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수도산 이동 사건 계기로 멸종위기종 복원사업 전반적 재검토 필요
멸종위기 반달가슴곰 복원정책 관련 토론회 개최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수도산 이동 사건을 계기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30일 국회에서 ‘멸종위기 반달가슴곰 복원정책 진단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이번 수도산 반달가슴곰 사건은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뿐 아니라 환경부의 멸종위기종 복원사업 전반에 있어 우리가 재검토해 보아야 할 중요한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정미 국회의원(정의당 대표)가 주최하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녹색연합, 동물권단체 케어가 주관했다.
“15년에 걸친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프로젝트는 매우 성공적”
이항 교수는 “15년에 걸친 지리산 반달가슴곰 프로젝트는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리산 국립공원 내 반달가슴곰 개체수를 일정 수준을 회복시켰고, 그 개체군과 서식지를 커다란 부작용 없이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백두대간 생태축을 이용한 개체군 확산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복원 시작 당시 5마리였던 지리산 반달가슴곰 개체수는 현재 47마리까지 늘어난 상태다.
“장기적인 구상, 계획 입안 및 실천은 부족”
“대형 포유류의 새끼는 언제든지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이것이 자연계의 유전적 다양성 유지 비결”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이항 교수는 “한반도 생태축 복원을 통한 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궁극적인 목표 실현을 위한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구상, 계획 입안과 실천이 부족했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도입된 반달가슴곰 등 대형 포유류의 수컷 새끼가 언제든지 부모를 떠나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할 가능성이 있고, 그것이 바로 자연계에서 야생동물들이 근친번식을 피하고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실제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은 한반도 생물다양성 보전과 복원을 위한 환경부의 중점사업의 일환이다. 국립공원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의 목표 역시 ‘한반도의 건강한 생태축 복원’이다.
이항 교수는 “자연적인 분산을 대비해 오래 전부터 이들이 이동할 수 있는 생태통로와 생태축을 확보하고 서식지 확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복원사업 초기부터 인식하고 대비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여우 복원사업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막상 복원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야생동물의 특성상 국립공원 내라는 특정 영역에 동물을 가두어 둘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산 반달가슴곰 사건은 환경부 멸종위기종 복원사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중요할 화두를 던진 것”
이항 교수는 이번 사건을 단순하게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계획된 서식지를 벗어나 자리 잡을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아니라 복원사업의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분산 예상지역, 서식지 확산 예상 지역 주민 교육, 곰-인간 갈등 조정장치 준비, 지자체·시민단체·관련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야생동물 생태축 회복을 위한 공동연구 등 중장기적인 준비 작업이 지난 10여년간 없었다는 것이다.
이항 교수는 “이번 수도산 반달가슴곰 사건은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뿐 아니라 환경부의 멸종위기종 복원사업 전반에 있어 우리가 재검토해 보아야 할 중요한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가칭)멸종위기종 복위원위원회 같은 ‘통합적 추진체계’ 필요”
이항 교수는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는 현재의 복원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통합적 추진체계’, 즉 컨트롤타워 설치를 제안했다.
현재처럼 국립공원·환경부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산림청, 국토해양부, 지역주민 등 모든 이해당사자와 관련부처가 함께 협조할 수 있는 (가칭)멸종위기종 복원위원회와 같은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국가위원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전동준 박사(한국환경정책평가원구원)는 “반달가슴곰의 이동 및 확산 능력이 연구자들의 예상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반달가슴곰 이동 특성 및 주변 환경을 고려한 대상종의 확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종복원사업 2.0전략 마련을 요구했다.
권혁인 기자 ysj@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