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감염병 `돼지 인플루엔자` 수의사가 의심한 농장은 여지없었다
수의사가 감염 의심한 농장 40곳 조사했더니..39곳 양성
조호성 전북대 교수가 8일 대전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한국돼지수의사회 2022년도 연례세미나에서 국내 양돈농장의 돼지 인플루엔자 감염 실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선 수의사가 돼지 인플루엔자 감염을 의심한 농장 40곳을 조사한 결과 39곳(97.5%)에서 항원 혹은 항체 양성 반응을 보였다.
수의사가 의심한 농장을 조사한 만큼 과대평가에 유의해야 하지만, 국내 양돈장에 돼지 인플루엔자 문제를 직시해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요한 인수공통감염병이지만..
돼지에서 문제 일으켜도 PRRS 탓
돼지 인플루엔자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주로 H1N1, H1N2, H3N2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이중 H1N1은 신종 인플루엔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돼지 인플루엔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지정된 법정 전염병이지만, 혈청형 조건이 있다. 가금에서 고병원성이 많은 H5형이나 H7형, 신종 인플루엔자(H1N1)가 감염될 경우는 제2종 가축전염병이지만, H1N2·H3N2형 등의 감염은 제외된다.
돼지 인플루엔자가 돼지에 감염되면 모돈에서는 유·사산, 육성·비육돈에서는 호흡기 증상으로 인한 생산성 문제를 일으킨다. 돼지호흡기질병복합체(PRDC) 형태로 다른 질병 문제와 섞인다.
조호성 교수는 “언제든 사람에 전파될 수 있는 중요한 질병임에도 국내에서는 아직 관심 밖에 있다”며 예찰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목했다.
기존에도 종돈장 등에서 돼지 인플루엔자를 정기적으로 예찰하고 있지만, 좀처럼 검출되지 않는다. 감염되어도 바이러스혈증 기간이 짧다 보니, 증상을 의심한 시점에서는 항원을 분리하기 어렵다.
게다가 국내 양돈농장에서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가 만연해 있다 보니, 돼지 인플루엔자가 감염되어 있더라도 유산이나 호흡기 문제의 원인으로 PRRS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의심되는 농장 40곳 검사했더니..39곳에서 양성 반응
모니터링도 전문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조호성 교수팀은 양돈농장 40개소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수행했다.
수의사의 정기 관리를 받는 모돈 200두 이상 일관사육 농장들 중 돼지 인플루엔자 감염이 의심되는 곳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지역적으로도 경기·경남·경북·전남·전북·제주·충남 등에 고르게 분포했다.
모니터링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검체를 다각도로 수집했다. 후보돈·모돈·자돈·육성돈·비육돈·위축돈 등 사육구간별로 혈액, 비강, 사육환경 검체를 수집하는 한편 이 같은 작업을 계절별로 4회 반복했다.
그 결과 40개 농장 중 39개(97.5%)에서 항원 또는 항체 양성이 확인됐다. 항원·항체가 모두 양성이었던 농장도 38개(9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항체양성률은 평균 85%, 항원양성률은 평균 51%를 기록했다.
검역본부에서 정기적으로 수행하는 모니터링이 10% 미만의 양성률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호성 교수는 “수의사가 보기에 돼지 인플루엔자가 있을 것으로 의심한 농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큼, (전체 양돈농장의) 실제 감염률보다는 높은 결과일 수 있다”며 해석에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최소한 수의사가 보기에 의심스러운 농장이라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체부터 전문가의 눈으로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국내 양돈장에서 돼지 인플루엔자가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백신 등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로 확보한 돼지 인플루엔자 야외주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시판 중인 국내 백신의 방어능을 평가하고, 새로운 백신 개발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돼지 인플루엔자와 양돈농장 생산성 문제와의 연관성이나, 감염농장 직원의 인수공통 전염 여부 등 추가적인 연구 필요성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