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오월드에 있던 퓨마가 탈출한 뒤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전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퓨마는 18일 오후 5시쯤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담당 직원이 퓨마가 사는 중형육식 동물사를 찾았을 때 탈출 사실을 알게 됐고 오후 5시 15분쯤 119에 신고했다고 한다.
대전시는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시민들에게 퓨마 탈출 소식, 포획 진행 중인 소식을 알리며 보문산 일대 등산 자제 협조 요청을 했고, 밤 9시 44분 “탈출한 퓨마 1마리를 사살 상황 종료되었다”고 알렸다.
대전오월드 매뉴얼에 따르면, 상황을 고려하여 탈출한 맹수류를 사살할 수 있다. 시민의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퓨마 사살 역시 ‘날이 어두워지고 동물원에 숲이 울창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사살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다. 포획하기 위해 마취를 시도했지만 실패하자 결국 ‘사살’하고 말았다.
조사 결과, 동물사를 청소한 직원이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제대로 잠그지 않으면서 퓨마가 탈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직원의 관리 소홀로 이번 사건이 발생했고, 또 포획에 실패하여 퓨마가 목숨까지 잃었다는 점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오월드에 행정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비슷한 사건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다.
동물원 동물의 탈출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서울대공원 늑대가 우리를 탈출했다가 이틀 만에 포획된 적이 있고, 2005년에는 서울 어린이대공원 코끼리 6마리가 탈출한 적이 있다.
해외 동물원에서도 황새 탈출, 얼룩말 탈출, 사자 탈출, 원숭이 탈출, 코끼리 탈출, 낙타 탈출 등 다양한 동물탈출 사고가 발생한다.
사건이 발생하자 “동물원을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일부 동물보호단체 역시 동물원 존재 이유를 재고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의 실수로 목숨을 잃은 퓨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백번 이해한다. 하지만, 무조건 동물원 폐쇄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미 현대 동물원은 과거의 유흥 오락시설에서 벗어나 교육과 종보전(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물원에서 개체보호를 하지 않았다면, 이미 멸종됐을 동물도 있다.
실제로 사단법인 카자(KAZA, 구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 산하에는 다양한 분과위원회가 연구모임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진료·종보전’ 위원회다.
“생물다양성 차원에서 동물원처럼 중요한 곳이 또 있을까요? 이제 멸종위기종, 생물다양성을 위해서 동물원이 노아의 방주가 되어야 합니다”
최재천 전 국립생태원장의 말이다. 이처럼 현대 동물원은 나름의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동물원도 이러한 현대적 가치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사육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상당하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는 UN이 정한 세계 생물다양성 기간이다.
Xivier Vaillant 프랑스 리옹 동물원 원장은 지난해 1월 서울에서 열린 ‘동물원과 생물다양성 국제세미나’에서 2020년 까지 리옹 동물원의 목표를 ▲생물다양성 교육 ▲유전적 다양성 보전 등 크게 2가지로 설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는 리옹동물원 보유동물의 51%가 멸종위기종이며, 번식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동물 수도 50%이상이다.
Xivier Vaillant 원장은 또한 “야생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생물다양성도 보전하고 교육효과도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야생 환경에 가까울수록 교육효과가 좋기 때문에 리옹 동물원도 진짜와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야생과 가까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갖춰진 생태계에 관람객이 들어가서 관람하는 ‘몰입전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일본의 91개의 동물원과 60개의 수족관이 가입되어 있는 JAZA(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에서도 종보전 노력에 힘쓰고 있다.
JAZA는 현재 JCP(JAZA Collection Plan, 종수집계획)에 따라 4개 카테고리에 총 305개 동물종을 관리하고 있다.
종보전 대상 개체에 대해서는 각 개체의 이름, 성별, 부모, 출생일, 이동경력 등이 모두 기록되고 관리 프로그램에 저장된다. 유전자은행에도 90개 종 260개체의 3,600여 개 시료가 보관되어 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1971년 멸종된 황새를 성공적으로 복원한 사례가 있다.
황새 복원을 위해 협회는 물론 지자체, 동물원 등이 다 같이 참여하여 실행위원회를 구성하고 GPS 부착 등을 통해 개체관리에 만전을 기하며, 2005년 이후 40마리의 황새를 야생 방사했다. 그 결과 일본에서 멸종됐던 황새는 2017년 기준 118마리까지 늘어났다.
동물 탈출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국내 동물원의 노력도 계속 되고 있다. 서울대공원 사례를 알아보자.
서울대공원은 2014년 1월부터 2015년 6월까지 동물원 외곽에 동물탈출방지 펜스 및 포획유도 울타리를 설치했으며, 동물탈출 상황을 대비한 모의훈련도 한다.
이번 사건 발생 이후, 동물탈출 상황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대응매뉴얼은 이미 예전에 만들어졌다.
‘서울대공원 위기대응 행동 매뉴얼’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는데, 매뉴얼의 첫 번째 챕터가 ‘동물 탈출 시 행동 매뉴얼’이다. 그리고 위험 동물 리스트에는 ‘퓨마’가 포함되어있다.
동물원 폐쇄를 주장하는 시민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동물을 가둬두고 구경하는 오락시설’이라는 과거의 동물원 개념을 떠올려서 그렇다. 물론 현재도 그런 수준의 시설이 많다. 이런 곳은 개선되거나 없어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지만 노력하고 있는 동물원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며, 교육과 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현대 동물원의 존재 이유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대 동물원이 가지는 의미를 돌아보고, 동물원이 노아의 방주가 될 수 있도록 지켜보고 응원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