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하고,입에 집어 넣고…인수공통감염병 전파 위험 큰 `체험동물원`
어웨어, 동물체험시설 실태조사 보고서 발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가 전국의 체험동물원 20곳을 직접 방문하여 조사한 ‘동물체험시설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대부분의 동물체험시설은 ‘물림 사고’ 등 안전상의 문제점은 물론, 동물 간 질병 전파나 동물과 사람 간의 인수공통감염병 전파 위험이 큰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서만 파악된 동물체험시설, 전국에 95개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이 지난해 5월 시행됐다.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라 10종 50개체 이상의 동물을 전시하는 시설은 시도지사에 등록해야 한다.
2018년 6월 현재 총 52개의 동물원이 등록을 완료했으며, 39개 업체는 등록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상당수 동물체험시설은 ’10종 50개체 이상’이라는 동물원 등록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여전히 법의 테두리 밖에서 운영되는 곳이 많다.
어웨어는 “인터넷을 통해서만 파악된 동물체험시설이 전국에 95개에 달했다”며 “인터넷에 검색되지 않는 곳까지 합치면 100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어웨어는 이 중 20곳을 3개월에 걸쳐 조사한 뒤 ‘동물체험시설 실태조사 보고서’를 펴냈다. 동물원수족관법에 의한 등록 기준에 미달하는 것은 물론, 차마 동물원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환경의 시설이 많았기 때문에 ‘체험동물원 보고서’가 아닌 ‘동물체험시설 보고서’라고 이름을 지었다.
무경계·근거리 전시, 무분별한 먹이주기 체험, 관리인력 부족 등 문제 多
조사 결과 동물체험 시 동물복지와 공중보건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형태로 사람과 동물 간 접촉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육장 없이 관람객이 있는 곳에 동물을 풀어놓고 전시하거나 사육장 밖으로 꺼내 전시하는 등, 관람객과 동물 사이에 경계가 없는 ‘무경계 ·근거리’ 전시형태가 성행하고 있었다. 상시로 동물과 접촉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관리 인원은 충분히 배치되지 않고 있었다.
제한된 공간에서 많은 동물을 전시하는 집약적 사육환경에서 동물은 최소한의 복지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사막여우, 원숭이를 바닥이 철망으로 된 뜬장에서 사육하거나 포유류 동물이 새장에서 사육하는 업체도 있었다.
사회적인 동물을 단독으로 사육하는 경우나, 무분별한 먹이주기 체험도 진행되고 있었다. 생물 종에 적합하지 않은 먹이를 무분별하게 급여할 경우 동물에게 질병 및 영양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
20개 업체 중 17개 업체에서 관람객에게 먹이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17개 업체 모두 먹이의 양, 먹이를 주는 시간, 체험에 참여하는 관람객 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았다.
실제 어웨어의 현장 조사 당시, 사육장에 당근이 소화되지 않은 상태로 배설된 분변이 관찰되기도 했다(아래 사진 참고).
14개 업체에서는 외상이나 질병이 의심되는 개체가 발견됐으며, 동물원에서 동물을 판매하는 곳도 많았다.
또한, 서로 다른 종을 부적절하게 합사한 경우도 발견됐다.
황주선 수의학 박사(강원대 야생동물학연구실)는 “엄격한 프로토콜과 원칙 없이 서로 다른 종들을 합사하는 행위는 질병생태학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며 “특히, 자연 상태에서 서로 마주칠 일이 없는 종들을 합사하면 한 종에게는 문제없지만 다른 종에게는 치명적인 병원체가 전달되어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뽀뽀하고, 만지고…통제되지 않는 체험 ‘인수공통감염병’ 위험성 높여
동물은 물론, 사람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체험동물원’
특히, 인수공통감염병 전파와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큰 방법으로 동물과 관람객이 접촉하고 있는 곳이 많았다.
관람객이 동물의 신체 부위를 입에 넣거나 동물에게 입을 갖다 대는 행동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특히, 어린아이와 동물이 함께 사진을 찍을 때 이런 행동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림사고 등 안전사고의 위험성은 물론, 인수공통감염병의 전파까지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어웨어가 현장 조사를 하는 동안에도, 동물에게 손가락을 물려 소독약을 바르는 관람객이 목격됐다.
이미 사람과 야생동물의 직접적인 접촉에 의한 질병 전파 사례는 여러 차례 보고 된 바 있다.
황주선 수의학 박사(강원대 야생동물학연구실)는 “동물의 질병이 사람에게 오는 것뿐만이 아니라, 관람객들 간의 질병이 동물을 통해 전파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가 된다”며 “신속한 규제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사진)는 “무엇보다 현행 동물원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며, 동물 종별 서식환경 및 관리 기준 제시, 불필요한 동물-관람객 접촉 금지, 동물체험 시 준수 기준 마련, 야생동물 거래 규제 및 개인소유 제한 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