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고양이를.
2012년부터 고양이친화진료에 대한 강의를 시작하였다. 그 무렵 해외 고양이학회에서 가장 강조되었던 부분이 고양이친화병원, 고양이친화진료에 대한 것이었다. 이후로 머릿속을 지식으로 채우는 것보다, 투자를 통해 병원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보다 고양이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마음이 움직이는’ 고양이친화진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녔다. 하지만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지금까지 크게 잘 못 생각한 것 같고 고양이에 대한 마음가짐이 강의를 통해 바뀌었다는 내용부터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너무 시간할애가 많다는 것 등의 긍정, 부정적인 피드백이었다. 부정적인 피드백이 있다 하더라도 고양이친화진료는 고양이 임상에 있어 가장 출발점에 있는 밑거름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독자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고양이친화병원, 고양이친화진료는 고양이 임상에서 꼭 필요한 것인가? 당연히 ‘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기를 바란다.
고양이친화진료의 목적은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고양이 건강증진이며, 검진 시 병원 내원에 따른 스트레스를 최소화하여 동물병원에 원할 때는 언제든지 편하게 와서 진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고양이 친화진료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힘든 부분’ 투성이다. 충분한 시간적인 할애는 기본이 되어야 하며 항상 참을 줄 아는 인내는 기초적인 소양이고 고양이보다 낮은 자세에서 그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몸짓에 귀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비유적으로 얘기하면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이성을 실제로 사귀었을 때 처음에 조심스럽게 몸을 사리고 이런저런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으로 빗대어서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진료실 환경과 냄새에, 그리고 수의사의 목소리에 적응시켰는데, 이동장 밖에 꺼내어 체중을 재려고 할 때 갑자기 밖에서 개가 짖었다고 한다면 고양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예민한 고양이일수록 십중팔구 다시 이동장에 들어갈 것이다. 그럼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독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은가?
그래서 첫 칼럼에서 강조하였던 것처럼, 고양이를 사랑하여야 한다. 사랑하여야 충분히 배려하여 조심스럽게 그들을 대할 것이고, 너무 사랑하여야 그들이 토라져서 이동장에 들어가도 다시 원점부터 기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까지 얘기한 부분이 바로 이전 칼럼에서 강조하였던, 고양이친화진료 실천 강령의 첫 번째인 고양이에 대한 무한한 관용, 이해,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고양이 진료를 하면할수록, 그리고 친화적으로 대하려 할수록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아닌 과정임을 매번 느끼게 된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그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라는 말, 아마 익숙한 말로 간디의 명언이다. 고양이친화진료를 역설하는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한나라의 위대함과 그 도덕성은 고양이를 진료하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라고. 이 말이 그렇게 과장되지 않는 말임을 실제 고양이친화진료를 진행하다 보면 느낄 것이다. 그리고 실제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아직 고양이친화진료를 잘 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고양이친화진료를 생각하는, 아니 실천하여야 하는 고양이 임상에 뜻이 있는 수의사라면 반드시 마음에 새기길 바란다. 고양이친화진료는 마음이 움직여야 하며, 마음이 움직여야 고양이들이 편해지고 이어 보호자도 편해질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