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서 산 스테로이드 폭탄에 전신으로 퍼진 반려견 피부병
스테로이드 경구제제에 주사 자가접종까지..면역저하로 전신성 모낭충증 발병
경기 남부권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임상수의사 S씨는 최근 심각한 모낭충증 환자를 만났다. 10년령 암컷 말티즈 ‘비비(가명)’는 가피와 궤양이 범벅된 피부병변이 전신에 퍼져 있을 정도로 심각한 증상을 보였다.
문제는 ‘비비’의 증상이 보호자의 자가진료 때문에 발생했던 것. 사람용 피부연고는 물론 스테로이드 약품까지 오남용됐다.
내원한 보호자 진술에 따르면, 6개월여전 타 동물병원에서 알러지성 피부염과 곰팡이 감염증으로 진단 받은 ‘비비’는 증상이 나아졌다가 다시 악화됐다.
이때부터 자가진료를 시작한 보호자는 사람용 피부연고가 잘 듣지 않자 동물병원이 아닌 약국을 찾았다.
약국에서 스테로이드, 항진균제 성분 경구제 뿐만 아니라 스테로이드 주사까지 사다 썼지만 피부증상은 갈수록 심해졌다.
S 수의사는 “스테로이드 경구제는 1개월 이상, 스테로이드 주사제는 2~3일 간격으로 3~4회 접종했다”며 “스테로이드 성분 경구제나 주사제 모두 인체용 전문의약품이 불법적으로 유통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스테로이드가 무분별하게 반복 투약되면서 ‘비비’의 면역이 저하됐고, 결국 모낭충증이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비비는 Adult-onset Generalized form Demodicosis로 확진됐다.
S 수의사는 “비비는 모낭충증이 발병한 것이 오히려 불행 중 다행이었다”며 “더 심각한 부작용에 발병하기 전에 자가진료를 중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꼬집었다.
동물병원에서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때 내부 장기의 영향을 면밀히 고려하지만, 자가진료 할 때는 불가능하다는 것. ‘비비’가 모낭충증을 보이지 않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부작용이 심해졌을 것이란 얘기다.
수개월간 자가진료에 시달린 ‘비비’는 이미 스테로이드 남용으로 인해 간수치가 정상범위보다 20배 이상 증가한 상태였다.
S 수의사는 “자가진료로 약을 쓰면 당장은 효과를 보거나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자가진료 부작용은 큰 그림에서 환자를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부질환도 자가진료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흔한 질환이기도 하고, 동물약국 등으로 피부용 의약품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기 때문이다.
S 수의사는 “평소에도 자가진료 부작용을 겪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케이스가 많다”며 “이번에는 스테로이드 오남용으로 인한 모낭충증 발생이 워낙 확실해 제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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