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환경부 야생동물 질병 전문인력 양성교육에서 ‘야생동물 감염병 예찰방법’을 주제로 강의한 한재익 전북대 수의대 교수가 야생동물에서의 감염병 예찰·감시도 수의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재익 교수는 “학생들에게 야생동물을 처음 들으면 무엇이 연상 되냐고 물었을 때 주로 구조, 치료, 방생하는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에 대해서만 답변했다. 아마 야생동물센터가 있는 다른 수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하지만 단순히 수의사가 야생동물 분야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국립공원에서 하는 종복원, 동물원에서 전시동물 관리 및 종보전 등도 수의사가 야생동물 분야에서 하는 일이며, 또 다른 하나가 바로 야생동물한테서 발생하는 감염병을 조사하고 대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생동물에서의 감염병 예찰은 원헬스(One Health) 개념이 부각되면서 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불과 2년 전 발생했던 메르스 사태, 또 최근까지 문제가 됐던 고병원성 AI도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이며, 사람-동물-환경의 건강이 하나라는 원헬스적 개념에서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야생동물 유래 신종 감염병 발생 우려 높은 곳
신종 인간 감염병의 60%가 인수공통전염병이고 그 중 75%는 야생동물로부터 온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위험 지역인 중국과 밀접한 위치 ▲사람과 가축의 높은 밀도 ▲야생동물 밀거래, 밀수입 등에 의한 불법사육 ▲도시 내 야생동물 증가 등으로 인해 야생동물 유래 신종감염병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지역이라고 한재익 교수는 설명했다.
따라서 구조·치료·방생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질병을 예찰(감시)하는 것이 야생동물 수의사의 중요한 역할이며, 이는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야생동물의 감염병 예찰(감시) 어려운 점 많아
야생동물 임상과 야생동물에서의 감염병 대응은 떼어낼 수 없는 부분
한재익 교수에 따르면, 야생동물은 주인이 없고 아픈 증상을 잘 숨기며, 아플 때도 구석진 곳에서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질병 발생 여부 탐지가 매우 어렵고, 반려동물이나 가축에서 잘 적용되는 진단기법도 야생동물에 꼭 잘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특정 지역에 얼마만큼의 야생동물이 사는 지 개체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감시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야생동물 감염병 예찰(감시)에서 야생동물 수의사의 전문성이 더 중요해진다.
한재익 교수는 “야생동물 임상 수의사의 입장에서는 감염병을 조사하고 대응하는 것이 임상하고 관계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야생동물센터에서 구조한 야생동물이 감염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야생동물 감염병 대응과 임상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