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물 임상은 필수의료 “인턴 수의사 양성 국가가 지원해야”
김용선 소임상수의사회장 ‘2년 인턴 열악한 처우가 문제..지원책 필요하다’
대동물 수의사는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 2022년 대한수의사회 신상신고에 따르면 반려동물 임상수의사의 평균 나이는 41.4세였던데 반해 농장동물은 53.4세를 기록했다.
같은 신고에서 30대 농장동물 임상수의사는 135명에 그쳤다. 연평균 13.5명이니, 10개 수의과대학 졸업생 중 1~2명씩만 농장동물 임상수의사가 되는 셈이다.
대동물(소) 수의사는 농장동물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년 정도의 인턴을 거쳐 개원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해당 인턴기간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선에서 인턴을 양성하고 있는 원장들도 수련 기회 제공이나 처우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반려동물 임상과 달리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도전자 적지 않지만..인턴 기간 처우 열악 문제
충남대는 지난 4일 홍성 충남도서관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충남 산업동물의료원 설립 추진을 발표했다. 내포신도시에 산업동물의료원을 만들어 지역 농가에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농장동물 임상수의사 양성을 위한 교육 기반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용선 소임상수의사회장은 “실제로 소 임상수의사를 양성하는 것은 일선에 있는 (대동물병원) 수의사들”이라며 이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소 임상을 배우기 위해 1~2년간 기존 농장동물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하는데, 동물병원 입장에서는 사실 진료 측면에서 인턴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보니 이들의 처우가 개선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용선 회장은 앞서 1일 대한수의사회 임원워크숍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반려동물 임상은 1년차도 월300만원은 받는데 농장동물 인턴은 너무 어렵다”면서 “대동물 임상에 도전하는 젊은 수의사들이 의외로 적지 않지만, 인턴 시기를 버티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턴을 받는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아직도 인턴 처우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임원들은 사람의 필수의료과목 전공의를 지원하는 것처럼 농장동물 임상도 양성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하지만 지원책을 강구하려면 먼저 업계 자체적으로 최저임금은 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선 전국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목했다.
대동물임상, 인턴은 통상 2년?
다치지 않고 할 줄 아는데 1년, 능숙해지는데 1년
고객농장이 보는 앞에서 기회 주기 어려워
이와 관련해 소임상수의사회 총무이사 백영철 원장과 재무이사 김성민 원장을 4월과 6월 각각 만났다.
백영철 원장은 충남 당진에서, 김성민 원장은 충북 충주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둘 모두 아직 개원한지 만10년이 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젊은 소임상수의사인 셈이다.
그러면서 인턴수의사도 양성하고 있다. 2014년 개원한 백영철 원장은 2017년부터 인턴을 받았다. 첫 인턴은 현재 우리연합동물병원의 원장으로 백 원장과 함께 진료하고 있다고 한다. 백 원장보다 늦게 개원한 김성민 원장은 올해 처음으로 인턴을 받았다.
백영철 원장은 “함께 진료할 수의사가 있으면 효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진료 현장을 찾은 4월 17일 백 원장은 인턴 2명과 함께 순회진료에 나섰다.
번식진료를 하면서 두 인턴은 진료기록 관리와 약물처치 보조를 담당했다. 번식진단과 처방은 백 원장이 했지만, 인턴이 혈액검사나 수액 처치를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백 원장은 “인턴들과 함께 왕진하면서 간단한 처치·검사부터 스스로 해볼 수 있게 하고, 단독진료 기회를 점차 늘려주는 식”이라며 “(인턴 기간이) 2년 정도는 필요하다. 할 줄 알게 되는데 1년, 능숙해지는데 1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성민 원장도 “소를 능숙하게 다루는데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걸린다. 안 다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일단 사계절을 경험해야 계절마다 빈번한 질환이나 시기별 대응법들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턴에게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고민도 털어놨다.
