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조롱이·너구리 뼈 만들어 골절수술 연습한 동물원 수의사들
조규만 수의정형외과 아카데미, KAZA 진료·종보전분과 수의사 대상 Dry-Lab
동물원 수의사들을 위한 수의정형외과 실습교육이 처음 열렸다. 조규만외과동물병원과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KAZA) 진료·종보전분과가 힘을 합쳤다.
23일 청주동물원에서 열린 조규만 수의정형외과 아카데미에는 전국 동물원·수족관의 수의사 12명이 모였다. 수의정형외과 수술원리에 대한 기초 이론교육과 함께 뼈모델을 활용한 Dry-Lab 실습이 이어졌다.
이날 동물원 수의사들이 골절수술을 연습한 뼈는 황조롱이와 너구리를 모델로 마련됐다. 황조롱이의 날개뼈 골절, 너구리의 경골 골절을 재현해 플레이트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 모델은 청주동물원에 지난해 도입된 CT로 이들을 촬영하고, 해당 데이터를 조규만 아카데미에 보내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오전 조규만 원장의 골절치료 이론 강의에 이어, 동물원 수의사들이 2인 1조로 정형외과 수술을 실습했다. 조규만외과동물병원에서 수련했던 강경식·김현우·서정현·이길상·이종협·정성훈 수의사가 조교로 힘을 보탰다.
동물원 동물들에게도 외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종종 일어난다. 조류 동물이 구조물에 부딪혀 날개를 다치거나, 합사하던 동물들끼리 싸우다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다.
이날 참가한 동물원 수의사들은 사막여우나 소형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의 정형외과 치료에 대해 고민을 전했다.
조규만 원장은 “동물원 동물들의 크기가 워낙 다양하다. 아주 큰 동물의 치료는 쉽지 않겠지만, 작은 동물은 개의 수술 원칙을 준용하면 된다”면서 “야생동물은 컨트롤이 어려운만큼 수술 원칙을 잘 지켜야 한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수술법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원장 스스로가 청주동물원과 함께 두루미, 무플론 등 다양한 동물의 수술을 돕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주 한화 아쿠아리움에서 멸종위기종 붉은바다거북의 수술을 집도하기도 했다.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들에게는 3D 프린터로 만든 뼈 모델로 진행하는 Dry-Lab 교육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동물원 동물의 뼈 모델을 만들어 진행한 세미나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수의사들의 관심도 높았다. 서울·경기·대전·광주·울산·전주·청주·제주 등 전국 동물원에서 수의사들이 모였다.
교육을 주최한 청주동물원 김정호 팀장은 “장소가 협소하다 보니 참가를 원했던 수의사분들 모두를 모실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청주동물원은 내년을 목표로 전용 수술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정호 팀장은 “KAZA 진료종보전분과는 올해 산과, 복강경 수술 등 실습 위주의 교육기회를 계속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