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 동물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나는 지금 아쿠아리움에서 일하고 있다. 다만 다양한 종이 있어서 동물원에 사실상 더 가깝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실제 관람객들도 “동물원 아니야?”라는 느낌을 많이 받고 간다.
그래도 이름이 아쿠아리움인 만큼 오늘은 수생동물, 특히나 어류 분야에 있어서 수의사의 역할에 대해 조금 다루어보려고 한다.
사실 한국의 아쿠아리움과 동물원에서는 일한 적이 없기 때문에 비교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미국 아쿠아리움에서 수의사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더 보도록 하겠다.
오늘의 잡지식-1) 수족관 터널 전시가 있다면 조용히 관람하는 것이 동물에 대한 예의다. 물론 무감각해진 동물이 많지만 소리가 울려서 스트레스를 준다.
일단 아쿠아리움에 왜 수의사가 필요할까? 당연히 동물이 아프면 동물에 대한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어패류 또한 그런 동물에 포함이 되고 그들을 진료, 치료, 질병 예방에 기여하는 것이 수의사의 역할이다.
아쿠아리스트라는 전문가 또한 있다. 그것은 또 크게 나뉘어서 어류 담당 아쿠아리스트 또는 해양포유류 담당의 아쿠아리스트 등이 있다. 이들은 보통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이 많으며, 수생동물에 대한 세부 분야를 공부해 아쿠아리스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인 수조 관리, 수질 검사 등등의 교육과정을 거치며 무엇보다 여러 어류 종에 대해서 공부한다. 또한 미국 FDA에서 규정한 몇몇 약물을 사용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 약물은 보통 물고기양식을 하는 곳에서 사용 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
이러한 직업 규정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어패류의 진단, 치료 그리고 예방 업무가 수의사의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수산질병관리사라는 직업이 있다. 수의사도 어패류를 진료할 수 있다.
이것이 밥그릇 싸움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는 게 가장 중요한 점인 것 같다. 사실 동물의 생리, 해부, 약리부터 내과, 외과적인 것 등은 수의사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진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수산질병관리사가 더 이해를 잘 하는 분야가 있을 것이며 같이 협력해서 동물을 치료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위 사진은 Freshwater sawfish(톱가오리)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름에 민물이 들어가 있는데 염분이 있는 물속에 사는 다른 상어들과 같이 있다니. 이 녀석은 다른 물고기와 달리 염분에 민감하지 않아서 이런 환경에서 살 수 있다.
그럼 이 친구는 수컷일까 암컷일까? 여러분들에게 찾는 재미를 남겨주도록 하겠다. 판새류(Elasmobranch)에게서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는 해부구조가 힌트다. 참고로 상어나 가오리는 연골어류이다. 그리고 글쓴이는 잘 안보이게 일부러 원근감이 삐뚤어진 사진을 주었다. 하하하.
오늘의 잡지식-2) 모든 어류가 알을 낳는 것이 아니다. 위 톱가오리는 난태생(Ovoviviparous)이다.알을 낳는 포유류도 있다. 단공류(Monotreme)를 찾아보라.
위 사진의 톱가오리를 보여준 것은 주변 상어를 다치게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눈 앞에 뭐가 갑자기 나타나면 주둥이를 마구 흔드는데 그 파괴력은 어마어마하다. 그 때문에 시력이 아주 나빴던 보닛헤드 샤크(Bonnethead shark) 한 마리가 크게 외상을 입은 일이 생겼다. 상어의 피부는 굉장히 터프한데, 부검 시 외과용 블레이드로 절개를 하려 해도 끄떡없는 곳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상어 몸에 상처를 마구 낸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오늘의 잡지식-3) 톱상어와 톱가오리는 다르다.
상처를 통한 2차적 세균감염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다친 상어에게 항생제를 사용했다. 주사 부위는 위 사진과 같은데, 우리 상어는 등 쪽에 주사를 맞았다.
사실 주사야 쉽다. 그 이전에 상어를 유인해서 수면 위로 데려오는 과정이 더 어렵다. 3kg 가량의 작은 상어였지만 두 명의 아쿠아리스트들이 물 안에 들어가서 보정하였고 다른 한 명이 수면 밖에서 보정을 돕는 상태에서 주사했다.
여기서 수의사로서 생각 할 점을 간단하게 생각하면 두 가지 점이 있다. 첫째는 어떤 항생제를 어떻게 쓰느냐이다. 두 번째는 어떤 보정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비록 계류시킨 (captive)한 동물이지만 야생성은 남아있고 그 야생성은 존중해야 마땅하다. 그런 동물에게 접근할 때 마취를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고 저항하는 몸부림 때문에 운동성 횡문근융해증(exertional rhabdomyolysis, captive myopathy)가 쉽게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치료를 자주 하지 않고 하더라도 빠르게 하는 방향으로 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3일에 한번 주사하면 되는 항생제를 선택했다. 또한 매번 잡지 않도록 약을 먹이에 숨겨서 경구 투여 할 수 있도록 지켜보기로 했다. 아쉽게도 항생제를 물고기 맛으로 바꾸기 전까지는 기가 막히게 알고 뱉어내서 2주간은 주사해야 했다.
