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구름이 사자 부녀 합사 위해 전국 동물원 수의사들 모였다

합사 대비 중성화수술·건강 검진..청주동물원 야생동물보전센터 건립 첫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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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동물원에서 새 보금자리를 찾은 사자 부녀가 합사를 앞두고 있다. 청주동물원은 지난해 구조한 암사자 ‘구름이’에 중성화수술을 실시하고 합사 준비를 본격화했다.

4월 1일(화) 청주동물원 야생동물보전센터에서 진행된 수술에는 청주동물원 동물병원뿐만 아니라 서울동물원, 광주 우치동물원, 에버랜드, 대구 달성공원, 전주동물원, 아쿠아플라넷 일산 등 전국 각지에서 동물원·수족관 수의사들이 모여 힘을 보탰다.

이날 절제된 구름이의 난소는 국립생태원으로 이관됐다. 암사자인 구름이의 생식세포를 멸종위기종 생체시료은행에 보존하기 위해서다.

구름이는 중성화 수술과 함께 CT 촬영을 비롯한 검진을 병행했다

구름이는 지난해 8월 강릉에서 청주동물원으로 합류했다. 그에 앞선 2023년 ‘갈비사자’로 불리며 청주동물원으로 구조됐던 아빠 숫사자 ‘바람이’를 따라서다.

구름이는 지난 8개월여간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담당 사육사와 청주동물원 홍성현 수의사가 꾸준한 긍정 강화 교육을 펼친 덕분에 블로우건을 사용하지 않고도 간단한 주사가 가능할 정도가 됐다. 이날 수술의 마취 유도도 블로우건 대신 직접 주사로 진행됐다.

별도 공간에 지내던 구름이는 이달 중순 ‘바람이’와의 합사를 앞두고 있다. 근친교배 가능성과 생식기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중성화수술을 진행했다.

전신마취를 실시하는 김에 CT 촬영을 포함한 건강검진도 병행했다. 청주동물원 변재원 수의사는 “CT 검사상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수술이 진행된 야생동물보전센터는 지난해 건립됐다. 국비 지원을 포함한 7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연면적 192㎡ 규모로 신축했다. 기존보다 훨씬 큰 수술실과 진료공간을 확보했다.

오는 6월 정식 개관을 목표로 장비 구축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구름이의 합사를 앞당기기 위해 수술을 결정했다. 구름이의 중성화수술이 야생동물보전센터의 1호 수술이 됐다.

이날 수술은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KAZA) 진료종보전분과 지원을 바탕으로 전국의 동물원·수족관 수의사들이 참여했다.

서울동물원 정유철 수의사가 구름이의 마취 전반을, 광주 우치동물원 정하진·강주원 수의사가 수술 보조를 맡았다. 이와 함께 서울동물원, 에버랜드, 대구 달성공원, 전주동물원, 아쿠아플라넷 일산 등에서 청주를 찾은 수의사들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는 “동물원에 워낙 다양한 동물들이 많다 보니 특정 동물에서 여러 케이스를 경험하기는 오히려 쉽지 않다”면서 “케이스가 있을 때마다 가능한 많은 동물원 수의사들이 공유해야 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이날 김정호·홍성현 수의사가 집도한 중성화수술은 복강경으로 진행됐다. 김정호 수의사는 “후처치가 어려운 대형 야생동물에서는 통증과 부작용 위험이 덜한 복강경이 더 적합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성화수술로 절제된 구름이의 난소는 국립생태원으로 이관됐다. 지난해부터 국립생태원이 운영하고 있는 ‘멸종위기종 생체시료은행’에 구름이의 생식세포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살아있는 세포를 액체질소로 냉동보관하여 추후 멸종위기종의 종복원이나 관련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 이튿날 건강하게 회복된 구름이 (자료 : 청주동물원)

구름이의 중성화 수술은 별다른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구름이도 정상 회복했다. 청주동물원은 오는 11일 전후로 바람이와의 합사를 시도하면서 구름이를 관람객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청주동물원 야생동물보전센터도 활동폭을 넓힌다. 상주 수의사가 없는 타 동물원이나 야생동물 관련 기관과 협진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일반시민이 동물원 동물의 진료와 수의사 역할을 접할 수 있도록 공개 건강검진 프로그램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바람이·구름이 사자 부녀 합사 위해 전국 동물원 수의사들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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