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유 병원경영 발전전략⑦] 잠자는 거인, 중국이 깨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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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중국을 처음 방문한 것은 1997년 몽골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던 길에서였다.

당시 필자는 몽골을 지원하기 위한 보건전략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위성국가였다가 버려진 몽골은 무력했고 국가적인 사회기반시설도 엉망이었다.

필자는 몽골이 의료분야의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도록 돕고, 캐시미어나 모피, 가죽 등 동물 유래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경제시스템이 자리 잡는 것을 지원했다.

당시 몽골은 중국과 밀접한 교역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필자 역시 중국으로의 판매대리권(Distributorship) 기반 구축을 도왔다.

 

그렇게 1997년 처음 방문한 중국은 마치 한국전쟁 직후의 한국을 보는 것 같았다. 택시도 잘 잡히지 않았고, 가까스로 잡은 택시도 비좁고 먼지가 많아 5분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중국농업대학도 처음 방문했을 때는 그저 작은 마을의 대장간에 딸린 마구간 같았다. 몇몇 소와 당나귀가 위상이나 기생충 치료를 위해 내원하는 정도였다. 필자가 대부분의 수의학적 훈련을 받았던 미국과는 비교대상조차 될 수 없었다.

그 때 필자에게 조언을 듣고자 하는 몇 명의 교수를 만났고 이후 나는 매년 중국의 미래에 대해 조언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중국농업대학을 방문했다.

중국은 지난 15년간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지금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가장 비싼 개가 경매된 곳도 중국이다(티베탄 마스티프, 160만 달러).

이에 따라 수의학 시장과 수의학 기술에 대한 시장의 요구도 급격히 확대됐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 잡지 못할 정도였다. 중국에서 전국적인 규모로 치러지는 수의학 관련 대회에는 전세계 수의계의 리더들이 초청됐다.

2009년부터 중국수의사회(Chinese Vet. Med. Association)의 수석 컨설턴트로서 필자는 중국수의사회의 수의사 연수교육(Continuing Medical Education)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내 여러 대학이 수의학 역량과 진료시설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중국 수의사들은 미국 여러 주(州)의 선례를 통해 수의사의 윤리와 행동강령을 배우기 시작했다. 수의전문직의 수준을 높이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연민어린 보살핌을 제공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수의학 기술과 병원경영 기술이 균형을 이룸으로써 국가적인 발전역량을 쌓고 있다.

중국에서는 3~5일에 걸쳐 동물병원 경영과 윤리적 운영, HAB(Human Animal Bond)에 기반한 돌봄 등에만 집중하는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수의과학의 발전과 보호자 만족도 증진을 위해서는 수의학기술과 경영전략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수의학 기술을 비행사가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술에 비유한다면, 경영은 비행기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네비게이션이다.

중국의 이러한 모습은 일본이나 한국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하나 중국이 가지고 있는 차이점은, 필자가 방문했던 대부분의 사설 동물병원이 여러 명의 수의사와 동업자를 보유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병원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파트너끼리 나누어 부담할 수 있으며, 임상가에서 수의사끼리의 경쟁을 보다 줄일 수 있다는 특성을 가진다.

필자의 예상으로는 향후 10년 내로 중국의 수의학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뛰어넘을 것이다.

 

필자는 5월 25일부터 29일까지 중국에 방문하여 CE(Continuing Education) 미팅에 참석한다.

이 행사는 직원 훈련과 소통, 리셉셔니스트 훈련, 콜백(Call Back)시스템, 가치사슬, 병원 건설 및 인수 등 동물병원 경영 관련 주제만 다룰 예정이다. 5일간 매일 8시간씩 강연하는 이번 프로그램에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이번 미팅은 약간의 스폰서쉽이 있지만 참가자 각자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대회다. 이는 환축과 보호자에 대한 고품질의 진료를 위해 중국 수의사들이 얼마나 투자를 아끼지 않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중국 수의학은 앞으로도 중국 전체의 경제 발전과 함께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

 

중국의 수의과대학들은 수의임상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이들은 미국 등 수의선진국으로부터 많은 스페셜리스트를 초청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많은 수의과대학 졸업생들을 미국에 보내 추가적인 훈련을 받도록 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매년 중국 학생 10명이 미국 수의과대학에 입학해 미국 수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미국 내 수의과대학과 협상해왔다. 이 학생들은 차후 중국으로 돌아와 중국 수의학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필자도 재학 중인 이 학생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필자는 말 전문수의사와 정형외과전문 수의사, 임상병리전문 수의사 등이 중국을 방문해 각 분야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모습들을 보면 중국이라는 잠자는 거인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수의학의 기술적 역량이 명백히 성장하는 날까지 이러한 경향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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