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물건강 외면한 공정위‥벨벳의 행정소송 결단을 환영한다
수의사 처방 하에 안전한 사용 보장돼야..약국공급 앞서 처방제 약국예외조항부터 삭제하라
바르는 심장사상충예방약 애드보킷을 유통하는 ㈜벨벳이 20일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심장사상충예방약을 약국에 공급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정면으로 불복한 것이다. 이제 공은 항소심인 서울고법으로 넘어간다.
앞서 공정위는 업체와 동물병원이 전략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동물병원에만 공급하면서 심장사상충예방약의 가격을 유지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약국에 제품이 공급되면 가격이 인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같은 결정에서 정작 반려동물의 건강은 뒷전에 밀렸다. 성충 진단 없이 묻지마식으로 투약하면 예방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과학적 근거는 외면했다.
‘심장사상충예방약은 수의사처방제에 따른 처방대상약품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으니 처방 없이 사용해도 문제 없다’는 공정위의 전제는 기가 찰 노릇이다. 페니실린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용 항생제도 아직 처방대상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은데, 이들 항생제도 보호자가 임의로 사용해도 괜찮은 것인지 되묻고 싶다.
국내 현실에서 처방제 포함여부는 의약품의 안전 사용을 보장하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곧 있을 처방대상약품 확대 대상에 심장사상충예방약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게다가 심장사상충예방약이 처방대상으로 지정된다 하더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주사용 백신과 주사용 항생제를 빼면 약사는 수의사 처방 없이도 처방대상약품을 마음대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약사법 제85조 제7항, 일명 ‘약사예외조항’ 때문이다. 수의사처방제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대표적 독소조항이다.
동물용의약품의 유통은 오로지 동물의 건강과 안전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수의사 처방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약품을 동물병원 외에서 판매하는 것은 수의사 처방을 거치지 않고서는 판매할 수 없도록 체계를 완비한 이후여야 한다. 처방대상약품으로 지정하고, 약사예외조항이 삭제된 이후여야 한다.
그 전까지는 수의사 처방이 필요한 약재라면 처방대상약품 지정여부를 떠나 동물병원으로만 공급되어야 맞다. 그것이 동물의 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업계의, 전문직의, 정부의 당연한 자세이자 책임이다.
때문에 벨벳의 항소는 정당한 수순이다. 의약품 유통사가 짊어져야 할 도의적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 책임은 같은 처분을 받은 조에티스에게도 다르지 않다. 세계 1위의 동물용의약품 제약사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동물병원 수의사들의 시선은 이제 조에티스를 향하고 있지만, 스스로 돌아보기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지금껏 별다른 진단검사 없이도 심장사상충예방약을 처방해주지는 않았는지, 동물병원임에도 약국과 별반 다르지 않게 판매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일반인들이 심장사상충예방약을 전문의약품이라기보단 일반의약품처럼 받아들이는데 수의사의 책임도 크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동물병원 수의사들 각자가 제대로 된 진단처방을 거쳐 예방약을 판매해야 한다. 심장사상충 성충 검사를 보다 보편화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보호자의 검사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