 유통 장소가 동물병원에 국한되어야 하고 등록/허가에 대한 부분도 좀 더 까다로운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상으로 1, 2편에 걸쳐 현재 펫푸드와 관련된 내용들을 일부 다루어 보았습니다.
펫푸드는 동물의 수명 연장과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입니다. 동물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주도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수의사들입니다.
이처럼 펫푸드를 통한 영양관리가 실제 진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과대학에서 정규과목에 영양학이 편입되지 않아 보호자들에게 영양과 관련된 많은 도움을 주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루 빨리 법적인 개선과 영양학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인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길 희망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