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칼럼부터 사람들이 동물원에서 자주 찾고 좋아하는 동물을 다뤘다. 지난 회에는 기린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기린 외에도 동물원을 대표하는 멋진 동물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오늘은 코끼리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너무 포유류, 그것도 큰 동물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싶긴 하다)
오늘의 잡질문 1) 위 사진의 코끼리는 아시아코끼리일까, 아니면 아프리카 코끼리일까?
코끼리는 지구에서 가장 큰 육지 포유류이다. 어마어마한 크기뿐 아니라 놀라울 정도의 지능, 코끼리 구성원 간의 복잡한 사회 행동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가장 특징적인 ‘코’를 가지고 있다.
코끼리의 코는 특이하게 생기기도 했지만 대단한 기능을 한다. 나무를 뒤집을 힘도 있는 반면 쌀알 하나하나를 집을 섬세함도 갖추고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코끼리는 신으로 추앙 받기도, 노동 동물로 사용되기도, 전쟁의 맹수로도, 동물원 또는 서커스에서 사람들의 감탄사를 받는 동물로도 존재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코끼리들은 점점 나쁜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
코끼리 상아를 탐하는 인간들이 증가하면서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있는 코끼리들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 코끼리와 인간 사이의 충돌, 서식지의 파괴,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식용(bush meat), 상아 밀렵에 의한 아시아에서의 암컷/수컷 비율의 불균형 등이 코끼리를 멸종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때문에 동물원에서는 개체수를 증가시켜 코끼리의 멸종을 방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동물원에서의 번식방법으로는 해당 개체수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끔찍한 생각이지만 정말로 코끼리가 멸종하여 우리의 후손들은 코끼리를 책으로만 배우게 될 날이 가까운 미래에 올지도 모른다.
오늘의 잡지식 1) 바다거북이나 펭귄 입속을 보면 돌기 (papilla)가 가득 있다. Piscivorous(물고기를 먹는) 동물에서 자주 보이는 구조인데, 물고기를 꿀떡 삼킨 후 입 밖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코끼리는 크게 아프리카 코끼리와 아시아 코끼리의 두 종류로 나뉜다. 예전 칼럼(6편-동물의 분류와 발굽동물 이야기)에서 잡지식으로 등장했던 내용을 복습해보자.
아프리카 코끼리(2종)와 아시아 코끼리(1종)는 발톱의 개수(앞발톱개수/뒤발톱개수)가 다르다. 아시아 코끼리는 5/4, 아프리카 코끼리는 4/3개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아프리카 코끼리는 2종 중에서도 아프리카 코끼리(Loxodonta africana, 동물원에 있는 친구들)는 4/3개, 둥근귀코끼리(Loxodonta cyclotis)는 5/4개의 발굽을 가졌다.
하지만 학계에서 인정하지 않는 부분도 있고 마찬가지로 아시아 코끼리도 여러 아종이 있다고 하나 학계의 정설로 인정되고 있지는 않다.
발톱 말고도 다른 구별 방법은 없을까?
먼저 사이즈로 구별할 수 있다. 아프리카 코끼리가 아시아 코끼리보다 훨씬 크다. 아프리카 코끼리는 4~7천kg, 아시아 코끼리는 2~5천kg 정도 된다.
생김새로 보자면, 머리 윗부분이 두 덩어리로 볼록하게 나와 있으면 아시아, 하나가 볼록 나와 있으면 아프리카 코끼리다. 귀는 아프리카가 훨씬 크고 생기기도 아프리카 지도 모양처럼 생겼다.
이 밖에도 아프리카 코끼리는 암수 모두 상아가 있는 반면, 아시아는 수컷에만 있고 암컷에는 흔적 상아가 있거나 아예 없다.
오늘의 잡지식 2) 17종의 펭귄 중에서 실제 추운 남극에서 사는 친구는 아델리(Adelie), 황제(Emperor), 턱끈(Chinstrap), 젠투(Gentoo) 펭귄 4종 뿐이다.
코끼리 상아와 관련해 최근 ‘거꾸로 진화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인즉슨 본래 크고 멋진 뿔이 달린 동물이 자연에서 더 강하고 경쟁력이 있어 더 많은 후손들에게 유전자를 전해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멋진 뿔 때문에 되려 사냥꾼들의 표적이 되어 희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작고 약하고 상대적으로 볼품 없는 뿔의 동물들이 더 생존하는 현상이 수십 년 이상 지속되면서, 그러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 위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잡지식 3) 새는 경정맥 채혈시 항상 오른쪽 경정맥으로 하는게 좋다. 크기가 더 크다.
수의사들은 동물원의 동물들을 건강검진하며 때로는 크고 작은 시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때, 미국에서 제일 크고 좋은 동물원 동물병원이라도 병원 내에서는 불가능하여 필드에서 일을 진행해야 하는 동물들이 있다.
대표적인 동물이 코끼리다. 어마어마한 사이즈 때문이다.
사이즈 때문에 마취도 쉽지 않다. 신경 써야 할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때문에 마취 없이 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그렇게 하는 것으로 치료방향이 결정되곤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육사들의 정성이다. 사육사들이 코끼리와 얼마나 신뢰가 쌓였는지가 중요하다.
