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바로가기)에 이어…
고양이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생식 레시피는 “피어슨(Dr. Pierson)” 레시피입니다.
피어슨은 수의사이지만 영양학 전문의는 아닙니다. 하지만 레시피 자체가 복잡하지 않고 자신의 레시피에 대한 영양학적 논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여 국내에까지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피어슨 레시피는 뼈를 발라내지 않은 닭고기와 계란 노른자, 연어오일, 비타민B와 E, 타우린, 생간, 섬유질 등을 물과 함께 적당량 섞어서 냉동시킵니다. 이때 뼈와 간 등은 믹서기로 갈아 잘게 분쇄하여 하루 급여량 만큼씩 소분해 냉동 보관합니다. 이후 식사 시간에 맞춰 소분했던 것을 하나씩 꺼내어 해동 시킨 후에 동물에게 급여합니다.
필자는 이 레시피가 다른 레시피에 비해 그나마 영양소 균형에 대한 부분이 덜 우려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 레시피의 완성된 형태를 실제적으로 분석하여 측정한 결과가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또한 미네랄 중에 ‘아연(Zinc)’처럼 생식 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에 대한 원료가 없다는 것도 조금 아쉽습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영양소를 모두 공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생식을 하는 분들은 특히 비타민의 경우 사람용 영양제를 생식에 섞어서 급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람용 영양제를 급여하는 경우 조심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때때로 사람용 영양제에는 개와 고양이가 먹지 말아야 할 원료가 들어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은 비타민과 칼슘, 항산화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사람용 영양제의 성분표입니다.
성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용된 원료로 유기농 “양파”가 들어있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양파는 매우 적은 양으로도 재생 불량성 빈혈을 야기하는 원료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위의 그림 역시 사람의 영양제로 주로 미량 미네랄과 비타민, 항산화 영양소를 제공해 주는 제품입니다. 이러한 영양소들 모두 개와 고양이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생식에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이 보입니다.
하지만 역시 자세히 살펴보면 원료에 ‘포도’가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사람용 영양제가 원료를 명시하지 않고 영양소만 명시한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입니다. 위의 경우는 다행히 원료를 명시함으로써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 주었지만 말입니다.
생식을 하는 경우 사람용 영양제를 급여한다면 사용 원료에 대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제품에 사용원료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포도, 양파, 다량의 마늘, 고추, 자일리톨 등 위험할 수 있는 원료가 들어있는지의 여부를 그 회사에 반드시 알아보아야 합니다.
생식의 또 다른 형태는 먹이를 “통째로 주는 것”입니다.
즉, 개와 고양이가 과거에는 사냥을 통해 먹이를 잡아 먹었기 때문에 그 형태 그대로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위의 사진들처럼 실험용 쥐를 그대로 주거나 또는 가죽을 벗겨 통째로 먹이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 통째로 주는 방법으로 생식을 하는 것도 역시 문제가 있습니다.
2012년 발표된 한 논문은 생식을 주로 급여한 개에서 혈중 갑상선 호르몬의 농도가 매우 높게 나왔는데 일반 상업용 건사료로 교체하면서 다시 갑상선 호르몬 농도가 정상화 되었다는 연구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통째로 생식을 먹이는 보호자들은 이들 생식을 냉동시켜 보관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통째로 주는 경우 갑상샘이 포함된 채로 냉동되게 되고, 24시간 이상 냉동됐던 갑상샘을 급여하면 독성을 띄게 됩니다. (얼리지 않은 채로 급여를 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갑상선 호르몬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통째로 얼려서 급여하는 경우에는 식이성 갑상선 기능 항진증(Dietary Hyperthyroidism)에 대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생식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서 급여하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여러 회사에서 “상업 생식”을 출시하여 현재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업 생식은 육고기를 주 원료로 사용하고 있고 그 사용 비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육고기는 칼슘의 함량이 매우 낮고 인은 높습니다. 때문에 상업 생식 대부분의 칼슘 및 인 수치는 국제기관에서 권고하는 수준의 함량과 비율을 맞추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업 생식을 주식으로 급여하는 경우 미네랄 불균형에 대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위 사진과 같이 개와 고양이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원료가 들어갔을 가능성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상업 생식을 급여해야 한다면 반드시 개와 고양이의 영양을 잘 아는 사람이 만든 레시피의 제품을 선택해야 합니다.
위 사진에서도 상업 생식에 활용된 여러 재료 중 마늘과 고추는 주의해야 할 원료입니다. 마늘과 고추는 과량으로 섭취하면 치명적일 수 있고, 소량이다 하더라도 위장관 점막에 자극을 주는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