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수의사도 경직장 초음파로 번식진료 합니다
피엠씨동물병원 정여택 원장, 돼지수의사회 연례세미나서 경직장 초음파 활용 소개
초음파를 활용한 산과 진료가 반려동물, 소를 넘어 돼지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돼지 임상에서 정확한 번식진료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피엠씨동물병원 정여택 원장은 9일 대전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한국돼지수의사회 2022년도 연례세미나에서 경직장 초음파 활용 경험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휴대용 초음파로 난소·자궁·방광 영상 진단
교배효율 높이고, 신속 도태..생산성 개선
‘눈으로 보여주니 농장도 받아들인다’
번식진료는 농장동물 진료의 핵심이다. 농장동물이 건강하게 임신·분만을 반복해야 소고기, 돼지고기, 우유 등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 임상수의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경직장 초음파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다. 휴대용 초음파 기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번식 진료에 활용한다.
소형 프로브를 직장에 넣어, 인근에 위치한 난소, 자궁, 방광 등의 상태를 실시간 초음파 영상으로 확인한다. 인공수정에 적합한 시기를 놓치지 않게 안내해주거나, 번식 관련 질환을 찾아내는데 유용하다.
피엠씨동물병원이 경직장 초음파 기기를 도입한 것은 지난해 4월. 정여택 원장은 “번식진료에 나선 수의사의 판단을 농장 측이 잘 믿지 않거나 (치료나 도태를) 설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고민이었다”면서 도입 계기를 전했다.
난소낭종이나 심한 방광염, 자궁질환 등을 초음파 영상으로 보여주면, 농장 측도 별다른 이견 없이 수의사의 진단·처방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정여택 원장은 경직장 초음파를 통한 번식진료의 목표로 ▲성성숙 확인 ▲교배적기 확인 ▲신속한 도태 결정을 꼽았다.
정상 모돈에서는 초음파 검사를 통해 교배적기를 확인하는 한편, 번식에 문제가 있는 모돈에서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치료하거나 도태 여부를 신속히 판단한다는 것이다.
정여택 원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체형도 알맞고, 발정징후를 보이는 모돈이, 초음파 영상에서는 난소낭종이 있는 경우도 있다”면서 “난소, 자궁, 방광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모돈은 제대로 교배가 되지 않거나, 임신이 되더라도 산자수가 줄어들어 농장의 생산성에 악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모돈은 치료를 실시하거나, 휴양기간을 갖게 하거나, 신속하게 도태결정을 내려준다”고 덧붙였다.
도태 결정을 내리지 못해 여러 번 추가 종부를 시도하거나 도태 시점이 늦어지면, 그동안 들어가는 사료비, 분변처리비, 시설 점유, 관리에 들어가는 인건비·약재비 등 생산비의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여택 원장이 경직장 초음파 검사에 들이는 시간은 마리당 2분 전후다. 진료 전에 농장 측에서 모돈 배치나 관장 등을 준비해두면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모돈별 히스토리와 초음파 영상을 종합해 진단을 내리고 필요한 처방을 바로 내린다.
농장간 교차오염을 막기 위해 사용 전후로 세척·소독한다. 사용 전, 세척 후에 기기 시료를 채취해 PED·PRRS 검사할 정도로 유의하고 있다.
고가 장비지만..더 많은 수의사들이 활용해야
정여택 원장을 포함해 돼지에서 경직장 초음파를 활용하는 동물병원은 아직 손에 꼽히는 정도다. 고가의 장비라는 점도 경직장 초음파 장비의 구입을 망설이게 만든다.
하지만 보다 많은 수의사들이 초음파를 활용한 번식진료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여택 원장의 당부다.
수의사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보다 정확한 진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돼지수의사의 진료 저변도 더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초음파 기기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며 여러 회원들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초음파 번식진료가 보편화된 소 임상분야의 한 수의사는 “과거보다 초음파 도입 후 번식진료가 훨씬 정확해지고 수준이 높아졌다”면서 “(젖소에서) 번식간격을 단축하여 우유 생산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전했다.
정여택 원장은 “초음파 번식진료에 협조적인 농장들에서는 생산성적 개선 효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여러 수의사들이 함께 진료 저변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