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읽어 주는 남자 오제영④] 종보전을 위한 동물원의 노력, 인공포육
알게 모르게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지난번 칼럼에서 Northern White Rhino에 대해 잠깐 언급했다. 2,000마리 이상이던 코뿔소들이 불과 20년만에 15마리로 줄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이제는 5마리만 남아있다.
전부 미신에다가 근거를 찾아 볼 수 없는 민간요법의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코뿔소의 뿔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코뿔소 뿔에 마법이 있다면, 코뿔소에 코뿔소 뿔이 달려있다는 것 자체가 마법 같은 것이다!
어떨 때 보면 하나의 종으로서 형편없는 우리 인간들이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멍청한 짓들을 똑같이 반복할 필요가 없다. (때로는 그렇게 반복하는 운명인 것 같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과 시간이 있다. 불행히도 이 아종의 코뿔소는 우리 때문에 그럴 수 없지만 말이다.
괌에 서식하는 마이크로네지안 호반새(Guam micronesian kingfisher)는 외래종인 호주갈색나무뱀(Brown tree snake)가 유입되면서 멸종 직전까지 갔다.
호주갈색나무뱀은 1940년대까지 괌에는 없었던 큰 종의 뱀이었고, 자연 포식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 수가 금방 불어났다. 이 뱀들은 자신들에게는 정상적인 포식행위를 했고, 그로 인해 마이크로네지안 호반새와 그들의 알은 점점 줄어들었던 것이다.
1980년대에 이르자 호반새의 개체수가 너무나 줄어들었다. 이들의 멸종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포획해서 인위적으로 번식시키는 것이라는 결정이 났다.
그렇게 남아있는 호반새 개체 중 29마리가 포획되어 동물원에 보내졌다. 안타깝게도 마이크로네지안 호반새는 1986년 자연에서 멸종한 것이다.
현재 여러 동물원에 배치된 마이크로네지안 호반새의 개체수는 2013년 기준으로 124마리까지 늘어났다. 다행스럽게도 계류 상태에서의 번식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종보전을 위한 계류 번식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 괌에 있는 호주갈색나무뱀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호반새를 다시 자연에 소개시켜줄 수 있는 환경을 찾아주는 일이 남아있다.
이런 종보전을 위해 (꼭 종보전을 위해서 하지만은 않겠지만) 동물을 번식시키는 방법은 크게 자연포육과 인공포육으로 나뉜다.
자연포육은 야생에서처럼 동물의 부모가 새끼를 키우는 것이다. 반면 인공포육이란 사람의 손에 의해 어린 동물을 기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원, 아쿠아리움, 야생동물센터 같은 시설에서 직원들 손에 의해 키워지는 동물들의 사진을 보면서 “정말 귀엽다!”, “꿈의 직업!”, “나도 만져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또는 “야생동물의 본능을 억제한 채 왜 저렇게 키우나” 눈살을 찌푸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를 명확하게 나누기 어렵고 모호한 영역이라 본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필요에 의해서 인공포육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인공포육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사항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인공포육을 하려는 것인가’ 생각해보는 것이다.
부모가 새끼를 돌보지 않는가? 돌보긴 하지만 새끼 동물이 허약하여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것인가? 교육 동물로서 사람에게 경계반응을 보이지 않는 동물이 필요한가? 인공포육에 의해 자연포육보다 생존률을 눈에 띄게 증진시킬 수 있는가? 미아로 구조되어 자연으로 방생할 수 없는 동물인가?
이렇듯 정말 많은 요소들을 인공포육에 앞서 생각하고 진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공포육에는 사육환경과 영양 등 동물의 건강과 올바른 성장을 위해 수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오늘의 잡지식 1 – Adventure time이란 만화 시즌1 에피소드 6을 보면 야생동물은 어미가 키울 때 가장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요즘 봄이라 날씨가 좋아져서 아기들이 많이 태어나고 있는데 불쌍하다고 집에 데리고 가지 마라. 아기 야생동물을 발견 했을 때의 가이드라인을 첨부하겠다. 사랑이란 이유로 미아를 데리고 왔는데 납치일 경우가 있다. 🙁 –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 http://cnwarc.blogspot.com/2015/03/blog-post_22.html?m=1)
새를 예로 들어 ‘간단’하게 살펴보자.
인공포육이 결정되었다고 하자. 알을 수집할 것이고, 그 동물의 특징에 따라 적절한 (야생에서의 환경을 참고하여) 온도와 습도를 제공해줄 것이다. 많은 동물들에서 부화를 위한 온도/습도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혹시 없는 동물일 경우에는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
다음은 인큐베이터에서 어미가 해주듯이 알을 천천히 굴리며 부화하기를 기다린다 .
알이 반드시 부화하는 것은 아니다. 무정란(Infertile Egg)일 수도 있다. 수의사는 수집된 알을 검란(candling)해서 수정된 알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일정 기간마다 검란을 반복해서 잘 살아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부화 직전에는 엑스레이를 찍어서 다른 이상여부는 없는지 확인해본다.
마지막은 새가 알에서 잘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인데 새의 자세, 난황(yolk)의 흡수 여부 등에 따라 수의사가 개입하여 도와줘야 할 경우가 있다.
새가 잘 나왔다면 배꼽, 구강 색, 수화 상태, 먹이 반응, 우는 소리, 분변 상태 등 전반적인 아가의 상태를 평가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알을 부검해서 사인을 찾도록 한다.
이후에는 건강관리를 진행한다. 그 중에서도 체중의 모니터링이 가장 중요하다.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질병/장애로는 splayed leg, crop stasis, candidiasis, subcutaneous emphysema, curved toes, angel wing 등이 있으며 조금이라도 아기가 평소와 다르면 검진을 해주는 것이 좋다.
몇몇 질병은 아예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예방(prophylactic) 프로토콜을 따른다. 항진균 복합제를 먹이로 준 후에 구강과 crop을 닦아주는 일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아기가 조금 크면 DNA sexing을 통해 성별을 알아내고 발찌 같은 ID를 준다. 우리는 초반에 등에 화이트로 점을 표시한다.
아기를 키울 때는 참을성 있게 정성을 다해 한다. Aspiration pneumonia는 성질 급한 아기 또는 성질 급한(?) 사람으로 인해 일어나기도 한다.
오늘의 잡지식 – 새들에게 반드시 모이주머니(crop)이 있지는 않다.
결론을 내자면 이렇다. TLC(Tender loving care)가 필요한 것이 아기를 키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