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영상으로 돼지 임신 판정하는 인공지능 개발

임신초기 모돈 초음파 영상에서 태낭 유무 판별..현장 실용성 제고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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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어미돼지(모돈)의 임신여부를 판정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스마트팜 기술의 일환으로 개발된 이번 AI는 21일령 내외의 임신초기 모돈의 경피 초음파 영상을 판독한다. 초음파 영상 속 태낭의 존재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인데, 임신 22~25일령 기준 95%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다.

축산에도 첨단 인공지능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환영할만 하지만, 그렇다고 반갑게 환영만 하기는 어렵다. 자가진료가 전면 허용되어 있는 가축에서 자칫 부작용이 커지지 않을까 불안감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개발이 양돈 현장에서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더욱 고도화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부 초음파를 통한 임신 판정 (사진 : 농촌진흥청)

모돈의 임신관리는 돼지농장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모돈이 잘 임신하여 새끼돼지(자돈)를 많이 낳을수록 농장이 더 많은 돼지를 키워 출하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공수정 후 실제로 임신이 됐는지 여부를 가능한 빠르고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신이 안됐는데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알아챈다면 그동안 모돈에게 들어간 생산비용을 손해본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생산일수(모돈이 임신 혹은 수유하지 않는 채로 있는 기간)’를 줄여야 생산비를 낮출 수 있다.

농장에서는 인공수정도 임신 판정도 수의사가 아닌 일반 직원이 한다. 임신 판정은 인공수정 후 21일령부터 모돈이 임신하지 않아 재발정 양상을 보이는지 관찰하거나, 경피 초음파 영상에서 태낭이 보이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경피 초음파는 모돈의 우측 뒷다리에서 복부 쪽으로 프로브를 대는 방법으로 실시한다. 태낭의 존재 여부만 보이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화질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는 편이다.

농진청은 “초음파 영상 판독은 농장 관리자의 숙련도에 따라 임신 판정 가능 시기와 정확도가 크게 좌우된다”면서 “비전문가의 경우 28일령 이후에나 임신을 판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늘고 있지만, 이들에게 임신 판정과 같은 숙련된 기술을 가르쳐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지목했다.

농진청 연구진은 국내 돼지 농장에서 임신 모돈의 일자별 초음파 영상을 수집한 데이터셋을 확보하여 이를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20만점 이상의 고화질 영상과 함께 양돈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저화질 영상도 23만점을 수집해 인공지능 개발에 적용했다.

초음파 장비로 모돈의 복부 경피 초음파 영상을 10초 이상 촬영한 다음 이번에 개발된 프로그램에 적용하면 인공지능이 임신 여부를 판정한다. 임신 18~21일령에 대해서는 88.4%, 22~25일령에 대해서는 95.7%의 정확도를 보였다.

농진청은 “축산과학원 연구농장을 포함해 4개 농장에서 AI 기반 임신 판정 기술을 테스트한 결과 기존 방법보다 빠르고 정확한 판정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농진청은 이번에 개발한 인공지능 활용 돼지 임신 판정 기술과 관련해 3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희망 업체를 대상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한편 재발정 시점 이전인 임신 18~21일령에도 95% 이상의 정확도를 보일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임신 진단을 더 조기에,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다면 농장의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다. 비생산일수에 소비한 사료비 등으로 벌어지는 손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농진청은 국내 모돈 사육두수 90만 마리를 기준으로 연간 33억원의 인건비 저감 효과를, 비생산일수 감소로 인한 89억여원의 사료비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에서의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돈수가 많은 전업농가에서는 요일별로 나누어 인공수정이나 임신진단, 분만을 집중하는 주간단위 사양관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때 하루이틀 임신진단을 앞당기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조금 일찍 임신이 안된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당장 도태해버릴 것이 아니라면, 주간단위 사양관리 시행 하에서 호르몬제 처치를 하거나 다시 인공수정을 시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주간관리를 아예 한 주 앞당길 수 있을 정도로 임신 판정 기술을 고도화해야 실용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기존에 농가에서 임신 판정에 쓰고 있는 초음파는 대부분 영상저장 기능이 따로 없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하려면 해당 기능이 있는 장비로 교체해야 한다는 점도 허들이다.

이에 대해 농진청은 “장기적으로 볼 때 기술 도입 비용보다 농가 생산비 절감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많은 농가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 일선 돼지 임상수의사는 “현장에 적용돼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려면 전문가나 현장 관계자와 긴밀히 논의하여 기술을 고도화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축산 분야에도 첨단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정부가 연구 예산을 투입했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성과를 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직 자가진료가 전면 허용된 축산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자칫 자가진료를 더 촉발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임신 판정도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임신이 안된 것을) 판정한 이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초음파 영상이든 인공지능이든 결국 도구일 뿐이다. 그 활용도 수의사가 더 잘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초음파 영상으로 돼지 임신 판정하는 인공지능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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