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퇴역마에 해외 승용마 정액 수정시켜 망아지 생산 성공
정부, 승용마 보급 점차 확대..경주퇴역마 활용도
한국마사회 장수육성목장 KRA동물병원이 지난 2월 국내 최초 동결정액 인공수정 승용마 생산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이제까지 국내에서 생산한 신선 혹은 냉장 정액을 이용한 인공수정 사례가 있었지만 해외에서 수입한 동결정액으로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수목장은 2012년 수입한 미국산 ‘클라이즈데일’ 품종 승용마 ‘래지스글렌리벳’의 동결정액을 지난해 서러브레드 품종 암말에 수정시켜 수망아지를 생산했다.
특히 대형종의 새끼를 중형종의 어미가 임신했음에도 큰 문제 없이 분만에 성공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900~1,000kg에 육박하는 클라이즈데일에 비해 어미인 서러브레드는 400~500kg 수준.
장수목장 KRA동물병원에서 인공수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영재 수의사는 “망아지의 평균 출생체중 50kg에 비해 큰 70kg의 새끼가 태어났지만 난산 등의 문제 없이 자연 분만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승용마 보급과 승마인구 증대는 정부 말산업 육성정책의 핵심 축이다.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통해 2017년까지 승마장은 현 300개에서 500개로, 승마인구는 2.5만명에서 5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국마사회는 승용마 보급을 늘리기 위해 민간 승용마 인공수정 시술 및 정액보급 사업을 2013년 40두에서 2020년 500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승용마 농가가 해외 승용번식마를 도입하는데 정부예산을 지원하고 인공수정을 위한 정액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번식용 암말 40두를 수입해 농가에 분양했고 올해 인공수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도입 당시 100여 농가가 신청했을 정도로 승용마 생산에 대한 관심도 높다.
아울러 국내 대부분의 승용마 농가에서 보유 중인 서러브레드 품종 경주퇴역마에도 이번 클라이즈데일 건과 같이 인공수정을 추진하게 된다.
조영재 수의사는 “순수품종의 고급승용마 생산이 목표지만 승용마 대부분이 경주퇴역마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며 “서러브레드 경주퇴역마에 우수 승용마 정액을 교잡함으로써 한국인에 적합한 승용마를 생산하기 위한 품종개량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거점형 인공수정 체계 마련 계획..마사회는 정액공급, 농가 자체적으로 인공수정
말 인공수정 적기 판단 어려워.. 일선 말 수의사 역할 증대
마사회, 체계 마련하려면 연구∙보급에 수의사 늘려야
정부와 마사회의 승용마 보급 확대 정책은 일선 말 수의사에게도 새로운 임상영역이 될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마사회는 60~70두 규모를 유지하는 선에서 전국 각지에 거점 정액보관소를 설치해 정액을 보급하고 농가가 이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인공수정을 실시하도록 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재 수의사는 “말의 인공수정용 정액은 1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호가할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인공수정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게다가 소∙돼지와 달리 말은 발정기간이 길기 때문에 교배적기를 맞추기가 어려워, 수의사들의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승용마 인공수정 생산 활성화를 위해 동결정액 생산기술의 국산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관련 연구를 경북대 수의대 조길재 교수팀, 한국농수산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마사회 장수육성목장 KRA동물병원에 근무 중인 수의사는 3명. 1개 진료팀으로 운영되지만 연간 진료케이스가 4,500건에 달한다. 조영재 수의사는 “많을 때는 일주일에 수술이 3개일 정도로 진료가 많은 상황에서 인공수정 사업까지 추진하려니 너무 바쁘다”면서 수의사가 더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