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볼루션은 일부 특수 경우 제외하면 동물병원으로만 공급
동물병원으로만 공급하는 일 때문에 오히려 공정위에 제소된 상태..
공정위에서 불공정거래 판단하면 약국에도 납품할 수 밖에 없어
지난 9일, 한국조에티스(구 화이자동물약품)측에서 동물병원으로만 공급한다고 한 레볼루션을 일부 약국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는 기사가 본지를 통해 보도됐다.
당시 본지 기자는 서울의 한 약국에서 레볼루션을 아주 쉽게, 그것도 동물병원 평균판매가 보다 10,000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구입 몇시간 뒤 레볼루션 공급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약국에 전화를 걸어 정식신문사임을 밝히자 약국 측은 "레볼루션이 없다" 며 판매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관련기사 : 레볼루션 약국판매, 직접 확인해보니).
이렇게 일부 약국에서의 레볼루션 판매 사실을 한국조에티스에서 알고 있는지에 대하여, 한국조에티스 관계자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레볼루션이 동물병원으로만 영업사원을 통해 판매된다고 알고 있는데, 약국에서도 쉽게 구입가능했습니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아니요 몰랐습니다. 혹시 어디 약국인가요?"
서울 OO지역의 A약국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팔고 있었습니다.
"저희 조에티스는 보호자들이 직접 치료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수의사를 통해서 처방/진료가 이뤄져야 하는 전문적인 제품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심장사상충 영역도 보호자가 직접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수의사를 통해서 이뤄져야 하는 전문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물병원으로만 직접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 년동안 어떤 병원에 어떤 약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다 기록하고 있습니다. 레볼루션은 특수한 경우만 제외하고 동물병원으로만 드리고 있는 게 확실하고, 이 부분은 언제든지 자신있게 강조 드릴 수 있습니다."
동물약국 이외에 동물용의약품 도매상에도 레볼루션이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특수한 경우에 공문을 받아서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에버랜드에서 특수동물을 위해 레볼루션이 필요한데, 에버랜드가 저희 등록병원이 아니거나, 미8군에서 레볼루션에 대한 요청이 있을 때 공문을 확인한 뒤에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레볼루션은 모두 직접 동물병원으로 거래하고 있습니다."
어느 병원으로 몇 개씩 나가는 것이 기록된다고 했는데, 그럼 약국에서 구입한 레볼루션의 바코드를 보고 어느 동물병원에 납품한 제품인지 거꾸로 추적할 수는 없나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제품에 붙어있는 코드는 생산코드입니다. 저희는 완제품을 수입판매하기 때문에, 동시에 생산된 제품은 모두 같은 뱃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100만개를 생산하면 100만개 제품은 모두 동일한 뱃지를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이게 뿌려진 뒤에는 추적할 수가 없습니다. 비표를 표시하는 것도 불법사항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표를 붙이고 있지 않습니다."
* 비표 : 유통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본사가 표시해둔 코드. 실제 일부 제약사가 비표 등을 부착하는 방법으로 거래 상대방을 제한한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지를 받은 적이 있다.
수의사들에게 레볼루션을 판매할 때 개수제한 같은 건 없나요? 만약 조에티스에서 약국이나 도매상으로 레볼루션이 나간게 아니라면, 레볼루션을 구입한 수의사가 약국이나 도매상에 레볼루션을 공급했다는 얘기인데, A약국 같은 경우는 10년 넘게 레볼루션을 팔아오고 있습니다. 일부 수의사가 이렇게 안정적으로 장기간 레볼루션을 공급하는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우선 개수제한은 공정거래 위반입니다. 따라서 수의사들에게 레볼루션을 판매할 때 개수제한은 하지 않습니다. 만약 영업상으로 어떤 원장님이 갑자기 레볼루션을 수천개씩 주문하면 눈에 띌 수 있지만, 그런 부분은 없었습니다."
혹시 레볼루션의 납품가나 행사 때 할인판매가격을 알 수는 없을까요?
"그 부분은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다만, 저희는 화이자 인체약품의 룰을 똑같이 적용하기 때문에, 공정거래위 룰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이드라인 없이 특정 병원에만 어떻게 해주고 이러는 건 없습니다. 프로모션 역시 모든 동물병원에 똑같이 동등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납품가를 여쭤보는 이유는, 혹시 약국에서 동물병원 납품가보다도 레볼루션을 더 싸게 판매하고 있다면, 수의사를 통해 나갔다고 보기 어려워서 입니다. 저희는 A약국에서 2.5-5kg 짜리 레볼루션을 33,000원에 구입했습니다.
"더 싸게 팔수는 없을 겁니다. 동물병원 납품가는 33,000원 보다 낮은 가격입니다. "
최근에 약사들도 레볼루션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그 부분 때문에 저희도 사실 요즘 어렵습니다. 레볼루션은 성충이 예방되지 않고, 유충만 예방됩니다. 또 진단이 안 된 상태에서 무작정 유충만 예방하다 보면 보호자들이 결국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원장님들께 전문적으로 드렸던 부분인데, 최근에 약사분들이 여기에 관심이 많아서 굉장히 곤란한 상황입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가 되어 있는 상태고, 외부 법무팀을 꾸려 여기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정위 결과는 언제 나올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굉장히 신경써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이라고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elamectin은 수의사 처방제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정위에서 잘못된 거라고 하면 약국이나 도매상에서도 그냥 구입가능해지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공정위해서 불공정거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 때는 어떤 제약사도 방법이 없습니다. 저희 판단에는 최근에 레볼루션이 큰 이슈가 되는 원인이 레볼루션의 소비자 인지도가 가장 높고 약사들이 '화이자'라는 제약회사에 익숙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희도 이 부분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자칫 심장사상충약이 남용되거나, 진단없이 활용되거나, 아니면 부작용에 대한 올바른 처치가 이뤄지지 않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 취재에서 레볼루션을 판매했던 A약국이 "레볼루션을 팔지 않는다" 라고 판매사실을 부인하고, 그동안 팔아온 레볼루션을 어디서 구입했는 지 묻는 질문에 "모르겠다. 묻지 마라" 라며 대화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을 미뤄볼 때 약국에서 레볼루션을 구입하는 경로가 떳떳하지 않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실제 A약국은 2004년, 홈페이지 댓글을 통해 "레볼루션을 수의사친구로부터 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그 수의사가 누군지 알고 싶다는 댓글이 달리자 "개인의 프라이버시라서 공개할 수 없습니다만..혹시 당신일지도 모릅니다" 라는 장난스런 댓글을 남겼다.
수의사 처방제 시행을 앞둔 현재, 동물용의약품에 대한 약사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동물약국을 통한 자가진료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반려동물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의사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