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실험동물 사용량 역대 최다 또 경신..500만 마리 육박
2022년 실험동물 499만 5,680마리 사용..극심한 고통·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 E등급이 절반
지난해 국내 실험동물 사용량은 499만마리로 파악됐다. 전년대비 11만마리가 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0년부터 3년 연속 역대 최대치 경신 행렬이 이어지고 있어,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실험동물 사용량은 500만마리를 넘길 전망이다.
실험동물에게 큰 고통을 주는 실험이 차지하는 비율도 커지고 있다. 가장 높은 등급인 E등급 실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져 지난해 49%를 기록했다.
실험동물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동물실험시행기관도 증가하고 있다. 이중 일반기업체가 자치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일반기업체는 대부분 법적 규제시험을 위해 실험동물을 사용하고 있지만, 연구개발 목적의 중개·응용연구를 위한 사용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3년 연속 역대 최고치 경신
E등급 동물실험이 절반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매년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 운영 및 동물실험 실태를 조사해 공표하고 있다. 2022년 조사결과는 13일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2022년 국내에서 사용된 실험동물은 4,995,680마리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11만여마리가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실태조사 공표가 본격화된 2015년 실험동물 사용량은 250만여마리였다. 7년만에 2배로 늘어난 셈이다.
가장 많이 사용된 실험동물은 설치류로 4,166,752마리였다. 전체 실험동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3%에 달했다. 조류가 427,144마리, 어류가 277,582마리로 뒤를 이었다.
실험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유형의 실험 비중이 높다는 점도 여전했다.
극심한 고통이나 억압, 회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동반한 E등급 실험에 사용된 실험동물만 242만마리(49%)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전체 동물실험에서 E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33%)이후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등도 이상의 고통·억압을 동반하는 D등급까지 합치면, 실험동물 4마리 중 3마리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처럼 고통이 큰 실험에 사용되는 실험동물은 대부분 설치류다. 2022년 실시된 D등급 실험에 쓰인 실험동물 중 설치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92%, E등급에서는 95%를 차지했다.
일반기업체 동물실험 늘고, 중개·응용연구 사용량 증가
검역본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실험동물 사용량이 늘어난 요인을 직접적으로 파악하기 어렵지만, 국내 동물실험시행기관의 증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2020년 449개소였던 동물실험시행기관은 지난해 517개소로 늘었다.
이중 일반기업체가 절반 이상(53%)을 차지했다. 전체 동물실험시행기관에서 일반기업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7%에서 53%로 증가세를 보였다.
국공립 기관이나 대학, 의료기관 등의 동물실험기관에서 설치한 IACUC 숫자는 대체로 유지되는 반면, 일반기업체에 설치된 위원회가 늘어나면서다.
특히 일반기업체 IACUC에서 심의한 동물실험은 지난해 35,974건으로 전체 심의건수의 63%를 차지했다.
일반기업체가 실시하는 동물실험은 대부분 법적 규제시험이다. 약품이나 화학물질 등을 생산할 때 품질관리를 위해 반드시 실시하도록 법제화되어 있는 것들이다.
다만 이러한 법적 규제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중개 및 응용연구를 위한 실험동물 사용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2020년 일반기업체에서 사용한 실험동물의 74%가 법적 규제 시험에 쓰였다. 반면 2022년에는 64%로 비중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개·응용연구에 쓰인 실험동물의 비중은 15%에서 23%로 증가했다.
검역본부는 “일반기업체의 동물실험이 생산·품질관리에서 연구·개발 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중에서도 동물복지 관련 동물실험이 늘어났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가령 일반 산란계 농장과 동물복지축산 인증농장 사이의 질병이나 산란율 차이를 확인하는 비교 연구가 이에 해당한다.
2020년 7천마리에 그쳤던 동물복지 관련 실험동물 사용량은 지난해 22만마리로 30배 이상 늘었다.
검역본부는 “개정 동물보호법에 따라 의무화된 전임수의사의 기관별 확보, 교육이수 현황 등을 추가 조사할 예정”이라며 “IACUC 위원의 교육이수, 전문위원 지정, 심의 후 감독(PAM), 미성년자 동물해부실습 심의 실적 등도 추가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