둘째, 보정 방법은 시간적 측면 외에 어떤 도구를 사용할지 고려해야 한다.
일단 수면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일반적인 나일론 그물을 사용하는 것은 추천되지 않는다. 만일 사용한다면 그물에 매듭이 없는 고무 그물(net, web)을 사용하는 게 좋다. 매듭이 있으면 그 돌기로 인한 마찰로 외부 상처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마찬가지로 그물이면 사이사이 구멍으로 지느러미가 빠져나와 다칠 수 있지 않느냐라고 물어볼 수 있다. 사실 구멍이 없는 편평하고 물이 안 먹는 포를 쓰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렇지만 포로 동물과 포 안에 고인 물을 한꺼번에 수면 밖으로 들어 올리기가 꽤나 힘들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고무 그물을 썼다.
군집 치료는 물 시스템 전체를 변화시켜서 하는데 포르말린, nitrofurazone, copper sulfate, praziquantel 등을 목적에 맞게 사용한다. 이 때 각 동물 별로 민감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위 사진 중앙의 복어는 일반적인 물고기의 비늘이라기보다는 피부(?) 같아 포르말린에 더 민감하다. 또한 무척추 동물이 함께 있는 수조라면 copper sulfate보다는 다른 방향의 치료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오늘의 잡지식-4) 위 사진 왼쪽의 하얀 Jawfish(털옥돔과)는 mouthbrooder로, 부화 때까지 입안에 알을 보관한다.
미국은 수산질병관리사가 없어 그 전문성이 두 직업군으로 나누어지지 않고 의학적 접근은 모두 수의사의 역할이다.
아쿠아리스트 또는 Aquaculturist가 있고 양식업에서 허용되는 범위 내의 치료를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제공할 수 있는 의학 수준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이들에게 허용된 항생제 Kanamycin은 잠재적인 신독성이 있다. 나쁜 항생제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신부전 어류인 경우 나쁜 선택일 수 있다는 점과 다스리고자 하는 세균에 대한 감수성을 예측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순 기생충 감염 같은 경우에는 수조라는 환경 특성상 그 안에 있는 모든 동물이 감염되었다고 가정하고, 군집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마찬가지로 아쿠아리스트 선에서 치료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아쿠아리스트는 수의사와 달리 약물 사용에 있어 제한이 많기 때문에 수의사와 함께 이야기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해 나가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는 특이한 동물 해룡을 보자. 위 사진은 부레 검진 방법이다. 이처럼 빛을 이용한 방법은 귀의 혈관을 볼 때처럼 다른 곳에서도 쓰인다. 이 해룡은 부력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해서 검진을 받게 됐다. 마음의 눈이 있으신 분들은 몸통 가운데의 노란 부분이 부레이고 배 쪽의 짙은 부분이 위장관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사실 많이 보고, 경험이 많은 멘토의 조언을 들을 수밖에 없다. 위 부레는 정상 사진이며 한동안 먹지도 않아 강제 급여를 해야 했었다. 해룡은 실고기과(Syngnathidae)에 속하는데 그 의미는 “syn=융합된”, “gnathus 턱”으로, 주둥이 끝부분만 열려 있다. 그래서 급여 튜브를 아가미를 지나 위장관 입구까지 밀어 넣는 작업이 제일 힘든 일이다.
이 놈들은 정말 희한한 것이 많다. 아가미 구멍도 일반적인 어류와 다르게 융합되어 위의 좁은 구멍으로 연결되어 있고 피부 또한 갑옷처럼 되어 있다. 주사를 놓을 때는 그 갑옷 틈 사이로 잘 넣어야 하는데 보다시피 살코기(?) 라고 할 만한 부분이 적다는 것도 난해하다.
오늘의 잡지식-5) 해룡도 해마처럼 수컷이 분만한다. 단 해마의 파우치와 다르게 스폰지같은 brood patch가 있다.
개체 치료의 다른 예로는 Gas bubble disease나 종양, 외상의 치료를 들 수 있다. 사실 어류의 치료 자체가 굉장히 어려울 때가 많기도 하다. Mycobacteriosis는 어디에나(ubiquitous) 있는 것 같고, 임상증상을 보일 때는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태반이다. 안구돌출증(Pop-eye) 또한 원인이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수중동물의 특성상 수질의 관리가 정말로 중요하다. 동물의 주변 환경이 건강과 직결되고, 그렇기 때문에 “수질관리를 담당하는 아쿠아리스트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방만큼 좋은 게 없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이 아프다면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는 것이 수의사의 역할이다.
그럼 “애초에 동물들을 동물원 또는 아쿠아리움에 두지 말아라”라고 하는 단체들 또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는 나중의 칼럼에서 다룰 긴 이야기이며 궁극적으로는 종 보존을 위한 역할도 많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사실 우리는 이렇게 데리고 있는 동물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 그 지식을 다시 종 보전이라는 방향으로 환원시키는 것이 우리들 동물원 또는 야생동물 종사자들의 역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