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종의 야생동물이야기⑦] 큰고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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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칼럼] 김희종의 야생동물이야기⑦ – 큰고니

해마다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새가 있다면? 자문자답하자면 난 큰고니(Whooper Swan)가 생각난다.

백조로 잘 알려져 있는 고니류(Swans) 중 큰고니, 고니, 혹고니가 매년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그 중 유독 큰고니가 생각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내가 치료해본 동물은 이 중 큰고니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이 세 종의 고니류 중 겨울철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큰고니다.

세계적으로 큰고니의 추정 개체수는 18만 마리 정도로, 안정적인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나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동물의 크기나 서식지역, 발견 당시 살아있는지 여부 등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나는 야생동물구조센터에 구조되는 동물의 수로 야생에서의 개체수 범위를 예상하곤 한다.

지난 겨울철에 전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접수된 큰고니는 9마리에 불과했고 이 중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센터에서 3마리가 구조되었다.

   

서식지 감소나 질병과 같은 문제는 차치하고, 큰고니의 생존을 위협하는 다른 요인은 밀렵과 납중독이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유해야생동물의 개체수를 조절한다는 이유로 전국에 수렵장이 운영된다.

그런데 문제는 포획대상이 되는 동물이 아님에도 무분별하게 총을 쏘는 엽사들이다.

포획 대상 조류가 되는 오리류와 비슷해서 총을 쐈다고 변명하기엔 큰고니는 누가 봐도 크다. 의도적으로 혹은 재미 삼아 큰고니에게 총을 겨누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일들이 매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41015 김희종 큰고니
총에 맞은 큰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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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사진에서 관찰되는 흉부의 총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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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mm 정도 크기의 공기총탄

총상과 같은 의도적인 사고는 아니지만 의도치 않게 큰고니의 생존에 위협을 주는 행위가 또 있다. 그것은 바로 낚시다.

무심코 버려진 낚싯줄이나 바늘, 납추를 물에서 사는 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면서 먹게 되는 사고가 흔히 발생한다. 물고기를 주로 먹는 물새류들은 주로 낚시 바늘을 삼켜서 구조가 되는 반면, 큰고니의 경우 수생식물을 먹으면서 거기에 걸려 있던 납추를 함께 먹게 된다.

큰고니의 위(stomach)에 들어간 납추는 서서히 용해되어 전신으로 퍼져 중독을 일으키는데 빈혈과 위장관 운동 불능, 신경계 이상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치료받지 못하면 결국 죽게 된다.

141015 김희종 큰고니4

141015 김희종 큰고니5

늦은 감이 있지만 2013년 9월 10일부로 ‘낚시 관리 및 육성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납추는 제작, 수입, 판매, 사용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그러나 아직 납추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많은 듯하다.

납추 사용이 금지되었다 하더라도 그동안 사람들이 자연계에 뿌려놓은 납추를 회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큰고니는 항상 납중독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생각 같아서는 큰고니가 머무는 곳에 금속 탐지기를 가져가 납추를 모두 찾아내 없애버리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큰고니의 먹이 활동 능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먹을 수 있는 것만 먹고 납추 같은 이물은 걸러내서 그들이 태어난 곳으로 모두 건강하게 돌아가기를 바래본다.

김희종프로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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