임상경험이 부족한 채로 인턴을 시작하는 것은 반려동물이나 소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나마 처치실 내부로 들어와 교수·원장·선배의 지도 하에 배울 수 있는 반려동물과 달리, 소 임상은 축주가 보는 앞에서 진료해야 한다.
단독진료를 시작한 초반에 문제가 생겨도, 같은 공간에서 있던 원장이나 선배 봉직의가 수습할 수 있는 반려동물과 달리, 멀리 떨어진 농장에 보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김 원장은 “(인턴이 진료해볼 수 있도록) 친분 있는 농장에 협조를 구하고 쉬는 시간을 (교육에) 할애하는 등 원장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본격적인 인턴을 시작하기 전에 소를 충분히 다뤄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지목했다.
수의대생 시절 농대 목장에서 실습하거나, 수의대 교수진과 연계된 공공기관 목장 등에서 일하면서 소를 다룰 줄 알게 되고 기본 실기를 익힌다면, 인턴을 시작하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수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턴·봉직의로 매출이 늘어나지 않다 보니..처우개선 한계
인턴 수의사의 처우 문제에도 고민이 엿보였다. 최저임금 수준은 맞추더라도, 인턴을 둔다고 해서 인건비만큼 진료매출이 높아지진 않다 보니 처우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수의사 여럿이 진료하면서 분명 진료의 질은 올랐지만, 그만큼 진료비를 받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수련을 거친 인턴에게는 야간·주말 등을 명분 삼아 원장 대신 진료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그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수련 기회와 처우를 함께 고려해서다.
하지만 대다수의 인턴이 대동물병원의 진료 매출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다 보니, 시혜적인 도제식 수련에 머무르게 된다. 인턴, 나아가 봉직수의사 채용이 반드시 필요한 중대형 반려동물병원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대동물임상 시장을 키우고, 대동물병원이 수의사를 여럿 뽑으면 그만큼 이득을 거둘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대동물 인턴 처우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백 원장이 4일 토론회에서 “대동물 수의사가 부족하다 말은 많지만, 정작 임상 현장은 붕괴되어 있다”고 지적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백 원장은 “농장에서 수의사의 임무와 업무량이 늘고, 병원들은 인턴을 고용하기 위해 교육과 처우를 경쟁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보 부족도 문제
반려동물 임상은 나름의 정보 교류가 일어난다. 공개적으로 학생실습을 모집하는 대형 병원도 있고, 학생들도 여러 병원을 실습하며 졸업 후 행선지를 모색한다. 병원이 만족했던 실습생을 졸업 후 스카웃하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대한수의사회나 본지 리크루트를 통해 대략적인 인턴 월급을 파악할 수도 있다.
반면 대동물임상으로의 진출로는 베일에 쌓여 있다. 각 대학의 교수진이나 동문 선배를 통해 개별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실정이다. 공중방역수의사로 복무할 경우 지역 원장과 친분을 쌓는 경우도 있지만 자세한 사정을 알기는 어렵다.
우리연합동물병원에서 만난 인턴수의사 A씨는 학창 시절 선배인 백 원장의 병원에서 실습했고, 충남에서 공방수 생활을 하며 대동물임상에 대한 결심을 굳혔다고 전했다.
또다른 인턴수의사 B씨는 일선 시험소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며 대동물 임상에 관심을 가졌고, 전업을 결심했다.
B수의사는 “외부에서는 어떤 대동물병원이 배우기 좋은 지, 처우가 어떠한 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 원장도 바깥에서는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병원 입장에서도 수의사를 뽑고 싶지만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정보가 부족한 셈이다.
김성민 원장 밑에서 수련 중인 C수의사도 “소동물은 동물병원에서도 실습해보고 관련 정보를 찾기도 쉬웠지만, 대동물은 인턴 전에 평창에서 실습해본 경험이 유일했다”며 “다른 곳에서 (대동물) 수련 중인 친구들도 최저임금 이상을 받긴 하지만, 처우가 어떤 지 모르고 일단 들어간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