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약값 왜곡 보도한 KBS,반론보도 결정
언론중재위 `KBS 인터넷 홈페이지 조정대상기사 본문 아래 반론보도 해라`
동물병원 약값에 대해 왜곡 보도한 KBS 측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가 반론보도를 명령했다.
KBS는 5월 31일 「동물병원 약값 ‘부르는 게 값’? 처방전 발급 안 돼」보도를 통해 동물병원마다 약값이 다르고 약값이 명시돼 있는 처방전도 잘 발급해주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당시 KBS는 동일 성분·같은 제품의 약을 같은 용량만큼 사용했는지에 대한 확인 없이, 그저 같은 환자를 데려간 동물병원 두 곳의 약값을 비교하여 최대 60%차이가 난다고 보도했으며, 수의사 처방전에는 ‘약값을 적는 칸’ 조차 없음에도 “동물병원에서 ‘약값이 명시돼 있는 처방전’을 잘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고 잘못된 보도를 했다.
이에 대해 한국동물병원협회가 언론중재위원회에 ‘KBS 뉴스보도에 대한 정정보도와 사과방송을 요구’했으며, 6월 22일(월) 언론중재위원회 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반론보도문을 게재하는 방안이 합의됐다.
KBS는 이에 따라 「동물병원 약값 부르는 게 값, 처방전 발급 거부 관련 반론보도문」이라는 제목으로 아래 내용을 KBS 홈페이지의 조정대상기사 본문 바로 아래에 게재해야 한다. 만약 이에 대한 명령을 어길 경우 이행기일(7월 3일) 다음 날부터 이행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1일에 50만원의 금액을 신청인(한국동물병원협회)에 지급해야 한다.
반론보도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 방송은 지난 5월 31일 밤 9시 뉴스에서 “동물병원 약값 부르는 게 값? 처방전 발급 안 돼” 라는 제목으로 동물병원의 약값이 병원에 따라 들쭉날쭉 다른데다가, 별다른 사유 없이 처방전도 발급해주지 않는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동물병원협회는 “수년전 단일한 진료비를 청구하다 공정위로부터 고발돼 벌금 처분을 받은 이후 동물병원마다 각기 다른 진료비를 부과하고 있으며, 수의사 처방전은 약사법에 주사제를 처방할 경우에만 발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한국동물병원협회 허주형 회장이 언론중재위 회의에서 직접 ▲동물진료수가제 폐지(동물병원마다 진료 수가가 다름) ▲같은 성분의 약도 제품마다 가격이 다름 ▲처방전 발급비용은 법으로 정해져 있음(5천원) ▲수의사는 인체용의약품 처방전을 발급할 수 없음 ▲동물용의약품 처방전을 발급하는 수의사 처방제에서 주사용 제제를 제외한 나머지 약품은 약국 예외 조항에 의해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판매 가능함 ▲수의사 처방전에는 약값이 명시되지 않음 등을 설명했으나, 언론중재위가 제시한 반론보도문에는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는 내용과 수의사 처방제의 한계점만 소개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허주형 한국동물병원협회장은 “이번 KBS의 보도에 우리의 의견이 전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일부만 받아들여진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지만,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향후 이런 일들이 재발되면 적극 대처할 예정이며, 또한 타 이익집단에서 수의진료권을 침범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적극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언론 보도 후 수습에는 한계 분명해..왜곡 보도 사전에 방지하는 노력과 언론 대응 담당 부서·인력 절실
한편, 이번 사태는 언론 보도가 한 번 잘못된 뒤에 수습이 얼마나 어려운 지 다시 한 번 여실히 보여줬다.
뉴스 보도에 분명 잘못된 내용이 있었음에도 정정보도가 아닌 반론보도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위에 언급한 수준의 반론보도가 방송보도 후 발생한 잘못된 여론을 얼마큼이나 수습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언론중재위원회의 목적이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여 합의점을 찾게 하는 것이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정보도 명령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한국동물병원협회가 반론보도에 합의하지 않고 끝까지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는 정정보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면 고소를 통한 법적다툼을 해야 하는데, 그 시간과 비용 또한 만만치 않으며 결과도 보장할 수 없다.
실제 언론중재위 회의에서도 “KBS 9시 뉴스에서 정정보도를 내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위원이 있었으며 “KBS 9시 뉴스에서 정정보도를 본 적이 있느냐?”고 반문한 사람도 있었다.
수의사회나 동물병원협회 내에 별도의 언론대응 인력이 없기 때문에 왜곡 보도를 사전에 감지하고 보도 자체를 막는 일은 물론, 왜곡 보도 이후 대응도 전문적이지 못하다. 이 때문에 앞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왜곡 보도를 방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동시에 보다 전문적이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수적이다.
대한의사협회 내에는 6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홍보팀’이 별도로 존재하여 언론모니터링, 홍보자료 제작 배포, 언론대응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한약사회에도 2개의 홍보기획팀이 있으며, 신문매체와 방송매체를 담당하는 별도의 직원이 각각 존재한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언론 보도의 전파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또는 동물병원협회 내에 언론을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