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돼지수의사 `항생제 줄이려면 선제적 건강관리`
돼지수의사회 연례세미나서 강연..항생제 규제 강화 대응에 수의사 역할 조명
동물용 항생제 사용량에 대한 문제인식이 높아지면서 수의사에 의한 처방관리와 사용량 모니터링, 항생제 사용 수요를 줄일 사양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돼지수의사회(회장 고상억)가 3일 충북 C&V센터에서 개최한 2021 연례세미나에서는 덴마크의 돼지수의사 컨설팅그룹 Ovet의 킨 페데르센(Keen Steen Pedersen) 대표수의사의 초청강연이 진행됐다.
페데르센 수의사는 덴마크 돼지수의사의 활동을 전반적으로 소개하면서, 늘어나는 항생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돈군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래에는 돈군 전체가 아닌 개체치료로 전환될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현장진단키트와 영상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는 점도 지목했다.
농장별 수의사 컨설팅 계약 의무화, 수의사 처방에 의한 약품 사용
모니터링·옐로카드 제도로 항생제 사용량 저감효과
항생제 쓸 필요 없도록 예방하는 건강관리 중요
양돈 선진국인 덴마크의 돼지 건강관리 체계는 국내 수의양돈업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돼지수의사회와 대한수의사회는 국내에도 농장별로 전담 수의사를 두는 농장 주치의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페데르센 수의사는 덴마크의 돼지수의사 활동과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를 소개했다.
덴마크의 돼지농장은 의무적으로 수의사와 컨설팅 계약을 맺어야 한다. 수의사는 연 4~12회 농장을 방문하면서 돈군 건강과 백신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의약품을 처방한다.
페데르센 수의사는 “백신, 항생제 모두 수의사가 처방하지만 매약으로 돈을 벌지 않는다. 농장에서 시간당 수당을 지급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점차 강화되는 항생제 사용 규제에 대응하면서 돈군의 건강을 관리하려면 수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덴마크는 2000년대부터 Vetstat 데이터베이스를 도입했다. 항생제를 포함해 돼지에게 쓰이는 약품의 처방내역을 모두 입력하고, 수의당국이 모니터링한다. 어느 농장에서 항생제를 얼마나 썼는지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2010년부터는 옐로카드 이니셔티브를 도입, 설정된 역치보다 많은 항생제를 사용하는 농장을 더 강하게 규제했다. 고위험 항생제는 사용량에 가중치를 부여해 사실상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었다.
페데르센 수의사는 “플루오르퀴놀론계 항생제는 2002년부터 금지됐고, 3·4세대 세팔로스포린계는 2010년부터 업계에서 퇴출됐다. 2017년부터 실제 사용량의 10배로 가중치가 부여된 콜리스틴도 사실상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세프티오퍼 등 3세대 이상 세파의 사용량이 높은 국내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페데르센 수의사는 “돈군에 문제가 발생하면 항생제 사용량이 높아진다. 선제적인 돈군 건강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문제는 병원체뿐만 아니라 온도, 이유체중 등 여러 요인이 작동하는 만큼 돈사 구조부터 사료, 물 등 다양한 사양관리 요소를 함께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페데르센 수의사는 “약품은 문제가 심각해졌을 때 빠져나올 수 있게 만드는 안전망일 뿐이다. 돈군의 실제 건강을 위해서는 사료, 물, 환경 등 사양관리가 훨씬 중요하다”고 지목했다.
농장 직원에 대한 교육도 강조했다.
페데르센 수의사는 “동부 유럽에서는 여전히 돼지가 조금만 기침하거나 설사하면 (정확한 진단없이) 경험적으로 며칠씩 항생제를 준다. 그냥 안심하기 위해서다”라며 “돼지 모니터링을 위해 농장주나 농장장이 아닌 실제로 돼지를 돌보는 일선 직원들을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항생제 사용에 대한 규제는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것인 만큼 돼지 진료가 돈군치료에서 개체치료로 변화해갈 것으로 전망했다.
페데르센 수의사는 “현재는 돈군 전체에 대한 투약이 일반적이지만, 향후에는 개체별 치료로 나아갈 것”이라며 “(돈군 내에서) 어떤 개체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내기 위한 현장진단키트, 영상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