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슬개골 탈구에 약국서 산 소염제만 남용‥결국 빈혈까지
약국서 구매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과용량으로 장기간 남용
반려견 관절질환에 소염제를 남용하다 치료는커녕 빈혈까지 악화된 자가진료 사례가 본지 ‘동물 자가진료 부작용 공유센터’에 제보됐다.
애초에 수술적 교정이 요구되는 단계였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보호자는 약국을 찾았고, 투약 용량과 기간마저 제대로 안내받지 못해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9년령 토이 푸들 ‘토리(가명)’는 4일 슬개골 탈구로 인한 뒷다리 파행 증상으로 수도권 소재 A동물병원에 내원했다.
슬개골 탈구는 나이 든 소형견에서 흔히 발병하는 질환이지만, 문제는 보호자가 동물병원이 아닌 약국을 먼저 찾았다는 점이었다.
A병원에 따르면, 토리의 보호자는 파행 증상으로 동네 약국에서 진통제를 구매해 2~3개월을 먹였지만, 차도가 없어 동물병원에 내원했다.
토리는 13일 슬개골 탈구 교정 수술을 위해 A병원을 다시 찾았지만, 수술은 진행되지 못했다. 술전 혈액검사에서 빈혈 증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A병원장은 불안한 마음에 약국에서 구매해 먹였다는 약을 확인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보호자가 가져온 약은 카프로펜(carprofen) 성분의 아시카프 츄어블정이었다.
노령동물에서 특히 사용에 유의해야 할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남용하다 빈혈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A병원장은 “약 자체는 진통소염을 위해 흔히 사용하는 것이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장 출혈, 신부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보호자는 A병원장에게 ‘약국에서 하루 한 알씩 먹이라고 안내했다’고 전했다. 아시카프 1정에 함유된 카프로펜은 25mg으로 약 5.5~6kg 체중인 반려견의 1일 권장용량에 해당한다.
하지만 토리의 체중은 약 2kg 정도에 그친다. 소염제를 과용한 셈이다. 이마저도 2달 넘게 먹이면서 남용으로 이어졌다.
A병원장은 “개는 사람과 달리 체중 몇 킬로그램 차이가 큰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환자에게는 약물 용량을 조정하고, 부작용 위험도 분명히 고지한다”면서 “약에 대한 이해도 사용 경험도 없이, 사람 약처럼 설명서만 보고 안내한다면 슈퍼마켓에서 과자 팔 듯 판매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토리는 결국 수술을 미루고 빈혈을 교정하기 위한 집중입원 치료를 9일간 받아야 했다. 입원 중에도 혈변 등 부작용 증상을 보였다.
A병원장은 “다른 검사에서 바베시아 등 빈혈을 유발할 수 있는 타 원인은 모두 배제됐다”며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계속 약을 먹었다면 빈혈로 생명이 위험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슬개골 탈구 증상이 심해 수술적 교정이 필요한 환자였다. 어차피 약물치료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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