동물들을 잡아들여서 때려가며 훈련하던 것은 옛날 이야기다. 지금은 ‘긍정강화 훈련’을 반복하면서 ‘칭찬’으로 동물을 훈련한다. 시간과 정성이 들지만 결과적으로는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좋은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여전히 학대와 강압에 의한 훈련이 있는 곳을 세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보통은 서커스 코끼리이거나 관광객들을 태우는 코끼리들인데, 발전하지 못한 동물원에서도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동물원을 없애자는 말은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밀렵 외에 코끼리의 생존을 가장 위협하는 질병의 치료 프로토콜은 동물원에서 개발됐다. 실제로 태국에서 이를 활용해 치료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 덕분에 야생의 친구들을 더 도울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학대하는 사람을 바꾸는 방향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이렇게 긍정강화 훈련이 잘 된 코끼리 친구들은 마취하지 않은 채 큰 스트레스 없이 채혈할 수 있다. 코끼리는 귀의 혈관에서 채혈하는데, 동맥혈과 정맥혈 또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혈관을 눌러서 혈액이 누른 곳을 기준으로 멀리서(distal) 부풀면 정맥혈, 가까이서(proximal) 부풀면 동맥혈이기 때문이다.
채혈 검사는 수의사들이 코끼리의 건강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정말 유익한 데이터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점점 더 많은 동물원들이 코끼리에서 정기적으로 채혈 검사를 실시한다.
이는 결핵검진이 필요하기도 하고 어린 코끼리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을 검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오늘의 잡질문 2) 방금 언급한 바이러스는 무엇일까? 위에서 언급한 ‘동물원이 개발한 치료 프로토콜’ 또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코끼리를 위한 것이다.
결핵은 인수공통질병이다. 즉,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동물원에서 결핵을 검진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코끼리를 걱정해서다. 사람이 코끼리를 만져서 결핵을 옮길 수 있지만, 그 반대 방향으로 옮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정기 건강검진에서는 채혈검사 외에도 여러 데이터를 조합해 평가한다. 예를 들어 코끼리가 코로 물을 머금다가 뿜어내게 해서 건강을 평가하기도 한다. 이런 평가법은 정말 훈련을 요구한다.
오늘의 잡지식 4) 개구리가 삼킬 때에는 눈이 머리 안쪽으로 가라앉아 먹이를 식도로 누른다. 그래서 아직 그 효과가 확실히 검증되지는 않았지만(anecdotal) 먹이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안구적출(enucleation)보단 검판봉합술(tarsorrhaphy)을 먼저 고려하기도 한다.
코끼리는 섬세하다. 감정적으로도 섬세하고 감각적으로도 섬세하다.
코끼리 코를 보면 끝이 손가락처럼 유연한 부분이 있다. 이러한 구조물을 아프리카 코끼리는 2개, 아시아 코끼리는 1개씩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많은 감각세포가 있어 보다 섬세한 자극을 감지하고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코끼리가 동료의 죽음을 알고 슬퍼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감각적으로도 섬세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동물 종에 따라 다르지만 때로는 안정된 동물원의 생활 덕분에 야생에서의 수명보다 오래 사는 경우가 있다. 그로 인해 또 다른 고민이 생기기도 한다. 이제부터 이야기할 아프리카 코끼리의 케이스도 그러한 경우였다.
이 친구는 평균적인 코끼리의 수명을 넘길 정도로 오래 살았다. 너무 늙어서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진통제를 꾸준히 처치했지만, 코끼리의 어마어마한 몸무게가 관절에게 주는 부담을 고려했을 때, 관절염 상태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제적인 부담도 고려사항이었다. 몇 천kg 크기의 코끼리에게서 약이 효과를 내려면 어마어마한 양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치료를 감행해나갔지만 상태는 더욱 나빠져갔다. 관절염이 너무 진행된 나머지 간식을 주려 해도 걷기조차 꺼려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고려해 여러 사람들과 상의한 후 안락사를 결정해야만 했다.
안락사 직후에는 동료 코끼리들에게 시간을 주어 떠나는 동료를 애도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별개의 이야기지만 ‘코끼리는 오래 살고 지능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애도의 시간을 주어야 하는가’도 생각해보게 된다. 다른 동물들에게도 그러한 권리가 있지 않을까? 코끼리는 수명이 길어 사육사도 일하면서 단 한 번의 죽음만 목격하기도 하지만, 새를 다루는 사육사들은 비교적 자주 죽음을 접한다. 복잡한 이야기지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코끼리는 정말 신비하고 멋진 동물이다. 학생 때 코끼리의 고환은 몸 안에 있다는 것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정말 다양함과 신기함이 끝이 없는 세상이구나 느꼈던 순간이다. 그 맛에 동물원 및 야생동물 수의사를 택했는데 그 이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소중한 순간들을 만나고 있다.
오늘의 잡지식 5) 코끼리와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는 매너티(manatee)와 바위너구리(hyrax)가 있다. 사진을 일부러 안 넣었는데 꼭 찾아보길 바란다. 너무 다르게 생겨서 신기하다. 필자도 학생들이 실습을 오면 이와 관련된 질문을 꼭 던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