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그물에 상처받은 두 마리의 붉은바다거북, 수술받고 방생 준비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조규만외과동물병원 협진..붉은바다거북 수술에 나서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 해양생물 메디컬센터와 조규만외과동물병원이 폐그물에 걸려 구조되어 치료 중인 붉은바다거북을 위해 협진에 나섰다.
지난 4월 28일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멸종위기종 붉은바다거북 ‘럭키’, ‘한담이’에 대한 수술이 진행됐다.
붉은바다거북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취약'(VU, Vulnerable) 단계에 처한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됐다.
이날 수술을 받은 럭키와 한담이 모두 폐그물에 걸려 다친 채 구조됐다.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치료를 이어가던 중 재수술이 필요해 조규만외과동물병원 협진을 요청했다.
해양동물의 외과 수술은 여건상 케이스가 많지 않다. 수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운 환경이다. 때문에 외과 역량을 갖춘 외부 동물병원과의 협진을 추진했다.
첫 번째로 수술을 받은 ‘럭키’는 2년 전 폐그물에 걸려 목과 왼쪽 어깨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 목 주변이 찢어지는 상처로 식도까지 노출된 상태였고, 왼쪽 어깨는 이미 괴사가 진행 중이었다.
의료진의 수술과 관리로 이제는 회복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후유증이 남았다. 다쳤던 식도와 주변 조직의 유착이 지속되어 재수술을 진행했다.
이어서 수술받은 한담이는 지난해 7월 애월 한담해변에서 구조됐다. 폐그물에 걸려 왼쪽 앞다리가 절단된 상태였다.
협진 기획단계에서는 한담이의 수술은 예정돼 있지 않았지만, 재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연이어 수술을 진행했다.
이날 수술은 아쿠아플라넷 제주의 홍원희 수의사가 마취와 모니터링을 담당했다. 안재완 원장의 보조 하에 조규만 원장이 수술을 집도했다. 럭키와 한담이의 수술을 오전·오후로 나눠 총 2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럭키는 회복단계에서 생긴 섬유결합조직이 과한 장력을 유발하여 목이 늘어나고 움직이는 것을 방해하던 상태였다. 수술로 섬유조직을 제거해 목에 가해지는 장력을 줄이고, 유착된 식도와 주변 피하조직을 분리해 각각의 구조물끼리 연결했다. 괴사가 있었던 좌측 어깨의 염증 부위를 제거하는 시술도 병행했다.
한담이는 절단된 왼쪽 앞다리에 발생한 사강에 걸리는 장력을 줄이고 남은 부위를 메꾸는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두 마리 모두 마취에서 잘 회복해 자가 호흡으로 돌아왔다.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술후 관리를 통해 상처 부위가 완전히 회복되면 방생을 추진할 예정이다.
조규만 원장은 “익숙한 동물이 아니다 보니 유사한 케이스에 대한 논문을 참고해 수술을 준비했다. 포유류와 다른 해부학적 구조에 유의하며 수술에 임했다”며 “거북은 목이 잘 늘어나는 특징이 있는만큼 목 부위 조직에 장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해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게끔 수술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2016년부터 청주동물원과 협진을 통해 무플론, 두루미 등 다양한 동물의 수술을 진행해왔다.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가 예전에 럭키의 수술을 진행했던 것이 인연이 돼 재수술을 맡게 됐다.
조규만 원장은 “동물원 동물이나 야생동물을 수술하는 것이 저에게도 새로운 경험이라 의미가 있다.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에 매력과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봉사의 의미로 꾸준히 협진에 참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홍원희 수의사는 “협진을 흔쾌히 허락해주시고 예정에 없던 한담이까지 수술을 잘 마무리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면서 “두 마리 모두 올해 방생을 목표로 치료와 관리를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하연 기자 822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